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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던 사망률 '멈칫'…보험사들 '촉각'

부광우 기자
입력 2018.12.30 06:00 수정 2018.12.29 22:00

최근 선진국들 중심으로 사망률 하락세 둔화

보험사 재무에 중대 변수…재검토 필요 조언

최근 선진국들 중심으로 사망률 하락세 둔화
보험사 재무에 중대 변수…재검토 필요 조언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던 사망률 하락세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둔화하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던 사망률 하락세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둔화하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던 사망률 하락세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사망률 개선과 이에 따른 장수 리스크 확대가 재무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여서다. 이에 따라 사망률 예측을 둘러싸고 다양한 요인에 근거해 충분한 재검토가 필요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30일 글로벌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있으나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는 사망률 개선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이후 미국과 영국, 독일을 포함한 선진국의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 10년에 비해 사망률 개선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구조가 다른 집단 간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연령별 인구구조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없애고 계산한 값이다.

사망률 개선 정도는 생의학적인 요인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개인의 행동·특성, 보건의료정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사회경제적 여건 개선이 용이해지고 건강한 생활방식을 채택할 확률이 높아져 고혈압과 심장병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감소하고 사망률이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보건의료정책 확대를 통한 의료접근성의 향상은 취약계층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미국의 경우 1965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도입되면서 노인과 빈곤층의 사망률이 크게 개선된 바 있다.

반면 경기 침체에 따른 공공의료비 지출 감소와 공공사회서비스 축소 등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한 영아사망률 정신질환 등의 문제를 야기해 사망률 개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국가 경제수준에 따라 사망률에 미치는 요인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영양실조와 공중보건위생 등에 의한 순환기계통 및 전염성 질병이 주요 사망 원인이다. 반면 선진국은 흡연과 음주, 식습관, 운동 부족 등 생활방식에 따른 대사 장애와 암·난치성 만성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이다.

이에 따라 고령화 속도 역시 국가별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장기적으로 사망률 개선 속도가 점차 둔화하며 수렴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지만, 그 시기나 정도는 지역별 상황과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미국은 공중보건정책과 1차 의료에 할당된 자원이 상대적으로 적고, 최근에는 높은 비만율과 자살·약물남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해 기대수명이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 남용에 의한 사망자 수가 2016년에 약 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1%나 증가해 전체 사망률이 상승했다. 그런데 독일은 오피오이드의 사용률이 높았음에도 약물남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

더불어 한 국가의 의료발전은 주변 국가까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2011년 이후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 과거 유럽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유럽 회원국의 경제 회복세로 인해 사망률이 크게 개선된 바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사망률 변화는 보험사들의 경영에 지대한 파급력을 끼칠 수 있는 핵심 사안이다. 고객들의 기대수명이 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수 위험이 증대돼 부채 가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 따르면 사망률이 개선돼 기대수명이 1세 증가하면 보험사가 추가적으로 충당해야 할 준비금은 현재 수준의 약 3~5%일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의 사망률 개선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추세적인 흐름인지 충분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김유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사망률 개선에 따른 장수 리스크 증가는 연금보험의 부채 가치와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고, 개선 추세가 장기간 반영될 경우 연금부채 규모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며 "따라서 사망률 예측 시 과거 데이터 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수준과 방식의 변화, 보건의료정책 및 의료기술발전 등 다양한 요인에 근거해 충분한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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