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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김동연, '문재인정권의 유진룡' 될까

정도원 기자 | 2018-11-11 01:00
前정부 출신이지만 능력·소신 평가받아 등용
소신이 정권 독주에 방해되자 '헌신짝' 공통점
정책난맥상 잘 아는 인물…'부메랑' 기능할까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이견을 보이다 9일 전격 경질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을 듣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이견을 보이다 9일 전격 경질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을 듣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이견을 보이다 전격 경질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문재인정권의 유진룡'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김동연 전 부총리를 경질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사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 전 부총리도) 장점이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어떤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있고, 그러한 요소들이 지금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애매하게 설명했다.

불과 1년 반 전에 문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출입기자들 앞에 서서 김 전 부총리를 향해 "나와 인연은 없지만,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관료"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하며 추어올렸던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추어올렸던 그 '통찰력'과 '유능함'이 되레 경질 원인이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으로 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이대로 밀어붙일 경우, 거시경제의 파국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소극적이나마 저항하다가 경질됐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전 부총리의 경질을 바라보며 박근혜정권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가 1년 5개월만에 전격 경질된 유진룡 전 장관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많다.

유진룡 전 장관은 본래 노무현정권에서 차관으로 봉직했기 때문에 박근혜정권에는 기용되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러나 노무현정권 시절 청와대 핵심 실세의 아리랑TV 부사장 인사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던 점이 높이 평가돼, 박근혜정권 첫 문화체육부장관으로 영전했다.

당시 박근혜 당선인 측 관계자는 "야당 정권 아래서 활동했던 인물이라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다면 주저없이 발탁하는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박근혜정권에서도 노무현정권 때와 같은 청와대의 인사청탁이 반복된 것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유 전 장관에게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고 부적절한 청탁을 했다. 유 전 장관이 노무현정권 때처럼 이를 거절하자, 김 전 실장은 "시키는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화를 냈고, 이후 유 전 장관은 1년 5개월만에 경질됐다.

'야당 정권에서 활동했더라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다면 주저없이 발탁하겠다'더니, 능력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낙하산 인사청탁'을 했다가 거부하자 경질하는 구태를 똑같이 반복했던 셈이다.

이후 유 전 장관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자신이 내각에 있던 당시의 '낙하산 인사청탁', '해경 해체 과정에서의 국정난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한 사실을 아는대로 털어놓아 박근혜정권을 궁지로 몰았다.

박근혜정권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으나 청와대 핵심 실세의 인사청탁을 거절해 전격 경질됐던 유진룡 전 장관이 지난해 1월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박근혜정권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으나 청와대 핵심 실세의 인사청탁을 거절해 전격 경질됐던 유진룡 전 장관이 지난해 1월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김동연 전 부총리의 경질 과정을 복기해보면, 유진룡 전 장관이 경질당하는 과정과 흡사한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전 부총리는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예산실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라는 요직을 지냈으며, 박근혜정권에서도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직전 정권 9년을 뭉뚱그려 '적폐'로 몰아붙이는 현 정권에서는 등용되기 어려운 처지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부총리의 지명 사실을 직접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며 그를 정권 첫 경제부총리로 기용했다.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과 '유능함'이 이유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표면상의 이유 외에 김 전 부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내놓았던 '경제민주화'에 대해 쓴소리를 했던 것과, 세월호 사고 직후 중앙일간지 기고에서 유가족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내비쳤던 것이 가점 요인이 됐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런데 정작 기용하고보니 '거시경제 통찰력'과 '유능함'은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는데 방해만 됐다. 박근혜정권에 '쓴소리'했던 점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 '쓴소리'는 현 정권에게도 똑같이 돌아왔다.

정권 첫 장관이지만 김 전 부총리는 유 전 장관처럼 1년 6개월을 전후한 시점에 결국 경질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향후 관건은 김 전 부총리가 유 전 장관처럼 적절한 시점에 현 정권의 경제정책 관련 난맥상과 '코드 인사'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등 '부메랑'으로 기능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당 의원은 "경제사령탑이었던 김 전 부총리는 근본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현 정권의 경제정책 결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를 냈던 통계청장이 해임된 과정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텐데 향후 김 전 부총리의 '입'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김 전 부총리를 향해 "점점 뜨거워지는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위기가 아니다'라고 잠꼬대하는 무리들, 그걸 방치하는 대통령과 헤어지라"며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달라"고 손짓을 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당과 김 전 부총리가 때이르게 접점을 형성하는 것은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향한 그의 '쓴소리'에 정파적 색깔을 입히게 되는 등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동연 부총리에 대해 한국당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생각"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당의 입장이 없고, 당 의원들도 섣부른 입장을 갖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단 거리를 뒀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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