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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익 나눠라"...이익공유제 실효성 있나?

조인영 기자
입력 2018.11.08 06:00 수정 2018.11.08 10:11

강제 이익 배분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 재산권 침해 우려

일부 협력사만 수혜…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

중소벤처기업부 이상훈 소상공인정책실장이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이상훈 소상공인정책실장이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강제 이익 배분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 재산권 침해 우려
일부 협력사만 수혜…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


정부가 대기업·중소기업이 협력해서 낸 성과를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추진키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어디까지나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이나 오히려 중소기업간 양극화, 대기업 경영활동 위축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계획'을 논의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재무적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에 배분하자는 것으로, 이익 범위를 넓히고 협력 유형도 수·위탁 관계 뿐 아니라 유통업, 플랫폼, 프로젝트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여하는 대기업은 법인세 감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가중치 등 인센티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부는 의무가 아니라 자율적 판단에 맡겨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참여 기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미참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미루어 사실상 준강제적 제도라고 평가한다. 이익을 강제배분하게 될 경우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 위축과 재산권 침해 등을 우려한다.

무엇보다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 등 기존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협력사로 확대하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배당으로 돌아갈 기업 이익이 협력사로 확대되는만큼 주주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도입 초기부터 '배임' 등의 혐의로 이사회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영활동의 자기부담 원칙도 위배된다. 제도만 보면 중소기업은 이윤은 공유하되 대기업이 지는 손실 리스크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 연구·생산 단계부터 판매까지 모든 리스크를 대기업이 감당하는 상황에서 이윤만 놓고 중소기업과 나누는 구조는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이나 오히려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기업이 1차 협력사 외에 2차, 3차 협력사에게까지 이익을 공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실제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의 수는 전체 중소기업의 20.8%에 불과하다. 1차 협력사에만 편익이 집중되면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1차 협력사에 포함되기 위한 치열한 물밑작업으로 대기업과 협력사간 갑을관계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기회에 협력사를 해외기업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협력사들의 경영상황은 오히려 악화된다. 제도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대신 자율적 상생협력을 유도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2012년 도입돼 시행중인 성과공유제도를 보완하고, 갑질 등 대기업-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와 함께 적발 시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익 배분을 법제화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오히려 혁신산업,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경제에 따라 기업간의 자율적인 협력관계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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