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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지키라는 일본의 반인륜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8.11.26 08:23 수정 2018.11.26 08:26

<하재근의 이슈분석>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유지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유지해야

지난 7월 1일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별세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4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7월 1일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별세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4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5년 12월 체결한 이른바 ‘한·일 위안부 합의’로 2016년에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력히 반발했다.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 ... 3년 전(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며 “일본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왔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바란다”고 했다.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이 아니라는 공세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국제적 신의를 지키지 않는, 국가의 관계를 제대로 이어갈 자격이 없는 나라라는 식의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태도 자체가 일본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보통은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고 위안부도 일반적인 사안이 아니다. 잔혹한 식민지배 침략국과 피해국이라는 특수한 관계이고, 위안부는 반인륜 이슈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국가 간 약속하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위안부 문제를 정리하려면 사죄와 반성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 형사 재판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이끌어냈느냐와 진지한 반성의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그런데 2015년 합의는 피해자를 소외시킨 양국 정부의 밀실합의였다. 심지어 농락하기까지 했다. 화해치유재단 발족식 때 "점심이나 드시러 나오라"는 말을 듣고 나간 할머니들이 현장에서야 재단 발족식이라는 걸 알았다는 이야기가 보도됐다. 당시 정부와 재단 측은 할머니들 대부분을 면담조사해서 ‘재단 설립에 긍정적’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했지만 이것이 조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합의 이후에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을 보면 할머니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할머니들을 소외시키고 우롱까지 하면서 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합의이기 때문에 이것은 반인륜적 폭거다.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한일 정부가 또다시 가해 행위를 한 사건인 것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할머니들에게 일본 측이 곧 사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사죄 의사가 털끝만큼도 없다’고 해서 할머니들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게다가 일본이 낸 10억 엔은 당시 우리 정부 설명과 달리, 배상금이나 보상금이 아닌 단순 거출금이었다.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돈이나 낸 것이다. 이걸 받고 우리 정부는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황당한 발표를 했다.

“일본놈들한테 구걸합니까. 우리 돈 없어도 살 수 있습니다" (유희남 할머니, 당시 87세)

이렇게 피해자들의 상처를 더 깊게 하고, 돈 몇 푼으로 입을 막으려 한 반인륜적인 합의이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정당성이 없다. 침략 가해자인 일본이 이런 합의를 내새워 한국을 비난하는 것도 당연히 정당성이 없다. 그들이 얼마나 반성 없는 파렴치한인지를 드러낼 뿐이다. 반성도 안 하면서 돈 몇 푼으로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문제를 덮으려고 했던 태도 자체가 얼마나 피해자들을 하찮게 여겼는지를 폭로한다. 화해도 없고 치유도 없었다.

형사 재판에서 돈 많은 범인이 죄를 인정 안 하면서 피해자에게 돈으로 입막음하려고 할 경우 ‘죄질이 나쁘다’고 더 큰 비난을 받는다. 일본의 태도가 딱 그렇다. 일본의 입장이 반인륜적, 반인도적이며,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키라고 윽박지르는 태도가 식민지배 가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다만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유지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은 물러서지 않되 장기과제로 끌고 가면서, 일본과의 협력 관계는 이어가야 한다. 누리꾼도 아이즈원 일본 멤버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무의미하게 일본의 감정을 건드리는 행위는 조심해야 한다. 일본 자체를 적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을 싸잡아 공격하는 것은 자제하면서, 냉정하고 치밀하게 우리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려나가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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