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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얻은 MVP 김재환, 어떻게 봐야 하나

김윤일 기자
입력 2018.11.19 16:15 수정 2018.11.19 16:15

투표인단 487점 얻으며 린드블럼, 박병호 제쳐

금지약물 복용 전과자에 명예는 과분하다는 평가

MVP 수상으로 명예까지 얻은 김재환. ⓒ 연합뉴스 MVP 수상으로 명예까지 얻은 김재환.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를 정규 시즌 1위로 이끈 김재환이 2018시즌 MVP로 선정됐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 다빈치볼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부상으로는 트로피와 3300만원 상당의 K7 차량이 주어졌다.

성적만 놓고 볼 때 김재환의 MVP 수상은 당연하다. 그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올 시즌 139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이라는 괴물급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MVP 수상의 공식과도 같은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동시에 따내며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데 이견은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야구팬들은 김재환의 MVP 수상을 장담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수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에게 따라붙는 꼬리표, 즉 금지약물 복용 전력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김재환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봉인해제 시킨 2016년부터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자의든, 타의든 기량을 급격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반칙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스포츠의 기본 철학과도 같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세계반도핑기구가 있을 정도로 위반자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금지 약물 스캔들로 수차례 곤욕을 치른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역대급 선수로 추앙받았던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등 투, 타 레전드들은 아직까지도 명예의 전당 입회를 허락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금지약물 복용 전과자가 MVP에 오른 사례는 없으며, 수상 후 적발된 알렉스 로드리게스, 라이언 브론 등은 명예가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금지약물 전과가 드러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선수 생활 말년은 초라했다. ⓒ 게티이미지 금지약물 전과가 드러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선수 생활 말년은 초라했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KBO리그는 달랐다. 김재환은 본격적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킨 2016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이미 면죄부를 받았다. 과거의 잘못은 징계를 받았으니 더는 들춰낼 필요가 없다는 기자단의 심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 같은 판단은 2년 뒤 MVP 투표로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이제 김재환은 공식적으로 명예까지 갖춘 선수가 됐다.

MVP에 대한 개념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MVP(most valuable player)란 가장 잘하는 선수에게 주는 것이 아닌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가치’에 대한 정의가 상당히 포괄적이지만 오로지 실력만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을 한다.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투표인단들이다. 많은 야구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반칙을 저질러 징계를 받고 나면 그대로 지름길로 달려가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다는 명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번 MVP 시상식이 아시안게임 병역 관련 문제로 가뜩이나 성나있는 야구팬들의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것은 아닌지 야구계 종사자들이 다시금 되짚어 봐야할 문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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