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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고초려’와 ‘문자해촉’... 야, ‘내부개혁이냐 외부수혈이냐’ 딜레마는 계속된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11.12 08:09 수정 2018.11.12 08:45

<김우석의 이인삼각> 비대위, 식물지도부…보수진영 소몰텐트도 불가능해져

건강한 야당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그래도 다시 시도해야 한다

<김우석의 이인삼각> 비대위, 식물지도부…보수진영 소몰텐트도 불가능져
건강한 야당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그래도 다시 시도해야 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 조직사무부총장,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용태 사무총장, 김 비대원장, 전원책 변호사, 강성주 전 MBC 보도국 국장, 이진곤 국민일보 논설고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 조직사무부총장,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용태 사무총장, 김 비대원장, 전원책 변호사, 강성주 전 MBC 보도국 국장, 이진곤 국민일보 논설고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원책 변호사가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위원에서 결국 경질됐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십고초려’하며 모셔온 지 한달여만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최고위원을 대신하는 비상대책위원(이하 비대위원)도 아니었다. 산하기관이라도 위원장이면 모를까 일개 위원의 해촉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과거에 본 기억이 없다. 게다가 조강특위가 당헌·당규상 상설기구도 아니다. 법적근거를 찾아봤다. 당헌도 아니고 <지방조직운영규정>에 근거한 조직이다. 해당 규정 제30조(국회의원선거구 조직위원장) ⑤항에 “효율적이고 공정한 조직위원장 공모 및 선정 절차 진행을 위하여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의 협의를 거쳐,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전략기획부총장 및 조직부총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7인 이내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평시에는 필요한 조직이 아니라는 뜻이고, 실지로 조직이 구성되지 않는 시기도 많았다. 조강특위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도 아니고 (임시직인) 비대위원장이 임명했으니, 그 법적지위는 더욱 허약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십고초려’라며 한껏 의미를 부풀린 당 지도부가 문제였다. 그렇게 의미부여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형식을 밟아야 했다. 비대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비대위원을 하며 조강특위를 책임지게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비대위원은 정족수가 규정돼 있지 않다. 비대위원장이 맘만 먹으며 얼마든지 임명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비대위원들의 존재감과 역할을 보면 전원책 변호사가 임명된다 해도 시비걸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데, 산하 비상설기구의 일원에 임명했다. 그때부터 의미와 형식의 엇박자가 시작됐다. 또 위원장도 아닌 위원으로 임명했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다. 당규 상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위원장을 맡는 자리다. 그러나 당규는 당헌과 달리 필요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전임 조강특위위원장도 사무총장이 아닌 외부인사였다. 규정을 바꿀 수도 있고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 위원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이게 두 번째로 의미와 형식이 맞지 않는 것이다.

한국당 비대위는 이런 위치의 일개 위원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전권’의 의미도 명확치 않았다. 최고위원회를 대신하는 비대위도 ‘전권’을 온전히 갖지 못하는 조직이다. 자신이 제대로 갖지도 못한 것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상거래로 보면 ‘사기’다. 현 정부에서 정부부처가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위원회’에 전권을 주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형식도 형식이지만, 내용적으로도 차이가 컸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범위 내에서의 ‘전권’”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이 전원책 변호사의 각종 발언이 권한범위를 벋어난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던 것이 그 증거다. “‘평론가’로서 개인적 의견”이라고 까지 했다. 전 변호사는 당황했을 것이다. 자신이 그 이상의 ‘전권’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당에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지명도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변호사로서 후회를 했을지도 모른다. ‘당헌·당규라도 확인하고 입당을 결정할 걸...’

‘단두대’로 상징되던 전 변호사는 ‘전권’을 ‘인적청산’으로 받아 들였고, 국민들도 같은 의미에서 지지했을 것이다. 비대위도 못하는 일을 비상설 임의기구의 일개 위원에게 전적으로 맡긴 것이다. 스스로 입에 넣지 못할 정도의 ‘뜨거운 감자’를 씹어서 바치라는 말이다. 입에 화상을 입던지 말던지 알 바 아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신세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임명권자도 정규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의욕(혹은 욕심)이 앞선 전변호사는 이런 요구에 부응하려 애썼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말썽도 많았다. 말하는 것마다 ‘오버’였다. 존재와 기대가 ‘오버’니 메시지가 ‘오버’가 아닐 수 없었다. △ ‘태극기 부대’ 영입, △ 보수통합전당대회, △ 전대시기문제 등 설화가 끊이지 않았다. 내용으로 보면 호기롭지만, 권한 밖 얘기임에 틀림없다.

‘태극기 부대 흡수’는 가능하지 않은 말이다. 오만하기까지 했다. 입당은 자유다. (전과나 해당행위자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허가의 대상이 아니다. ‘허가제’라도 태극기 부대임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태극기 부대임을 증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닌 것을 증명할 방법이 있는가? 게다가 국회의원과 핵심당직자들이 태극기 집회를 참석하는데, 이를 제척사유로 삼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차별이다. ‘통합전대’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상대는 하지 않겠다는데, 덩치가 좀 더 큰 쪽이 계속 하겠다고 하면 ‘위력에 의한 강요’다. 상대도 상대지만, 여론은 더욱 싸늘해 질 것이다. 가치를 둘째 치고, ‘유권자의 선택지’를 줄이는 결과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한참 남았기에,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위의 문제들은 논란은 있었지만, 비대위차원에서도 ‘불감청 고소원 (不敢請 固所願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 바임)’인 이슈들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 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시기’ 문제는 좀 달랐다. 통합전대를 위해 연장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비대위원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대위는 이미 ‘과부하(過負荷)’다. ‘인적청산’도 ‘통합전대’도 현실적으로 녹녹하지 않았다. 우회로로 조강특위를 선택했으나 길을 잃었다. 이제 최소한의 명분을 지키며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최선의 과제가 됐다. 현 비대위는 “이전에 비해 친박-비박 갈등이 줄었다”는 것이 유일한 업적이었다. ‘휴전상태’인 것이다. 각 진영은 다음 대표선출에 몰두하느라 현지도부를 비판할 여력이 없다. 비대위가 ‘대과(大過)없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전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다 보면 벌집을 쑤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스스로 협공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음 대표에게 ‘무난히’ 자리를 넘겨주며 미래를 기약해야 할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비대위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전 변호사를 해촉한 것이다. 위촉할 때 못지않게 파장은 요란했다. ‘문자해촉’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원래 통화가 힘들어 문자로 당무를 협의했다고는 하지만, 그 전날도 사무총장이 만났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비대위원장이 직접 만나 양해를 구하고 해촉을 했어야 했다. 이제 비대위도 식물지도부가 됐다. 보수진영 빅텐트는 고사하고 소몰텐트도 불가능해졌다. 주변에서 관심을 표하던 황교안, 오세훈 등 지명도 있는 인물도 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용히’ 마무리할 일만 남았다.

그럭저럭 새로운 지도부를 뽑을 수는 있겠지만, 국민들은 다음지도부에도 희망을 갖기 힘들 것이다. 흉과 흠이 그대로인 상품에 주인도 뻔하니 그 점방을 찾을 이유가 없다. 또 악순환이다. 그래도 다시 시도해야 한다. 건강한 야당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음 지도자로 누가 뛰든, 누가 되든 최소한 해야 할 일이 있다. 현실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는 진정성과 개선하려는 작은 노력이다. 또 누군가 뒤에 숨어 얼굴마담을 앉히고 당을 좌지우지 하려 한다면 국민은 완전히 포기하고 정말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다음 총선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빅뱅(Big bang)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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