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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렸지만...' 마트 vs. 제조사 우유 가격 놓고 눈치싸움

김유연 기자
입력 2018.11.06 15:52 수정 2018.11.06 16:01

가계부담 최소화위해 대형마트 할인행사 및 덤증정 진행

우유 가격인상, 소비자 부담 증가… 제도 개선 시급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고 있는 소비자들.ⓒ데일리안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고 있는 소비자들.ⓒ데일리안

#.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는 대형마트에 흰 우유를 구매하러 갔다가 예상 외의 지출을 하게 됐다. 1ℓ 흰 우유와 1+1 행사를 하는 우유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결국 행사 상품 우유를 구매한 것. 게다가 1+1 할인 제품은 1000원 상당의 유제품까지 증정하고 있어 구매 욕구가 더 생겼다.

유업체들이 우유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지만 대형마트에서는 여전히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마트는 매출 감소를 감내하더라로 판매촉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제조사는 매출 절반 이상이 대형마트에서 이뤄지는 만큼 가격인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유통채널별로 할인행사 및 덤증정 프로모션을 진행해서라도 흰우유 소비를 부추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서울우유 흰 우유(1ℓ기준)는 2570원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서울우유 흰 우유(1ℓ) 2570원, 홈플러스도 롯데마트와 동일하게 2570원에 판매되고 있다.

우유 가격을 인상 했음에도 가계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통채널별로 가격인상 전과 같은 수준의 할인, 덤증정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가격인상을 단행한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900ml 기준)는 대형마트에서 1개당 252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맛있는 우유(900ml 기준)는 1+1 제품은 4750원에 판매되고 있다.

우유 가격이 오른 것은 올해 8월 젖소에서 바로 짜낸 원유 가격이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상승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 제품의 가격을 지난 8월부터 3.6%(흰 우유 1ℓ 기준) 인상했다. 서울우유에 이어 남양유업도 순차적으로 우유제품 가격을 평균 4.5% 인상한다. 이번 인상으로 남양유업 대표 우유제품인 '맛있는 우유 GT' 경우 200ml는 33원, 500ml는 50원이 인상되며 1ℓ는 900ml로 용량이 변경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 유업체들로부터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듣지 못했다"며 "원유 인상 폭이 큰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서 대대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않고 파매 촉진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유업계 전체가 가격인상을 단행하게 될 경우 상황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대형마트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봐야하는 실정"이라면서 "우유는 유통 단계에서 마진이 거의 없는 제품이기에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에도 불구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가뜩이나 흰 우유 시장 정체기에 유업체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저출산으로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져 우유 제품 소비량만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맹목적인 가격 경쟁이 아닌 정부와 업계의 제도 개선을 통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 남양유업에 이어 매일유업, 동원F&B , 연세우유, 건국유업 등 다른 유업체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며 "문제는 매년 우유가 많이 생산돼 남아도는 상태지만 원유 가격은 생산비에 연동돼 있어 계속 오르고 있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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