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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적자' 노리는 손학규…'철통방어' 한국당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1.13 03:00 수정 2018.11.13 08:09

孫 "YS 민주화 위업은 바른미래당의 전통될 것"

김무성계·친이계와 'YS'라는 정치적 뿌리 공유

한국당 '적자 양보 없다'…같은날 '맞불' 놓아

부산행 손학규, 부마항쟁 국가기념일 격상 촉구
孫 "YS 민주화 위업은 바른미래당의 전통될 것"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안장식 현장을 찾아 비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3년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손 대표는 12일 오후 부산시의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의원직 제명으로 촉발된 부마민주항쟁을 국가기념일로 격상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안장식 현장을 찾아 비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3년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손 대표는 12일 오후 부산시의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의원직 제명으로 촉발된 부마민주항쟁을 국가기념일로 격상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첫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부산·울산·경남에서 개최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 지역이 낳은 거물 정치인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 자리를 노리는 모습이다.

총선 전 정계개편까지도 시야에 두는 손학규 대표의 포석에, 김 전 대통령을 당의 '뿌리' 중 한 명으로 간주해온 자유한국당은 경계하는 모양새다.

손 대표는 12일 울산에서 현장최고위를 연 뒤, 곧바로 부산을 찾았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진 손 대표는 이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마민주항쟁을 국가기념일로 격상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979년 10월의 부마항쟁은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신정권에 의해 국회의원 제명을 당한 일로 촉발됐다. 이로 인해 '김영삼의 아성'이라 불리던 부산·마산 일대에서 대규모 반(反)유신 항쟁이 일어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부마항쟁을 1993년 김 전 대통령의 직접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손 대표가 챙기는 모습은 일견 자연스럽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부마민중항쟁이 일어났고, 부마항쟁을 계기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하면서 유신 체제가 종식된 역사적 배경이 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화의 위업은 바른미래당의 중요한 전통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계·친이계와 'YS'라는 정치적 뿌리 공유
친박 한국당 장악 전제로 중도개혁통합 노리나


상도동계 직계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빈소를 지키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상도동계 직계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빈소를 지키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자연스럽게 김 전 대통령을 '당의 뿌리'로 가져오면서,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로 예상되는 정계개편까지도 시야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평소 손 대표는 한국당 당권은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은 친박계에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예언'해왔다.

그렇게 되면 김무성계와 옛 친이계는 설 자리가 없게 되는데, 이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김 전 대통령을 정치의 뿌리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모시며 정치를 배운 상도동계의 직계다. 지난 2015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김 전 대표는 당시 집권여당 대표였는데도 불구하고, 빈소에서 조문객의 구두를 손수 집게를 들어 일일이 정리하며 '상도동계의 막내'다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1992년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하던 김 전 대통령에 의해 비례대표(당시 전국구) 의원으로 발탁된 게 정계 입문의 계기였다.

손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적통(嫡統)을 자처하는 것은 한국당 당권이 친박계로 되돌아가는 형태로 정계개편이 촉발될 경우, 한국당에서 이탈할 혁신·비박계와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모색할 명분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상도동계와 친이계의 교집합에 있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역할'을 할 공간도 열리게 된다.

이렇게 'YS'를 한국당에서 분리해내면서 "자유한국당은 당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오른쪽 맨끝으로 내몰리게 되고, 바른미래당이 개혁보수 세력을 끌어들여서 중도개혁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 오른쪽에 있게 되는 상황"이 손학규 대표가 공언하는 '그림'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적자 양보 없다'…같은날 '맞불' 놓아
추도위 구성…공동위원장 김병준·김성태 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빈소를 지키던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조의를 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 김 전 대통령에 의해 전국구 의원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빈소를 지키던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조의를 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 김 전 대통령에 의해 전국구 의원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한국당을 '3당 합당' 이전으로 퇴행시키려는 손 대표의 노림수에, 김 전 대통령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당의 뿌리'로 여기는 한국당이 앉아서 당할 리가 없다.

한국당은 이날 손 대표의 부산행에 때맞춰 홍보본부 명의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민주주의의 불꽃' 김영삼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을 정성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적자 자리 양보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당 홍보본부는 "이번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은 자유한국당 차원에서 공식 추진하겠다"며 "전당원의 모든 정성과 예우를 다해 추도식 행사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추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는 박관용 상임고문과 함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최고지도부가 직접 나섰다.

오는 20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식 추도식을 엄수함과 동시에, 추도식을 전후한 주간에는 전국 시·도당에 추도 현수막을 게첩하는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의 역사'임을 분명히 못박겠다는 의지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김영삼 졸개들을 족보에서 파내라'고 극언하는 등 당 일각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한 불호(不好)가 '정치적 스승'인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로까지 확산되는 기류가 눈에 띈다"며 "손 대표가 적자를 자처하고 나서게 되면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역사가 어느 당의 뿌리인지를 놓고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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