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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압승…김무성 리더십 '비틀', 정우택 '빙긋'

정도원 기자 | 2018-12-12 06:00
'68 대 35'…모두의 예상 뛰어넘은 득표 격차
복당파 당직 독식이 잔류파 의원 자존심 건드려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직후, 지지해준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뒷쪽으로 초·재선 잔류파 의원모임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직후, 지지해준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뒷쪽으로 초·재선 잔류파 의원모임 '통합과 전진'의 간사를 맡고 있는 민경욱 의원의 밝은 모습이 보인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옛 친박계·잔류파의 지지를 받은 나경원 의원이 비박계·복당파에 근거를 뒀던 김학용 의원을 압도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큰 표차는 이른바 김무성계의 당직 독식을 향한 반감이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깊숙이 관여한 김무성 의원과 정우택 의원 등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경원 원내대표·정용기 정책위의장은 11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 112명 중 당원권이 정지된 9명을 제외한 103명 전원이 참석한 투표에서 과반수를 훌쩍 뛰어넘는 68표를 획득했다.

상대 후보인 김학용·김종석 의원은 35표 득표에 그쳤다. 33표라는 큰 격차가 난 것은 당내 의원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장내에는 의원들의 작은 탄성마저 터져나왔다.

나 원내대표의 압승의 원인으로는 이른바 '복당파'의 당직 독식을 향한 '잔류파' 의원들의 반감과 피로감이 꼽힌다.

한국당 잔류파의 한 당권주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김학용 의원이 되면 탈당파가 계속 연속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게 되고, 김무성 대표의 뒷그림자도 너무 크다"며 "나경원 의원이 된 요인을 그 두 가지로 분석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중진의원은 의총 직전 "큰 표 차이가 좀 났으면 좋겠다"며 "너무 (당을) 나갔다 온 사람들만 계속 하니까, 남아있던 의원들의 자존심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분개했다.

김무성, 김학용 손들어주더니 지원은 '미지근'
김학용, 도중 '울컥'…'물음표' 달린 '리더십'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출된 11일 경선의 최대 패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강석호·김학용 의원 간의 후보단일화에 관여했으면서도, 이후 단일후보가 된 김학용 의원을 적절히 지원하지 못했다는 의구심 섞인 지적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출된 11일 경선의 최대 패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강석호·김학용 의원 간의 후보단일화에 관여했으면서도, 이후 단일후보가 된 김학용 의원을 적절히 지원하지 못했다는 의구심 섞인 지적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렇게 보면 이번 원내대표 경선으로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은 사람은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 본인도 '복당파'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석호·김학용 의원 사이의 후보단일화에서 김학용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두 의원의 인물·능력의 우열은 떠나서, 강 의원은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탈·복당 전력이 없고 한국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점에서 표의 확장성이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당대표였던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김학용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면, 좀 더 전폭적으로 경선 지원을 했어야 했는데 이조차 '뜨뜻미지근'했다는 비판이 비박계 내부에서조차 나온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의 타이밍을 놓쳤다"며 "강석호·김학용 의원 사이의 단일화는 어떻게 포장하든 김무성 대표의 개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렇다면 후보단일화 직후에는 자신이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줬어야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과 만난 사실이 노출됐을 때도 전당대회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7일에야 비로소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미 김학용 의원이 불리해진 뒤에 떠밀리듯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신뢰를 잃었다"고 평했다.

김학용 의원도 경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6일 김무성 의원이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과 만나고다니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 관련 활동을 하는 게 '원내대표 밀어주기'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질문자의 이름을 정색하고 부르더니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피해를 보고 있지 않느냐"고 '울컥' 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김학용 의원은 당시 "설마 우리 김무성 대표가 나 피해 보게 하려고 그러겠느냐"고 반문했지만, 오히려 이 대목에서 역설적으로 약간의 '의구심'이 읽혔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처럼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며 김무성 의원이 따르던 의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면, 한동안 한국당의 '상수'로 기능했던 김무성계가 급속도로 형해화되면서 소속 의원들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당 관계자는 "만약 김무성계가 결집을 유지하려면 카리스마 있는 대권주자급 인물이 구심력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홍준표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노리며 전면에 재등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경원 원내대표 전폭지원 정우택, 날개 달았다
당권 도전에 탄력…향후 행보에 자신감 붙을 듯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출된 11일 의원총회에서 팔이 깁스를 한 채 동료 의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 과정에 걸쳐 나 원내대표를 적극 지원하며 정치적 승리를 거둬 향후 당권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출된 11일 의원총회에서 팔이 깁스를 한 채 동료 의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 과정에 걸쳐 나 원내대표를 적극 지원하며 정치적 승리를 거둬 향후 당권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대로 이번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전폭 지원했던 정우택 의원은 빙긋 웃게 됐다.

정 의원과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격돌했던 사이이지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서는 구원(舊怨)을 잊고 거의 하루에 한 차례 꼴로 만나며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소위 '찐박'으로는 (원내대표 경선이) 안 된다"며, 나경원 원내대표를 옛 범친박계·잔류파의 '대표선수'로 옹립한다는 수를 냈다. 이후 '영남권 3선 이상'을 공언했던 나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찾기에 어려움을 겪자, 한 차례 고사했던 정용기 의원에게 마음을 바꿀 것을 권유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 경선 참패를 직감한 김무성 의원이 이날 의원총회에 정견발표와 상호토론까지 전부 끝난 뒤 투표가 시작돼서야 비로소 느지막이 나타나 투표만 마치고 퇴장한 반면, 정우택 의원은 어깨 수술로 팔에 깁스를 했음에도 일찌감치 의총장에 나타나 자리를 지킨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심지어 정우택 의원은 의총장에서 퇴장하려는 김무성 의원을 멈춰세워 몇 마디 말을 건네기도 했는데, 쌍방이 원내대표 경선에 깊숙이 관여한 입장에서 승패가 판가름나는 순간을 앞두고 정 의원의 여유와 자신감이 엿보였다는 관측이다.

'김무성과 정우택의 대결'이 정우택 의원의 승리로 귀결됨에 따라, 내년 2월말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노리는 정 의원의 행보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는 평가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교안 전 총리는 전당대회 출마를 않는다고 보고,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 출마로 선회한다고 보면, 결국 정우택 의원"이라며 "나경원 의원이 이기면 '견제심리' 때문에 전당대회는 비박계가 유리해진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몰표가 나오면서 정 의원이 기세상 더욱 유리해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론대로 집단지도체제가 채택된다면 '1인 2표제'가 되는데, 정우택 의원이 영남에 근거를 두고 있으면서 그간 입장을 같이 해왔던 당권주자 한 명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며 "정 의원이 지금까지도 당권 행보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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