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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일자리 합의안 '조건부 의결'…본래 취지 퇴색

박영국 기자
입력 2018.12.05 17:44 수정 2018.12.05 17:50

임단협 유예 조항 삭제…논란 불씨 남겨

5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을 수정 결의한 노사민정협의회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5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을 수정 결의한 노사민정협의회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임단협 유예 조항 삭제…논란 불씨 남겨

합작법인을 통해 저임금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간 잠정합의안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의결됐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임단협 5년 유예’ 조항을 두고 광주시가 현대차와 재협상한다는 ‘조건부 의결’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8년 노사민정협의회 본회의는 임단협 유예 조항에 대한 노동계 반발로 연기된 이후 오후 3시께 속개됐다.

노동계 대표격인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오전 회의에는 불참했으나 광주시측의 설득으로 오후 회의에는 참석했다.

전체 위원 28명 중 윤 의장을 포함한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는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차 완성차 공장 투자유치과 관련해 투자자인 광주시와 현대차 간에 체결된 최종 협약서의 중요 부분인 노사 상생 발전 협정서, 적정 임금 관련 부속협정서, 광주시 지원 공동복지 프로그램 등 3가지가 안건으로 상정됐다.

심의 결과 협의회는 논란이 됐던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법 위반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보고 해당 조항에 대한 현대차와의 재협상을 전제로 3가지 안건을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조건부 의결했다.

광주시는 이 문제를 놓고 현대차를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현대차가 임단협 유예 조항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이는 현대차와 노동계가 팽팽히 맞서던 쟁점 조항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미뤄둔 채 의결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수정된 협정문을 살펴보고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공식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동안 노동계는 임단협이 유예될 경우 임금은 5년간 동결될 수밖에 없고 노조 설립도 사실상 원천 봉쇄된다는 점에서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해 왔다.

반면, 현대차는 광주시에서 처음 제시한 ‘주 44시간에 초임 연봉 3500만원, 임단협 유예’ 등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근로시간과 초임에는 합의를 봤다지만 임단협 유예 조항이 사라질 경우 임금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기존 현대차가 보유한 고임금 구조의 공장을 하나 더 늘리는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강성노조와 매년 임단협을 치르느라 홍역을 앓아온 현대차로서는 광주형일자리 공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다.

가뜩이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이 광주형일자리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상황에서 확실한 사업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다.

광주시는 당초 6일 광주형일자리 조인식을 개최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날 노사민정협의회서 조건부 의결된 안을 현대차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형일자리의 원조 모델 격인 폭스바겐의 ‘아우토5000’의 성공은 노조 측이 임금을 8년간 5000마르크로 동결하는 데 합의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그런 전제가 사라진다면 광주형일자리의 기본 취지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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