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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마리 고양이 방치? 이것이 묘권”

이혜진 에디터
입력 2018.11.17 10:53 수정 2018.11.17 11:00

[인터뷰] 자연, 사람, 고양이가 공존하는 ‘고양이정원’

ⓒ 고양이정원 인스타그램(소셜콘치) ⓒ 고양이정원 인스타그램(소셜콘치)

고양이는 자연과 있어야 자연스럽다. 고양이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어울린 고양이는 보기에도 좋다. 꽃향기를 맡는 고양이, 돌멩이를 굴리고 노는 고양이, 나무를 긁는 고양이, 잠자리를 잡는 고양이 등.

서울 강서구에는 ‘고양이정원’이 있다. 울타리가 있는 정원에서 이 곳의 고양이들은 장난감보다 매미, 사마귀, 메뚜기, 나비, 잠자리, 참새, 꼬마 쥐 등에 관심을 보일 때가 많다. 사냥과 실외활동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고양이의 신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자연 환경이다.

이 곳의 고양이들은 사람 친화적이다. 잔디에 누운 사람의 몸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고양이는 모두 103마리. 그런데 왜 바깥에 있는 것일까. 박서영 '고양이정원' 대표에게 물었다.

13일 서울 강서구 고양이정원의 직원들이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3일 서울 강서구 고양이정원의 직원들이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동물, 본래 습성대로 살아야…고양이정원, 묘권 인식 개선시켜”

-고양이를 정원에서 키우는 이유는?

동물보호법 3조의 기본 원칙엔 동물이 본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과 동물보호 시행령‧시행 규칙은 앞뒤가 맞지 않다. 앞(법)에선 동물들이 본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써놓고 시행령 어디에도 동물이 본래 습성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한 조항이 없다. 그렇다보니 고양이카페, 고양이호텔들이 실내에 고양이를 가둬놓는다. 최소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고양이정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최소한 저런 (자연)환경을 갖추고 운영하는 (고양이)카페면 가볼만 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실내 전용 고양이 카페들이 고양이를 수십 마리씩 실내에 몰아넣고 전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여기에 공감대를 가진 분들이 많다. 고양이정원이 묘권(고양이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개선시켰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고양이들이 햇빛을 쐬고 땅을 밟을 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으니까.

13일 박서영 고양이정원 대표가 건물 2층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원의 암벽 앞엔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박 대표는 고양이가 나무를 타는 습성이 있어 암벽도 잘 탄다며 과거 어떤 사람이 고양이 4마리를 훔친 뒤 학대하고 살해해 문 앞에 두고 가 그 때 이후 담장과 암벽 등에 펜스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3일 박서영 고양이정원 대표가 건물 2층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원의 암벽 앞엔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박 대표는 고양이가 나무를 타는 습성이 있어 암벽도 잘 탄다며 과거 어떤 사람이 고양이 4마리를 훔친 뒤 학대하고 살해해 문 앞에 두고 가 그 때 이후 담장과 암벽 등에 펜스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양이 집에서만 키워야 한다? 가치관이 다를 뿐”

-고양이를 자연에 풀어놓고 키우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특정 고양이 커뮤니티 회원들은 고양이를 집 안에서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양이가 밖에 나와 있는 사진을 올리면 퇴출당한다. 하지만 고양이에겐 본래 나무를 타고 사냥을 하는 습성이 있다. 전 그 분들을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르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분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할 자세도 되어있다.

-그들은 고양이정원이 ‘틀렸다’고 생각하나.

고양이정원에 고양이가 8마리만 있었을 때 어느 날 그 고양이들이 다 사라진 적이 있다. 알고보니 캣맘들이 다 데리고 갔더라. 그 때 일이 지금까지도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 분들이 보기엔 고양이들이 ‘방치’되어 있어 고양이를 ‘구조’해 ‘입양’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오해다. 그냥 고양이를 키우는 가치관과 방법이 다를 뿐이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고양이정원의 고양이들이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는 식으로 말해선 곤란하다. 고양이를 자연에 풀어놓고 키우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맞지 않는 생각이 아닐까.

13일 강서구 고양이정원 건물 안에서 박서영 대표가 비누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안고 있다. 비누는 골이형성증을 앓고 있어 발가락을 절단했지만 다시 재발됐다. 하지만 예쁜 생김새 때문에 여자 손님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왼쪽). 같은 날 고양이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하품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양이정원의 고양이들이 오전에 활동량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3일 강서구 고양이정원 건물 안에서 박서영 대표가 비누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안고 있다. 비누는 골이형성증을 앓고 있어 발가락을 절단했지만 다시 재발됐다. 하지만 예쁜 생김새 때문에 여자 손님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왼쪽). 같은 날 고양이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하품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양이정원의 고양이들이 오전에 활동량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고양이…많이 키울 자신 없으면 중성화수술을”

-고통스러워하긴커녕 처음 보는 사람 노트북 위에 올라가고, 졸졸 따라오던데.

정원에서 본래 습성을 유지하며 살다보니 다른 실내 전용 카페들의 고양이보다 스트레스가 덜하다. 그래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곤 한다. 고양이정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반려동물복지법 제정을 청원하는 팝업창이 뜨더라.

‘본래 습성’ 말하는데 그런 내용을 빼면 구체적으로 법이 어떻게 제정되길 바라나. 고양이를 많이 키울 자신이 없다면 꼭 중성화수술을 하게 해야 한다. 자신이 책임질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분양을 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반려동물을 분양받기 쉬워진다. 그러면 반려동물 때문에 생기는 사소한 불편함에도 쉽게 파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법적으로 정비돼야 할 게 많다.

13일 강서구 고양이정원의 고양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3일 강서구 고양이정원의 고양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양이는 ‘공존’하는 존재, 사람에게 즐거움 줘야 할 의무 없어”

-고양이정원 대표에게 고양이는 어떤 존재인가.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존재다. 고양이가 나에게 일방적으로 즐거움을 제공해야 하는 존재도 아니고, 반대로 내가 고양이를 떠받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내가 고양이 집사이긴 하지만. 고양이정원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고양이가 함께하는 곳이다. 고양이정원은 묘권을 중시하는 만큼 103마리 고양이가 주인이고 우선이다. 관련 협회나 단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소셜콘치 기자 (ktwsc28@socialco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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