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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전원책, '삼고초려'로 시작해 '읍참마속'으로 끝났다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1.11 00:00 수정 2018.11.10 17:54

'삼고초려'했는데…왜 '수어지교' 될 수 없었나

'전권' 개념 차이, 라이프사이클…소통 부재 심화

결국 '읍참마속'…스케쥴 신뢰 높아진게 유일한 성과

'삼고초려'했는데…왜 '수어지교' 될 수 없었나
"모실 때 세 번 찾아갔다면, 헤어질 때는 열 번"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지난달 11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환하게 웃고 담소하며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주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지난달 11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환하게 웃고 담소하며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주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원책 조강특위'가 결국 파국을 맞이했다. "'십고초려'하며 좋은 분을 모시려 노력했다"며 시작했던 '전원책 조강특위'는 결국 문자메시지로 해촉 사실을 알리는 비정한 '읍참마속'으로 끝났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용태 사무총장 등과 함께 흡사 유비가 관우·장비 데리고 융중으로 나아가 제갈량 모시듯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 전원책 변호사를 모셨다. 그러나 관우·장비의 질투를 불러일으킬 정도라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까지 낳았던 유비·제갈량 관계와는 달리 김병준·전원책 관계는 37일만에 틀어지고 말았다. 왜일까.

한국당 비대위 핵심관계자는 9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모실 때 세 번 찾아가 '삼고초려'라면, 헤어지는 과정에서는 열 번은 찾아갔다"며 "전 위원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한밤중에 김 위원장이 할증요금을 내며 전 위원을 찾아간 적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위원장은 최후까지 파국을 피하려 애썼다. 그는 지난 2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전 변호사의 돌출 언행 문제가 나오자 "당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느냐"고 되레 언성을 높였다. 수면 위에서는 엄호사격을 하며 물밑에서는 이견 조율을 위해 애썼지만, 조직 생활을 해보지 않은 전 변호사가 정당 조직에 대한 이해와 관념이 크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김병준 위원장이 말한) '전권'은 '조강특위 전권'을 주겠다는 것이지, 당의 전권을 주겠다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도 그렇게 이해했다.

실제로 조강특위 내에서는 전례없는 권한이 부여됐다. 7명의 위원 중 한 명에 불과한 전 변호사가 당연직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전원을 선임했다. 의결도 당연직 위원장을 맡는 사무총장을 배제한 채 전 변호사가 선임한 위원들끼리만 하겠다고 했다. 별도 회의 공간을 국회와 당 밖에 요구한 것도 관철됐다.

이날 전 변호사는 해촉 직후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에 특정 인물을 넣어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전 변호사에게 '전권'이 주어졌던 게 사실이라는 방증이다. 조강특위 위원 임면권은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원래대로라면 전 변호사에게 "넣어달라"고 할 것도 없이 본인이 임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넣어달라"고 했음에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전 변호사에게 조강특위에 한해서 '전권'이 있다는 것을 오히려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전 변호사는 이러한 '조강특위 내 전권'이라는 개념과는 달리 △'태극기 부대'도 보수대통합 대상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끝장토론' 추진 △전당대회 불출마 대상 12인 열거 등 조강특위 업무권한·범위와 무관한 월권적 발언을 계속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취임 100일 일성에서 '계파 갈등 완화'를 자신의 대표 업적으로 꼽았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전 위원이 하나하나마다 계파 갈등을 폭발시킬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더 이상 참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병준 인사청탁? '조강특위 전권' 넘겼단 방증
'라이프사이클' 고집도 소통 부재 심화시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지난달 11일 나란히 서서 취재진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과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지난달 11일 나란히 서서 취재진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과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른바 '라이프 사이클' 문제도 불신을 누적하고 촉발한 원인 중 하나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뒤에도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을 이어갔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해촉 문자 통보'가 문제가 되자 "그 시간대에는 전 변호사와 유선 연결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지금까지 그 시간대에는 문자로 연락드리고 사후에 전 변호사가 (잠에서 깬 뒤) 내게 연락하는 방식으로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조강특위 전권을 받아 조직의 책임있는 일원이 된 분이 평소 자유로운 신분일 때처럼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며 "일도 잘하고 소통도 잘했다면 문제될 일 없었겠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나니 평소 그런 상태에서 소통이 잘됐을지 어떨지는 상상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발언도 발언이고 라이프사이클도 그렇지만, 전 위원이 조강특위를 '자신만의 왕국'으로 가져가려 한 것도 문제"라며 "자신이 위촉한 조강특위 외부위원은 자신만 틀어쥐려 하고,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외부에서 접촉하려는 것은 자신의 장악력을 떨어뜨리는 시도라 생각해 극도로 경계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조강특위 외부위원과의 만찬 회동에 전 변호사는 반대의 뜻을 표명했으나, 결국 나머지 외부위원들은 참석하고 전 변호사만 불참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후 전 변호사는 만찬이 고급 일식점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문제제기하며 불쾌감을 피력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외부에서 어렵게 모신 분들을 비대위원장이 '김밥천국'에서 만찬을 해야 맞느냐. 이렇게 했더라면 또 홀대 논란이 일었을 것"이라며 "전 위원은 김 위원장과 다른 외부위원들이 만나는 자체가 싫었던 것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부분이 안팎에서 공감을 사지 못한 점이 이날 전원책 변호사의 해촉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3인의 외부위원이 동반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진곤 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우리가 다같이 우르르 나가버리면 정말 남의 일을 봐주러 들어왔다가 망치고 나가는 격이 된다"며 "책임진 일은 나름대로 마무리해주고 나가기로 세 사람이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당의 입장에서는 그게 (이미 알려진 전당대회 일정을 미루는 게)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종전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런 (일정이 촉박한)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대위의 입장에 대해서도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그래도 '조강특위 와해' 최악 사태는 피했다
비대위 로드맵 신뢰 높아진 것은 유일한 성과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이 9일 해촉된 가운데, 전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외부위원들이 김용태 사무총장 등과 회의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이 9일 해촉된 가운데, 전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외부위원들이 김용태 사무총장 등과 회의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조강특위 와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하더라도, 전 변호사를 위촉했다가 스스로 해촉한 김 위원장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갈량이 마속의 목을 벤 것으로 책임을 면피(免避)한 게 아니라 직후 승상에서 우장군으로 내려앉은 것처럼, 임면권자로서 해촉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충북도당 여성·청년당원간담회에서도 "임명권자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것이 다 내 불찰이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말에 전당대회를 해서 '선출된 권력'에 당권을 이양한다는 정치적 스케쥴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대내외에 천명됐다는 분석이다. '읍참마속'의 유일한 긍정적 효과다.

이외에도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류도 읽힌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 변호사가 당 외곽에 머물면서 몸값이 계속 올라, 이번에 조강특위를 고사했으면 다음에는 비대위원장이나 공관위원장으로 위촉됐을 수도 있다"며 "그랬더라면 정말 럭비공이 어디로 튀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이번에 여러 가지로 훌륭한 생각을 가진 분이지만 당무에는 적합치 않은 인물로 일찍 검증이 돼서 다행"이라며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생길 뻔 했는데, 당에는 최소한도의 피해만을 남긴 채 호미로 잘 막았다"고 평가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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