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스웨덴 사실상 무정부 상태?

이석원 객원기자
입력 2018.11.25 07:20 수정 2018.11.25 07:23

<알쓸신잡-스웨덴㉔> 총선 석달 돼 가도록 정부 구성 못하고 있어

총리 인준 절차 표류하는 중, 경우에 따라 사상 첫 재선거 가능성도

<알쓸신잡-스웨덴㉔> 총선 석달 돼 가도록 정부 구성 못하고 있어
총리 인준 절차 표류하는 중, 경우에 따라 사상 첫 재선거 가능성도


울프 크리스텐손 - 현재 스웨덴 제2 정당인 보수당의 당수. 14일 총리 후보로 올랐지만 의회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다. (사진 = SVT 화면 캡처) 울프 크리스텐손 - 현재 스웨덴 제2 정당인 보수당의 당수. 14일 총리 후보로 올랐지만 의회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다. (사진 = SVT 화면 캡처)

스웨덴 총선이 지난 9월 9일 이뤄졌으니 이제 거의 석 달이 돼 가는데 스웨덴은 아직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총리를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스웨덴은 현재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스웨덴은 내각제다. 즉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총리와 장관 등 정부를 구성한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스웨덴의 원내 7개 정당 중 과반을 차지한 정당은 없다.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다. 내각제 국가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의회를 일컫는다. 이런 상태에서는 집권당도 없고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각제 국가에서는 이런 경우 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한다.

스웨덴은 지난 2006년과 2010년에는 보수당(M)과 중앙당(C), 자유당(L)이 연정을 이룬 보수연정이 집권했다. 2014년에는 사민당(S)과 녹색당(MP)이 연정한 진보 적록연정이 정부를 구성했다. 정체성이 비슷한 정당 간의 소연정이다.

지난 9월 총선이 만들어낸 스웨덴의 의석 분포는 총 349석 중 사민당(S) 101석, 보수당(M) 70석, 스웨덴민주당(SD) 62석, 중앙당(C) 31석, 좌파당(V) 28석, 기민당(KD) 23석, 자유당(L) 19석, 그리고 녹색당(MP) 15석이다. 어느 정당도 과반인 175석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연정을 해야 하는데 연정에도 문제가 있다. 두 달 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지만, 사민당을 중심으로 한 사민계 진보진영(S+V+MP)이 합쳐도 144석으로 과반에 턱없이 부족하고,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비사민계 보수진영(M+C+L+KD)이 합쳐도 143석 밖에 안된다. 그러니 정부 구성의 키는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에게 있었다. 하지만 사민계든 비사민계든 그 누구도 스웨덴민주당과의 연정을 거부했다.

아니 뢰프 - 중앙당의 당수. 의회 의장으로부터 총리 후보 지명을 받았지만 스스로 고사했다. (사진 =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화면 캡처) 아니 뢰프 - 중앙당의 당수. 의회 의장으로부터 총리 후보 지명을 받았지만 스스로 고사했다. (사진 =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화면 캡처)

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웨덴은 어떻게 총리를 선출하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까?

스웨덴의 정부 구성 단계는 이렇다. 총선거를 통해 349석의 의회 의석이 확정되면 우선 의회 의장과 부의장을 뽑는다. 그러면 의회 의장은 현 총리의 연임 여부를 상정한다. 현 총리의 연임이 가결되지 않을 경우 의장은 새로운 총리 후보를 상정한다. 이때 의장은 각 정당과 새 총리 후보에 대해 의논한다.

이렇게 해서 새 총리 후보가 결정되면 의장은 이를 의회에 상정해 투표한다. 여기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새 총리가 탄생한다. 하지만 부결될 경우 의장은 다른 정당의 당수를 다시 지명할 수 있다. 의회 의장의 새 총리 후보 지명은 총 4회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새 총리 후보가 부결되면 의장은 의회의 해산을 명령하고 총선거를 다시 실시한다.

지난 정권 스웨덴의 총리는 사민당의 스테판 뢰벤이다. 그는 총선 직후 총리 연임 투표에서 연임에 실패했다. 안드레아스 노르리엔 의회 의장은 지난 14일 사민당 다음의 의석수를 가진 보수당 당수 울프 크리스테르손을 새 총리 후보로 내세워 총리 인준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이 인준안도 부결됐다. 총 154표(보수당 70표, 스웨덴민주당 62표, 기민당, 22표)를 얻는데 그쳤다.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은 물론, 과거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중앙당과 자유당이 반대했다. 반대표가 195표다. 울프 크리스텐손이 신나치주의 극우성향인 스웨덴민주당의 지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스테판 뢰벤 - 사짐당 당수이며 지난 정부의 총리. 연임 투표는 부결됐지만, 다시 새 총리 후보로 지명돼 곧 인준 표결이 이뤄진다. (사진 =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화면 캡처) 스테판 뢰벤 - 사짐당 당수이며 지난 정부의 총리. 연임 투표는 부결됐지만, 다시 새 총리 후보로 지명돼 곧 인준 표결이 이뤄진다. (사진 =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화면 캡처)

그러자 의장은 이번에는 제4 정당인 중앙당의 아니 뢰프 당수에게 정부 구성의 임무를 맡겼다. 그는 각 정당들의 표를 모아 총리 인준안을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아니 뢰프는 스스로 총리 후보를 고사했다. 아무리 연정을 한다고 해도 원내 10%도 안되는 31석의 당수로 정부를 구성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앙당은 이전에 사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집권을 해본 경험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부족이라고 느낀 것이다.

결국 안드레아스 노르리엔 의장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스테판 뢰벤 전 총리를 다시 총리 후보로 상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의회는 곧 스테판 뢰벤에 대한 총리 인준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총리 연임 투표에서 과반의 표를 얻지 못했던 스테판 뢰벤이 이번에는 인준을 받을 수 있을까?

스웨덴 정가에서는 반신반의 속에서 그래도 긍정론은 대세다. ‘총선을 다시 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전망이다. 보수당 울프 크리스텐손에게 반대표를 던졌던 사민당+중앙당+좌파당+자유당+녹색당이 합하면 195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스테판 뢰벤은 연임 투표에는 실패하고도 결국 연임하는 최초의 스웨덴 총리가 되는 셈이다.

아직까지 스웨덴 역사상 총리 선출에 실패해 총선거를 다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재선거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이석원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