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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론분열’ 조장의 도구가 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상소제도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 2018-11-19 08:20
<김우석의 이인삼각> 청와대게시판, 국민갈등과 국론분열의 조장공간
대통령과 청와대, 헌법을 무력화시키는 장을 만들어 놓고 즐기고 있어


국민청원 게시판ⓒ청와대 홈페이지국민청원 게시판ⓒ청와대 홈페이지

대학생 아들이 MT를 간다고 짐을 쌌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학생들도 함께 가니?” 아들 이 대답했다. “그럼 반은 여자야.” 입이 근질거렸지만, 의례적인 인사만 하고 배웅했다. 하고 싶었던 말은 “여자들과 접촉할 때 조심해야 한다”였다. 하지만, 그렇게 조심해서 여자는 어떻게 사귀나 싶어서 참았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속담도 생각났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지난 주 ‘이수역 폭행사건’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단순 말싸움, 몸싸움이 ‘이성혐오’ 성대결로 확대됐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달궜다. 이 청원게시물에서 하루 만에 30만명 이상이 여성의 주장에 지지를 보냈다. 곧이어 여성들이 먼저 도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남녀의 대리전 전장이 되었다. 결국, 경찰청장이 나서 ‘철저수사’를 공헌했다. 경찰이 목격자 증언과 CCTV를 확인한 후 여성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남자의 손을 쳐 사건이 시작됐다는 잠정결론을 발표했다. 극적인 ‘반전드라마’다. 이번 주에는 양 당사자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장외에서 이 공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와중에 민심은 더욱 흉흉해진다. 아들가진 부모는 여성을 조심하라고 하고, 딸을 둔 부모는 남성을 경계한다. 이게 정상일까?

비단 이 사건 뿐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전쟁통이고, ‘아수라장’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중이다. 과거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나 싶다. ‘갑질’, ‘여혐’, ‘남혐’, ‘폭력’과 ‘폭행’ 등 엽기적인 뉴스가 매일 지면과 화면을 장식한다. 뉴스프로그램을 ‘19금 등급’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은 심정이다. 국민들은 모두 자기가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 두려움은 공포가 되고, 타인을 향한 폭력적 언행의 동력이 된다. 모든 국민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잘못된 기준과 방향이 제시된 사회는, 모든 사회현상에서 누구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 그래서 ‘남탓을 하지 않으면 독박을 쓴다’는 불안감에 목소리높여 타인을 가해자로 지목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갑질’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을 안하면 된다. ‘남혐’, ‘여혐’을 피하기 위해 이성을 만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고용이 없으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고 누구도 행복해 질 수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이성이 서로 만나지 않으면 결혼을 할 수 없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도 막을 수 없다. 이와같은 모든 ‘사회적 갈등’은 경제적 어려움의 결과인 동시에 원인이다.

해법을 잘못 찾으면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지금이 그렇다. 문제의 해법을 찾아 제시해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역주행의 진앙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이 있다. 청와대게시판이 문제를 해결하는 용광로가 아니라 국민갈등과 국론분열의 조장공간이 되고 있다. 많은 게시물이 청와대에서 해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게시물의 대부분이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자는 것이다.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의견들도 다수 있다. 사법부는 법과 판사의 양심만으로 판결해야 한다. 여론이나 행정부의 압박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것이 헌법정신이다. 그런데,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 헌법을 무력화시키는 장을 만들어 놓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홍보담당자가 한 이야기가 있다. 한 강연회에서 들은 내용이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공개게시판이 없다. 국민은 이메일로 민원하고 이에 대해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선택적으로 대답을 들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와대에서 게시판이 없어지면 우리국민들은 난리가 날 것이다. 그래서 없앨 수 없다.’ 현실적으로 맞는 측면이 있다. 또 게시판이 여론을 형성하는 시장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떤 학자는 ‘난장’의 역할을 중시하며, 그런 역할을 ‘공론장’이 해야 하고 그것이 공공기관의 게시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그 범위를 분명히 크게 넘어섰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안을 게시토록하고, 군중을 흥분시켜, 여론화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여론에서는 흥분으로 생성된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팩트(Fact)’가 된다. 지난 정부의 탄핵과정에서 원인은 사라지고 분위기만 남아 대통령을 하야시켰다. 지금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황당한 주장들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재판과정에서 증명되는 일은 매우 희박하다. 현 정부가 임명한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재판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분위기는 있는데 원인이 없다. 그런 분위기를 계속이어가기 위해 언론이 새로운 사실들을 무리하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청원게시판을 활용하는 형국이다.

조선시대에도 권력자는 게시판과 비슷한 기재를 활용했다. ‘상소제도(上疏制度)’다. 상소는 지금의 게시판의 역할을 했다. 상소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지만, 많은 경우 정쟁의 수단이 되 정적을 제거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이를 ‘참소(讒訴)’라고 한다. ‘악한 말로 남을 헐뜯고 고소하는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상소를 통해 선정을 폈지만, 독선과 오만에 찌든 군주는 상소를 활용해 폭군이 됐다. 자발적인 상소를 그렇게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측근들에게 상소를 하게 했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획된 조작이다. 이런 상소(참소)는 많은 ‘사화(士禍)’의 원인이 됐다. 대부분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낳았고, 사회를 피폐하게 했다.

상소보다 더 위태로운 것은 ‘중우정치(衆愚政治)’다. 군중심리를 활용해 폭정의 수단을 삼는 것이다. 대부분 정통성을 의심받는 독재자가 활용하는 방법이다. 중국의 ‘문화혁명’이 대표적이다. 정치권내 경쟁을 통해 정적을 물리치는 것이 불가능해 지자, 기득권을 활용해 군중을 충동질하고 이를 통해 반대파를 숙청하는 것이다. 대부분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군중의 광기를 활용한다. 나치, 북한 등 독재정권의 청년근위대 조직이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 정권은 거리와 인터넷 공간의 팬덤[fandom]에 기반한다. 거리에는 민노총과 전교조가 있었고, 온라인 공간에는 ‘문팬’과 ‘맘카페’ 들이 있다. 그 팬덤은 전 정권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했다. ‘그 분노가 사라지면 현 정부의 기반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한 결론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적폐청산’을 멈출 수 없다. 그러나, 전 정권의 ‘적폐’는 한계가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적폐까지 들춰냈지만 ‘약발’이 과거와 같지 않다. 다음은 ‘생활적폐’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해 분노를 재생산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가 있다. 그런 분노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만큼 돌려받게 된다. 굶겨서 사납게 만든 사냥개가 종국에는 주인을 사냥하듯... ‘적폐청산’과 청원게시판의 글들이 험하면 험할수록 현정부도 더욱 위험한 칼날 위에 설 수 있다. 연착륙을 위해서 이제라도 그 칼날을 무디게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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