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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의 한달' 있었던 일은…한국당, 혁신 가능할까

정도원 기자 | 2018-11-15 15:00
김병준·전원책, 미세한 균열 차차 번져가듯…
'존재 않는 권한' "비대위 연장" 발언에 파국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원책 변호사가 '고별 기자회견'을 끝으로 자유한국당의 무대에서 일단 퇴장했다. 본인 스스로도 "혁신을 거부하는 정당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9월 30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삼고초려를 하고 있다"며 전 변호사의 실명을 처음 언급했다. 당시에는 '전권 문제'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부터 이미 "조금 성급하다"며 당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튿날인 10월 1일에는 이른바 "전례없는 권한" 발언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나왔다. '전권'과 '전례없는 권한'의 미세한 차이가 비극의 서막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하던 시점이었다.

4일에 전 변호사의 조직강화특별위원 내정 사실이 공식 발표됐지만, 이진곤·전주혜·강성주 위원이 선임되기까지는 일주일 이상이 소요됐다. 전 변호사 스스로도 11일 간담회에서 여러 사람과 접촉하고 최종 단계까지 갔지만 이런 이유, 저런 이유 때문에 선임하지 못한 사례들을 설명했을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선임이 지체되자 김 위원장은 몇몇 사람을 거명하며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임명권을 양도했지만 특위 구성이 지체되는 과정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추천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머릿속 스케쥴에는 이미 내년 2월말 비대위의 종료와 전당대회 일정이 들어 있었다. 조강특위 구성이 하루하루 지체되는 게 마음을 조급하게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전 변호사는 이미 이 때부터 2월말에 전당대회를 한다는 생각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 변호사는 비대위 활동기간과 관련해 접촉 단계에서부터 "2월까지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권'을 받았으니 비대위 활동기간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차피 내년 2월까지 인적 청산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느긋하게 활동을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돌연 김 위원장이 이런저런 사람을 추천하며 재촉하는 것을 보고 '인사 간섭'으로 생각했을 여지가 있다. 전권을 주겠다는 말과 다른 것 같아 불편했을 수도 있다. 오해는 여기에서부터 누적되기 시작했다.

한 달여 간 있었던 일 대부분 '행동' 아닌 '말'
허업(虛業)이 아닌 실무는 '남겨진 자들의 몫'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를 위해 환하게 웃으며 복도를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를 위해 환하게 웃으며 복도를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후로 수 주 동안은 전 변호사의 '발언 릴레이'였다. "'태극기 부대'는 극우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끝장토론을 하자" 등의 발언이 나왔다.

이 중 '태극기 부대'가 보수대통합의 대상인지 여부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끝장토론'도 홍문종 의원이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론화하면서, 김무성 의원과의 사이에서 "이성을 잃은 대응"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계파 갈등이 재점화하는 단초가 됐다.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고집하면 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발언은 나중에 '12인 전당대회 불출마 명단' 사태로까지 확장됐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당내에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다.

"언행을 조심해달라", "묵언수행하겠다"는 의미없는 말이 오간 뒤, 마침내 파국의 직접적 발단인 비대위 활동기간 문제가 닥쳐왔다.

전 변호사는 지난 6일 "보수대통합의 기반을 닦으려면 비대위 체제를 7월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위 기구인 조강특위가 상위 기구인 비대위의 활동기간까지 언급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사실 비대위를 7월까지 끌고갈 권한은 김 위원장에게도, 당의 그 누구에게도 없다"며 "전권 문제를 떠나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권한을 전 변호사에게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술회했다.

'직접적인 압력'을 받은 김 위원장은 이튿날인 7일, 2월말 전당대회 계획을 공개적으로 재천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문제의 "그런다고 김병준 본인에게 대권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발언이 8일 튀어나왔다. 결국 9일, 한국당 비대위는 전 변호사를 문자로 전격 해촉했다.

한 달여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난 듯 하지만, 대부분은 말싸움이며 허업(虛業)에 불과했다. 실제 '가죽을 벗겨낸다'는 혁신 활동은 없었다. 혁신은 하지도 못한 채 비대위의 동력만 저하된 것이다.

한국당 3선 의원은 "자기들의 갈등을 잠재우지 못해 외부 인사를 데려왔다가, 그 외부 인사들끼리도 갈등이 났다는 비웃음은 덤"이라며 "당도 상처를 입었다"고 개탄했다.

범보수 진영의 잠재적 자산이던 전 변호사는 큰 상처를 입었으며, 김병준 위원장도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흠집이 났다는 것도 손실로 지적된다.

김병준, 범보수 진영 합류·자산된 것은 소득
전원책, 당밖에서 '혁신과 대안' 구성 시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원책 변호사를 전격 해촉하기 전날인 지난 8일 오전 비대위원회의 도중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원책 변호사를 전격 해촉하기 전날인 지난 8일 오전 비대위원회의 도중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이 전원 해촉된 것은 '엎질러진 물'이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당무감사는 두 달 전에 미리 공고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당협위원장이 있는 상태에서 당협을 감사하는 '당무감사'가 아니라, 전원을 해촉한 뒤 비워놓고 심사하는 '당무실사'를 한다는 '꼼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의 정치적 로드맵에 따르면 2월말까지, 일부 잔류파 중진의원들의 주장에 의하면 1월말까지 당무실사를 마무리하고 전국 당협위원장을 재선정하며, 당헌·당규를 손질해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허업 아닌 실무는 남겨진 자들의 몫이 됐다.

당협위원장 재선정 과정에서 일부 혁신은 가능하겠지만, 결국 혁신의 완성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권력'의 과제로 넘어갈 전망이다.

갈등의 당사자인 김병준 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의 향후 정치적 행로는 어떻게 될까.

한국당 관계자는 "'노무현 사람'으로 여겨지던 김병준 위원장이 이번 비대위 체제를 통해 범보수 진영으로 넘어온 것은 큰 소득"이라며 "당내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많기 때문에, 우리의 잠재적 자산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전 변호사는 15일 보도된 인터뷰에서 '혁신과 대안'이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내달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전면에 나선다지만, 전 변호사가 정치적 내상을 입은 직후라 그 규모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신당까지 시사한 것은 조금 섣부른 것 같다는 느낌"이라면서도 "한국당의 전당대회 결과와 당권의 향배에 따라서는, 당 밖에서 일정한 원심력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고 관측했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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