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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과거 분양원가 공개 어땠나

이정윤 기자
입력 2018.11.19 06:00 수정 2018.11.19 06:06

상암동 분양원가 공개…고가분양 개선되지 않아

은평뉴타운, 분양가에 분양원가 짜 맞추기?

장지‧발산지구, 주변시세 반값에 분양…수억원 시세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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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부터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40일간의 입법예고 후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사실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걸었다.

이후 2004년 노 전 대통령은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입장을 달리했다. ‘사회적인 논리로는 찬성, 경제 논리로는 반대’가 그 이유였다.

그럼에도 참여정부는 2007년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제도를 도입했다. 이로써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공공택지는 61개, 민간택지는 7개가 됐다.

잇단 규제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오히려 공급감소라는 부작용만 커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1개에서 12개로 축소시킨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기위한 도구로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집값을 잡으려면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늘릴 것이 아니라,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강화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고분양가를 차단하고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데, 이미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거 분양원가를 공개했던 아파트들은 어땠을까. 시세차익 투기세력을 차단하겠다며 원가와 상관없이 주변시세와 비슷하게 분양가를 맞추기도 하고, 주변보다 절반 수준의 가격에 분양하기도 하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 이 단지들은 분양원가 공개와 상관없이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집값이 맞춰진 상태다.

◆상암동 분양원가 공개…고가분양 개선되지 않아

2004년 서울도시개발공사(현재 SH공사)는 마포구 상암택지지구 상암7단지 40평 아파트 분양원가를 736만2000원으로 공개했다. 해당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1210만원으로 분양이윤이 평당 40%나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어 상암5‧6단지도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평당 분양원가는 5단지, 6단지 각각 747만9000원, 814만8000원이었다. 평당 분양가는 각각 1210만5000원, 1248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들은 앞서 7단지와 마찬가지로 원가에 비해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논란을 피하진 못했다.

당시 서울시 측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인근 40평대 아파트들과 분양가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에서 짓는 아파트의 분양원가는 개발방식이나 택지 확보 방법이 달라 민간업체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은평뉴타운, 분양가에 분양원가 짜 맞추기?

2006년 은평뉴타운 개발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서올시는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34평은 입주자의 70%가 원주민인 점을 고려해 분양가를 분양원가에 그대로 맞춰 평당 1151만원에 분양됐다. 나머지 평형은 원가에 5% 이윤을 붙여 ▲41평 1321만7000원 ▲53평 1425만6000원 ▲65평 1446만9000원 등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하지만 평균토지비가 평형마다 제각각인 등 석연찮은 부분이 많아, 분양가를 먼저 정해놓고 그것에 맞춰 분양원가를 짜 맞췄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원가공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분양가로 오히려 주변 시세를 끌어올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장지‧발산지구, 주변시세 반값에 분양…수억원 시세차익

2007년 송파구 장지택지지구 10‧11단지와 강서구 발산택지지구 2단지는 처음으로 58개 항목에 이르는 세부 분양원가와 분양가를 공개했다.

장지10단지 26평형의 경우 분양원가는 1억9030만원(평당 761만원), 분양가는 1억9650만원(평당 786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시 인근 집값이 평당 1800만~24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시 장지‧발산택지지구 분양은 원주민에게 전량 특별공급 되고 일반분양분이 없어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입주 후 곧바로 매매가 가능해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다.

현재 장지10단지 26평형은 올해 10월 9억원에 실거래 됐다. 마주보고 있는 장지9단지 같은 평형은 지난달 8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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