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100년 기업의 꿈' 발목잡는 상속세

이홍석 기자
입력 2018.11.26 06:00 수정 2018.11.26 14:54

(상)기업하기도 물려주기도 어려운 나라

최고 수준 법인세·상속세로 경영 어려움 커져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최근 국내외에서 제기된 한국경제 불안론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과의 무역갈등, 원유가의 급격한 상승 등 대외 요인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한 것도 경제 불안과 무관치 않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체감경기를 통해 경제성장률 하락을 실감하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거의 완전고용이라고 할 정도로 국내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실업율은 치솟고 방향성을 상실한 소득성장 주도의 경제정책은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만나는 기업인들마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각종 족쇄들이 요즘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기업인들은 줄줄이 비리의혹 수사 대상이 되고, 노조와 시민단체 등 때문에 사업의욕을 상실한 지 오래다.
최근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본과 노동의 효율적인 결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특단의 노력도 중요하며,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투자를 활성화하는 일에 정책의 최우선권을 둬야 한다.<편집자주>

[기획] 기업이 병든다-기업재도약 위한 4가지 개혁
1. '100년 기업의 꿈' 발목잡는 상속세

2. 어설픈 개혁이 기업 잡는다
3. 규제공화국-혁신만이 살길이다
4. 고비용-저효율 대립적 노사문화 개선해야

(상)기업하기도 물려주기도 어려운 나라
최고 수준 법인세·상속세로 경영 어려움 커져


국내에서 100년 기업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법인세가 기업을 하기도 물려주기도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인상으로 미국보다 세율이 높아진 가운데 상속세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세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고 구본무 회장의 작고로 (주)LG 지분 8.8%(1512만2169주)을 상속받게 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우, 상속세로만 약 7200억원을 내야 할 것을 보인다. 50%의 최고 상속세율에 상속지분에 따라 20%가 가산돼 상속세를 납부하게 됐기 때문으로 지분 상속으로 최대주주가 되면서 징벌적 성격의 할증이 이뤄진 것이다.

기업들은 최고 수준의 법인세와 상속세에 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더해진 징벌적 세율로 경영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법인세, 기업가 정신 약화

현재 국내 상속세 세율은 과세표준 기준 1억원 이하 10%를 비롯,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 등 5단계다.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6%)의 두 배 수준으로 총 35개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두 번째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40%)·영국(40%)·덴마크(36%)·독일(30%)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다. 상속세가 없거나 폐지한 국가들도 많다. 캐나다(1971년)·호주(1979년)·이스라엘(1981년)·오스트리아(2008년)·체코(2014년)는 상속세를 폐지한 상태로 중국은 아예 상속세를 도입하지 않았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및 증여세 부담률은 지난 2014년 기준 0.31%으로 OECD 평균 0.1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경쟁국 대비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을 설립하고 키우려는 의지를 꺾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높은 세율만큼이나 문제인 것은 이 세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상속세에는 징벌적 성격의 세율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최대주주의 상속지분을 평가해 10~30%를 할증을 붙이는데 최대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최대 30%를 할증돼 자산이 평가돼 최고세율이 65%(50%→65%)에 이르게 된다.

주요국 상속세 최고세율(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비교.ⓒ한국경영자총협회 주요국 상속세 최고세율(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비교.ⓒ한국경영자총협회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을 통해 일반적인 상속 형태인 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주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최고 세율이 일본(55%)을 앞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유로 대주주에게 '할증 과세'를 한다는 점때문에 '징벌적 세율'이라는 지적이 경제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을 설립하고 이를 계승해 유지하는 것을 장려할 필요한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율의 징벌적 성격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인만큼 이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100년 기업을 이야기하면서 자산을 상속받는다는 이유로 징벌적 세율을 부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가치를 아예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속에 앞서 지난해 인상이 이뤄진 법인세도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지난해 국내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면서 해당 구간의 세율을 25%로 정한 것으로 대기업들이 적용을 받게 됐다. 이 전에 미국이 법인세율은 기존 35%에서 21%로 인하했던 터라 우리는 미국보다도 높은 법인세율을 부과하는 국가가 됐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수출 중심으로 대기업 비중이 큰 국내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법인세와 상속세 부담이 오히려 더 높은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고민해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지는 경기 불확실성에도 기업 부담 외면하는 정부·국회

선진국들보다 높은 법인세·상속세율에도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회는 세율 완화를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한 채 오히려 강화로 방향을 잡는 등 국제적인 추세하고도 역행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대표기업의 법인세 비교.ⓒ한국경제연구원 한국과 미국 대표기업의 법인세 비교.ⓒ한국경제연구원
법인세 인상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율 인상이 인하 일로인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고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결국 인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인상 이후 투자 감소와 자본 유출 우려가 제기돼 왔고 실제 최근 경기 하락 기조가 뚜렷한 상황이지만 아직 법인세 인하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상속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정부는 재계의 상속세 완화 요구에도 세율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 한해 대를 이어 기업을 운영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도입된 이 제도의 적용대상은 중소기업과 연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불과하다.

오히려 여당을 중심으로 세율 인상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징벌적 성격이 있는 만큼 완화해야 한다는 경제계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과세형평성과 재산 및 소득 불평등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들의 경영활동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현행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50%를 부과하는 최고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인세에 이어 상속세까지 기업들의 부담을 주는 세율 인상이 추진돼 우려스럽다”며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경기 하락 기조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이러한 조치들이 당장 해야 하는 우선순위인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