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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낙마…재계 "반기업· 반시장 정책 가속화" 우려

박영국 기자 | 2018-11-09 15:06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9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9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바른 말 하던 김 부총리 18개월만에 교체"…시기 부적절·참모정치 강화 비판
시장·재계 요구 외면한 코드 인사…소득성장 기조 유지 가능성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수장이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자리에서 물러나며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폭주해온 문 정부에서 그나마 현실감각을 갖춘 경제관료라는 평가를 들어왔던 김 부총리의 낙마로 최악의 상황을 저지할 브레이크가 사라졌다는 착잡한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했다.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장 실장 자리에는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각각 내정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시장과 경제사령탑의 소통과 정책기조의 일관성을 확보할 것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시장과 재계의 요구와 기대를 외면한 인사라는 반응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로 김 부총리가 물러나면서 정부와 청와대가 그동안 경제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소득주도성장’을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고용참사, 분배 악화, 자영업자 문제 등은 소득주도 성장이 초래한 부작용이다.

재계는 사실 경제사령탑 교체설이 불거지자 한편으로는 경제팀 교체로 정책기조 변화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이번 인사가 외부 영입보다 코드가 확실히 맞는 인사들을 발탁한 것으로 보이면서 실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경제회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규제 혁신과 기업인의 의욕을 살리기 위한 의지와 노력을 정부가 진정성있게 보여줘야 함에도, 오히려 청와대가 여전히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과 경제주체에게 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제나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해 왔고, 국책연구기관에서조차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면서 “그나마 현실감각을 갖춘 이는 김 부총리 뿐이었는데 앞으로는 누가 중심을 잡아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문 정부 인사 중 드물레 호평을 받은 사례였고, 비교적 합리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때문에 정부 정책에 있어 ‘바른 말’을 해온 김 부총리를 내치면서 문 정부의 폭주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최근 경제지표 악화의 근본 원인은 소득주도 성장에 치우친 정책인데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김 총리에게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를 한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 경제팀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부작용을 언급한 것도, 현 경제상황을 정확히 인식한 것도 김 부총리가 유일했다”면서 “김 부총리를 내보냈다는 것은 앞으로 쓴소리를 안 듣고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경제가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할 사안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숱한 부작용을 초래한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그는 다음날 “경제에서만큼은 여야 간 이념·프레임 논쟁을 벗어나 함께 과감하게 책임 있는 결정이 따랐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전에도 종종 경제정책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왔던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부총리는 또 지난달 18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2년 동안 29% 오른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적정한지를 묻는 질의에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좀 빨랐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 여부를 묻는 질의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 또는 보완 필요성을 느끼느냐는 질의에도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 있겠지만 그동안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펼쳐온 재계 입장에서는 그나마 현실감각을 가진 경제관료가 있다는 점을 알게 해준 대목이었다.

예산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예산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을 성급하게 교체한 것이 청와대의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대립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이면서 오래 못 갈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다소 이른 시점에 교체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중도적 성향이던 김 부총리가 물러나면서 (야당과의) 협상 창구가 다소 팍팍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 새 경제팀의 수장이 된 홍남기 부총리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이 많다. 홍 신임 부총리는 기획재정부에서 경력을 쌓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긴 하지만 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조정실 실장으로 일해오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참모정치’를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바른 말을 하던 김 부총리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소득주도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문 정부의 일방통행을 순순히 따를 측근을 앉힌 셈”이라고 꼬집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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