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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경쟁" 대형손보사, 펫보험 '엇갈린 선택'

부광우 기자
입력 2018.11.07 06:00 수정 2018.11.07 06:03

포문 열어 제친 메리츠화재…DB손보 이어 삼성화재도 참전

보장 기간 확대·가입 요건 완화 두고 저마다 다른 판단 눈길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이른바 펫보험으로 불리는 반려동물 대상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이른바 펫보험으로 불리는 반려동물 대상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이른바 '펫보험'으로 불리는 반려동물 대상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보장 기간을 얼마나 길게 설정할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식 등록되지 않은 반려동물까지 가입을 받아줄지 여부를 두고 저마다 다른 판단을 내놨다는 점이다. 이는 아직 펫보험에 대한 손보업계의 운영 경험이 부족한 탓으로, 현재의 엇갈린 선택에 따라 향후 발목을 잡히는 손보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이 새로운 펫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상해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상품이다. 펫보험에 가입하면 반려동물의 수술이나 입원은 물론 통원 치료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자신의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 배상 책임이 발생했을 때 비용을 보전 받을 수도 있다.

포문을 연 곳은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달 15일 반려견의 의료비를 보장하는 '펫퍼민트 퍼피앤도그(Puppy&Dog)보험'을 내놨다. 메리츠화재가 새 펫보험을 선보인 것은 2013년 이후 5년여 만의 일이다. 메리츠화재는 해당 상품을 가지고 2년여 간 영업을 벌였지만 워낙 가입자 유치가 미미해 결국 2015년에 접어들며 판매를 중단했었다.

해당 상품이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경쟁 손보사들의 셈법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메리츠화재의 신규 펫보험은 출시 된 지 보름 만인 지난 달 말까지 2000건에 가까운 가입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계약 건수가 2600여건 정도였던 손보업계 전체 펫보험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남다른 성적이다.

이에 DB손보는 이번 달 1일 '아이러브펫보험'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DB손보는 이 펫보험이 반려견의 질병·상해에 따른 통원과 입원, 수술에 따른 비용은 물론 장례지원비까지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에 나섰다.

마침내 국내 최대 손보사인 삼성화재까지 참전을 선언하면서 펫보험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5일 반려견의 입·통원의료비 및 수술비, 배상책임, 사망위로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펫보험 신상품 '애니펫'을 출시했다.

이처럼 최근 등장한 펫보험들 중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 Puppy&Dog보험은 가장 공격적인 상품이라고 평가받는다. 기존 펫보험들에 비해 보장 기간이 길어졌음에도 가입 장벽은 오히려 낮아져서다. 그 만큼 판매 확대에는 장점 있지만 보험사가 져야 할 부담은 크다는 의미다.

우선 이 상품은 생후 3개월부터 만 8세까지 가입 가능하고 최대 만 20세까지 보장한다. 반려견의 평균 수명이 크게 높아져 올해 15세 정도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평생 보장이 가능한 셈이다.

특히 반려견의 지자체 등록을 가입 요건에서 완전히 제외한 측면은 가장 관심을 받은 부분이다. 지금까지 펫보험은 시·군·구청에 정보가 등록된 반려동물만 가입을 허용해 왔다. 이는 보험사가 펫보험을 악용한 과도한 보험금 청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반려동물은 사람들이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펫보험에 가입하고 미등록 반려동물 여러 마리를 진료하거나 동물병원이 보험금을 중복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DB손보는 이 같은 보장 기간과 가입 대상 확대 중 한 쪽만 선택한 모습이다. DB손보의 아이러브펫보험은 3년 간 동일한 보험료를 납입하는 3년 갱신형 상품으로, 반려견의 연령이 20세일 때까지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 다만, 메리츠화재처럼 지자체 미등록 반려견까지 가입을 받지는 않는다.

삼성화재는 절충안을 내놨다. 삼성화재의 애니펫의 보장 기간은 최대 10여년 정도다. 애니펫은 생후 60일부터 만 6세 11개월까지의 반려견이 가입할 수 있으며, 만기 재가입을 통해 최대 만 12세 11개월까지 보장 가능하다. 미등록견도 가입은 가능하지만, 가입 시 반려견명·견종·생년월일·성별·털 색깔 정보와 얼굴전면과 측면전신 사진 2매, 예방접종증명서 또는 분양계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보장과 가입 조건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 중 하나는 펫보험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서다. 누구도 대량의 펫보험 계약을 운영해보지 못한 만큼, 새로운 구조의 상품을 내놨을 때 얼마나 이득이 나올지 혹은 손실이 발생할지 예단하기 힘든 여건이다. 실제로 국내 반려동물의 수가 1000만마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까지 가입률은 0.2%대에 불과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무등록 반려견도 가입 가능한 장기 보장 펫보험까지 등장한 것을 두고 향후 손해율 상승 등 걱정 어린 시선도 만만치 않다"며 "반려동물 시장 성장으로 펫보험이 손보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대로 된 경험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손보사들이 당장의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보장 기간을 늘리고 가입 요건을 완화하면서 미래 보험료 상승이나 모럴헤저드 위험 등 향후 역효과에 대한 염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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