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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①] 전쟁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약 260만명

이배운 기자 | 2018-12-11 04: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앞두고 한국에 때 아닌 '김정은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민환영단·백두칭송위원회 등 환영 단체가 우후죽순 등장했고, 급기야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위인이다"는 외침이 울렸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김씨 일가의 손에 묻은 희생자들의 피는 씻을 수 없을 정도로 짙으며, 김정은은 그에 따른 사죄는커녕 오히려 남한에 책임을 지우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왜 김정은이 환영 받을 수 없으며, 또 그래야만 하는지 김씨 일가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헤아려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①] 전쟁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②] 테러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③] 숙청으로 죽어간 희생자들
[김정은, 환영할 수 없는자④] 앞으로 죽어갈 희생자들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 전시된 ‘전사자 명부’ ⓒ전쟁기념관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 전시된 ‘전사자 명부’ ⓒ전쟁기념관

서울 전쟁기념관의 내부전시는 '호국추모실'에서 시작된다. 복도의 벽과 천장을 따라 가득 채운 별빛들은 호국영령들의 얼과 용기를 의미하며 복도 중앙에는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전사자 명부'가 놓여 있다.

통로를 들어가면 '창조'라는 제목의 거대한 조형물과 더불어 전사자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되짚는 영상 작품이 눈에 띈다. 무미건조한 검은 바탕에 주변에서 흔히 들어볼 법한 이름들이 1초에 한명씩 빠르게 지나갈 뿐이지만 이름 하나하나가 지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6.25의 주범이 김일성 전 북한 주석임은 명백한 교과서적 사실이다. 전 한반도의 공산화를 꾀한 김일성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폭풍'이라는 작전명의 전면적인 남한 침공을 개시했다.

국가기록원 통계에 따르면 6.25로 한국군·유엔군의 총 17만8569명이 전사했다. 이어 부상자는 55만5022명에 달하고 4만2769명이 실종되거나 포로로 잡혀갔다. 총합 77만6360명이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당시 전사자들의 평균 신장이 165cm이고 이들의 시신을 일렬로 나열했다고 가정하면 그 길이는 총 295km에 달한다. 지난달 한 시민단체 '위인맞이환영단'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를 외쳤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경상남도청까지 닿는 길이다. 전사자들의 이름을 1초에 하나씩만 살펴도 총 49시간 36분이 소요된다.

민간인 피해는 더 참혹하다. 국가기록원 통계에 따르면 전쟁 중 민간인 피해는 사망자 24만4663명, 피학살자 12만8936명, 부상자 22만9625명, 피랍자 8만4532명, 행방불명 30만3312명으로 총 99만명이 삶의 파괴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광주시 시민(36만명)이 전원 사망하거나, 용인시 시민(103만)이 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죽거나 다치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중국인민지원군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중국인민지원군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일성의 명령으로 전장에 나온 북한군 피해도 뺄 수 없는 문제다. 통계 생산자에 따라 차이는 다소 있지만 미군측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쟁으로 약 52만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의 실종자·포로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중공군 인명피해는 사망 약 15만명에 부상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토록 무거운 전쟁범죄의 책임을 지고 있는 현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6.25에 대한 사죄를 거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죄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며 정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을 '전승절'로 제정해 매년 성대한 기념식까지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참전 열사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참전열사들의 불굴의 투쟁정신과 영웅적 위훈은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며 인민군 병사들을 추모했다. 또 '중국인민군 열사능원'을 찾아 화환을 전달하고, 6.25에서 전사한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 묘를 찾아 추모하고 묵상했다.

북한 주민들이 전승절을 맞아 반미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북한 주민들이 전승절을 맞아 반미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노동당의 입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25일 특별 사설을 통해 "조선전쟁(6.25)은 미제가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고 세계지배 야망을 실현할 목적 밑에 도발한 범죄적인 침략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2016년에는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산천이 변했어도, 미제가 전쟁의 불집을 터뜨린 날을 절대로 잊지않고 있다"며 "미 제국주의자들과 이승만 괴뢰도당은 끝끝내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고 불의의 무력침공을 감행했다"고 사죄는커녕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내놨다.

아울러 북한에서 헌법보다도 상위에 있는 '조선노동당규약'은 6.25전쟁 이후로 지금까지 당의 최종목적을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한다"고 명시하며 적화통일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의지 없이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서울에 방문할 경우 현충원에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6.25전쟁 호국영웅이 묻힌 현충원에 참배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역사관을 전면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급랭사태를 우려해 6.25의 책임을 묻는데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일본에는 관계악화를 불사하고 연일 과거사 사죄를 촉구하는 한편, 북한에 책임의 '책'자도 꺼내지 않는 것은 당면한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한의 사죄 없이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은 현 정권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한국전쟁 책임 요구를 현 정부가 회피한다면 미래에 친일파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미 정상 모두 눈앞의 외교적 성과를 도출하는데 급급하고 있다"며 "현 남북화해 과정에서 명백한 전쟁 가해자인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영원한 역사의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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