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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말만 하는 北, 독박 자초하는 南

이배운 기자 | 2018-11-15 04:00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핵무기 개발의혹, 남북관계 논란에도 '묵비권' 일관하는 北
北논란, 대신 수습 나서는 정부…사회·외교적 부담 막중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한다는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남북미 중재외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북측에 기운 행보로 한미공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북한이 비밀리에 미사일을 개발을 지속하고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보고서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도대체 누구의 대변인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언론에서도 “북한에 대변인이 있다면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신들도 비슷한 비판을 제기한 적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게재한 '文정권은 북한 대변인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미 정상의 중재역을 자처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에 더 쏠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회의론자들을 겨냥해 북한이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정부가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게 된 것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북한이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제대로 밝히는 경우가 드문 탓이다. 북측은 핵무기 개발 의혹, 남한 정부 관계자 모욕, 남북합의 불이행 등 논란이 불거져도 그에 대한 해명이나 전후사정 설명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처럼 대내외에서 북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 정부는 오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외교부·국방부·통일부·청와대 등 각급의 역량을 동원해 안간힘을 썼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변 기관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북한이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로 노동신문을 통해 남한 당정을 비방하는 논평 53건,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비방논평을 8건 이상 게재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내뱉고 마는 것이다.

최근 북한 매체는 한미 군사당국이 실시하는 해병대 연합훈련에 대해 "백해무익한 반민족적 범죄행위이자 북남관계 파국의 불씨"라며 즉각적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우리 정부의 유엔 인권결의안 참가 의사에 대해서는 "겨레의 지향에 맞게 제정신을 차리고 온당하게 처신하라“고 비난했다.

또 지난 9월 아베 신조 내각의 위안부 사죄 거부에 대해서는 "인민의 천년숙적인 왜X들의 사등뼈(척추뼈)를 분질러야한다"며 독설을 퍼부었고, 5월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겨냥해서는 "아둔한 얼뜨기"라고 지칭하며 풍부한 어휘력을 과시했다.

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핵 리스트를 제출할 수 있겠냐"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을 겨냥한 불신을 방치하고 키운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북한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7일 한반도 평화 관련 특강에서 "북한이 국제자본의 투자를 받으려면 비핵화라는 변화뿐만 아니라 시장체계가 적용될 수 있는 개혁개방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교 부분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지금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소통 행태를 벗어나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인정받고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와함께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한 대내외의 불신을 대신 해소시키기 위해 외교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 비핵화 여정이 미완에 그치게 되면 우리는 외교적으로 얼마나 큰 책임론에 휩싸이고 사회적 혼란을 겪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남북관계 발전-남북미 상호신뢰 강화-비핵화 진전'의 선순환 구상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을 대신해 피해를 감수할 이유는 없다. 북한에 대한 신뢰를 살려주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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