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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는 비싸고 보장받긴 힘들고" 외면 받는 CI보험

부광우 기자
입력 2018.11.12 06:00 수정 2018.11.12 09:47

올해 상반기 신계약 18만2690건…전년比 20.9%↓

좀처럼 끊이지 않는 고객과 갈등에 생보사들 고심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설계사나 개인·법인대리점, 직영 채널 등을 통해 유치한 치명적질병(CI)보험 신계약은 총 18만2690건으로 전년 동기(23만998건) 대비 20.9%(4만8308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설계사나 개인·법인대리점, 직영 채널 등을 통해 유치한 치명적질병(CI)보험 신계약은 총 18만2690건으로 전년 동기(23만998건) 대비 20.9%(4만8308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대표적 보장성 보험인 치명적질병(CI)보험 신계약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고액 상품임에도 막상 병에 걸렸을 때 보장을 받기는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고객들의 불만이 크게 늘면서 한 때 높은 인기를 누렸던 CI보험은 이제 생명보험업계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설계사나 개인·법인대리점, 직영 채널 등을 통해 유치한 CI보험 신계약은 총 18만2690건으로 전년 동기(23만998건) 대비 20.9%(4만8308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CI보험 계약 유치 실적이 같은 기간 4만5439건에서 2만5783건으로 43.3%(1만9656건) 급감했다. 이어 흥국생명의 CI보험 신계약이 6742건에서 3841건으로 43.0%(2901건) 줄며 감소폭이 컸다. NH농협생명도 9873건에서 6515건으로 34.0%(3358건)나 줄었다. 이밖에 한화생명(-27.0%)과 미래에셋생명(-24.2%), 교보생명(-12.2%), ABL생명(-11.4%), DB생명(-10.6%) 등의 CI보험 신계약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생보업계의 CI보험 실적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지난해보다도 더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생보사들의 CI보험 신계약은 44만6008건으로 전년(91만811건) 대비 51.0%(46만4803건) 줄며 1년 새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이처럼 CI보험의 판매가 줄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높은 보험료가 꼽힌다. 국내 보험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다른 보장성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비싼 CI보험이 전면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CI보험은 종신보험의 일종으로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중병이 발생했을 때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살아 있을 때 별도의 생활보험금을 받아 고액의 치료비나 실직에 따른 생활비, 장해에 따른 간병비 등 다목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망보험금을 당겨 받다 보니 일반적인 종신보험보다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CI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욱 냉랭해졌다. 상품 이름에 담겨 있는 것처럼 치명적 질병이 아니면 보장을 받기가 힘들어서다. CI보험은 약관 상 인정하는 중대한 질병이나 수술 담보가 아니라면 보험금을 미리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암에 걸렸을 경우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종양의 전이 범위가 아니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CI보험은 고객들의 불만을 키우는 주요 상품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CI보험 신계약 건수 대비 불완전판매 비율은 0.16%로 암보험(0.11%)이나 저축보험(0.08%) 등을 웃돌았다.

불완전판매는 영업 과정에서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이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보험사와 가입자들 간 분쟁 요인이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생보사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CI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ABL생명으로 0.49%를 나타냈다. 이어 흥국생명(0.44%)과 오렌지라이프(0.32%), 동양생명(0.31%) 등의 CI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이 생보업계 평균 이상이었다.

이처럼 CI보험에서 고객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생보사들에게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보험 소비자 불만에 칼을 갈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고객 민원이 유독 많다며 보험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금융권 전체 민원에서 보험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5%로 가장 높았다. 이에 윤석헌 원장은 지난 9월 이른바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소비자 시각에서 근본적인 원인과 개선점을 고찰해야 할 시점이라며 연말까지 대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험료에 쓰는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다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건강보험이 대체제가 되면서 CI보험은 사양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기존에 판매된 CI보험에서 발생하는 고객 불만은 앞으로 생보사들에게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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