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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지 않은 부분 있다" 김무성, '탄핵 논란' 떠안은 이유는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1.08 17:09 수정 2018.11.08 18:44

'탄핵찬성은 헌정수호' 침묵 끝내고 반격 나서

'불편한 진실' 꺼낸 이유…친박 선거전략 저지

당 분열시키는 自害프레임 짜지 말라 '으름장'

"광장 분노 폭발했으면 어떤 결과 나왔겠느냐"
'탄핵찬성은 헌정수호' 침묵 끝내고 반격 나서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이 공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을 이어가던 혁신·비박계를 대표해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전면에 나서 논란을 떠안았다.

김무성 의원은 7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이 마비되고 광화문에는 수십만 명이 촛불시위를 하는데, 광장의 분노가 폭발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느냐"라며 "탄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탄핵에 찬성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당시의 선택으로 현행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해냈다는 점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만약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되거나 투표가 이뤄지지 않는 등 헌법적 절차가 마비되면, 그 다음에는 '민중봉기' 절차로 갔을 개연성이 높다"며 "대통령이 끌어내려지고 국회도 해산되면서 헌정이 전면적으로 중단되고, 과도정부가 구성된 뒤 현행 헌법의 절차에 의하지 않은 신(新)헌법 제정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9차에 걸친 우리나라 개헌 역사 중 구(舊)헌법 절차에 따라 신헌법으로 개정한 사례는 몇 차례 되지 않는다.

4·19 이후 제2공화국 헌법은 허정 과도내각에서, 5·16 이후 제3공화국 헌법은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유신 이후 제4공화국 헌법은 비상국무회의에서, 12·12 이후 제5공화국 헌법은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초(超)헌법적으로 제정됐듯이, 기존 헌정을 중단시키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뒤 새 헌법을 기존 절차에 의하지 않고 제정해 국민투표에 부치는 행태가 반복됐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국회 탄핵 투표가 부결돼 광장의 '촛불' 세력에 의해 87년 헌정이 전복됐더라면, 상상할 수 없는 급진적인 신헌법이 제정됐을 것"이라며 "올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 의결을 의식해 완화된 형태였지만, 촛불혁명을 헌법 전문에 삽입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관련 조문을 전부 들어내는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면서 헌정의 전복을 꾀할 여지가 없어졌다. 이후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으며, 자유민주주의 정치·경제질서와 자유민주적 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진하도록 하는 현행 헌법은 살아남았다. 개헌 시도도 국회에서 저지됐다.

김무성 의원이 "헌법재판관 8명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두 분도 탄핵에 찬성했다"며 "광장의 분노가 비등점을 향해 막 끓어오르는데, 법의 테두리로 끌어들인 게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불편한 진실' 꺼낸 이유…친박 선거전략 저지
당 분열시키는 自害프레임 짜지 말라 '으름장'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최고위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비박·혁신계의 대표 격인 김무성 의원이 갑자기 '불편한 진실'을 꺼내들며 공세로 전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박계 중진의원은 "탄핵 찬성이 당시 민중봉기를 막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지켜내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도 "굳이 친박계에 반격하지 않는 것은 그렇게 되면 탄핵까지 이르게 된 잘잘못을 다시 꺼내야 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갇힌 처지에 불쌍하게 그렇게까지 해야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김 의원도 "지금 와서 탄핵으로 모든 게 다 이렇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면 또 공방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동안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며 "나도 할 말이 얼마나 많겠느냐만은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묵언(默言)하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친박계에서 먼저 날을 세우고 나섰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에 앞장서고 당을 나갔다 들어온 사람들이 무슨 당을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며 "탄핵하고 당을 배신했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기들 마음대로 둘러앉아 위원장을 나눠먹고 말이 안 되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이 이 지경이 됐다"고 비난했다.

친박계가 먼저 이 문제를 꺼내든 것은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종의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거인단에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 성향의 책임당원도 일부 있기 때문에, 당권을 준비하고 있는 의원들은 직접 대응에 나서 논란을 벌이기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당대회 출마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인 김 의원이 혁신·비박계의 대표 격으로 총대를 메고 논란을 떠안았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종의 '김무성 리더십'"이라며 "자신과 뜻을 함께 해온 의원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전면에 나서서 '태극기 부대'의 '총알받이'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이날 "(만약 탄핵 찬반의 잘잘못을 끝장토론하는) 그러한 장이 벌어지면 언제든지 내가 나가서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밝히지 않았던 부분이 많다"고 친박계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끝장토론'이 벌어지면 비박계 누구를 대신 내보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대표로서 토론에 응할 것이라는 '선전포고'다.

아울러 "지금까지 밝히지 않았던 부분이 많다"는 것은 친박계를 '매장'할 수 있는 다른 공격 소재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친박계를 향해 섣불리 선거 전략으로 탄핵 문제를 꺼내들지 말라고 경고함으로써, 혁신·비박계 원내대표 후보와 당권주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김무성 대표는 전당대회가 보수우파를 통합하는 계기를 만드는 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다"며 "보수우파를 통합할 수 있는 새 당대표가 선출돼야 하는데, 친박계가 탄핵 문제를 꺼내들어 교란하려 한다면 가만히 두고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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