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우리는 왜 '통일'을 꿈꾸지 않게됐나

이배운 기자
입력 2018.12.12 14:03 수정 2018.12.12 14:31

국민 2명중 1명 ‘통일 안해도 평화로우면 괜찮아’

자기주도 통일 앞세우면 대립·위기 불가피…엄연한 ‘두 국가’ 고착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에서 대집단체조와 '빛나는 조국' 공연을 관람한 뒤 평양시민들 앞에서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에서 대집단체조와 '빛나는 조국' 공연을 관람한 뒤 평양시민들 앞에서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국민 2명중 1명 ‘통일 안해도 평화로우면 괜찮아’
자기주도 통일 앞세우면 대립·위기 반복…엄연한 ‘두 국가’ 고착화


‘남북이 통일해야한다’는 우리사회의 오랜 믿음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엄연한 ‘또 다른 국가’라는 인식이 고착화 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통일을 계속 목표로 삼을 경우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6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와 ‘남·북한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서술에 동의하는 응답이 각각 53.0%, 50.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절반은 통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며, 지난해는 16.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통일의 이유에 관한 문항에서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2007년 50.7%에서 지난해 40.3%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국민들이 과거와 달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통일을 이루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평화가 필요하다는 전통적인 사고와 달리 ‘통일 없이도 평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원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 김일기 연구위원은 ‘통일과 평화 담론의 분리와 연계’ 보고서를 통해 “분단이후 ‘통일’은 남북의 민족사적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제는 ‘통일’이라는 목표를 평화공존으로 대체하자는 ‘평화담론’이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김원식 책임연구위원은 평화담론이 등장한 배경으로 ▲북한붕괴론의 오류와 북한체제의 장기존속 전망 ▲통일에 대한 국민의식 변화 ▲분단체제로 인한 민주화 지연 ▲남북 체제대결의 종결 및 남침 불가능성 ▲장기분단에 따른 남북 간 이질성 심화 ▲탈민족주의 흐름과 인식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CNBC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CNBC

김 연구위원은 “양립할 수 없는 체제를 가진 남북이 서로의 정통성과 자기주도의 통일을 앞세우면서 대립·위기가 상시화 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반성이 자리잡게 됐다”며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전쟁위기가 급격히 고조되면서 ‘통일’보다도 ‘평화’가 우선적으로 추구돼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붕괴론’이 설득력을 잃고 북한체제의 장기존속이 예상되면서 단기간 내 통일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반도에서 국제정치의 지정학적 단층선이 이미 공고하게 형성됐다”며 “여전히 미중 사이의 대립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통일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남한의 수교국은 190개국, 북한의 수교국은 160개국이며, 이중 동시 수교 국가는 157개국에 이른다. 남북이 이미 UN 동시 가입한 상황에서 엄연히 독립된 두 개의 국가라는 사실은 현 단계에서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통일’이라는 목표를 폐기할 경우 그에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현행 헌법정신과 기존의 남북합의 정신과 불일치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아울러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한 내부의 비판과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여전히 ‘혈연민족’ 개념을 강조하면서 통일을 강조하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남북관계 발전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적대관계 청산만이 필수적인 과제가 될 뿐, 그 이상의 남북관계 발전은 단지 남북 각각의 ‘손익’ 관점에서 접근될 수밖에 없다”며 “양국체제가 영구분단 상태로 이어지고 미중대립이 격화되면 ‘갈등의 대리자’가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