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판매 절반 의존" 대리점 향한 손보 빅5 '동상이몽'

부광우 기자
입력 2018.11.06 06:00 수정 2018.11.06 06:02

상반기 빅5 원수보험료서 대리점 비중 49.8%…전년比 0.7%P↑

판매 수당 지원 늘리는 현대해상·메리츠화재…삼성화재는 관망

손해보험사 원수보험료 중 대리점 판매 비중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손해보험사 원수보험료 중 대리점 판매 비중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손해보험사의 보험료 수익에서 대리점 영업이 차지하는 영역이 계속 넓어지며 어느덧 그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맞춰 대리점 판매 지원 강화에 나서는 손보사들이 있는 반면, 일부는 좀 더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이제 보험업계에서 대리점 영업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란 분석도 나오지만 이들이 소비자 불만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손보사들의 엇갈린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가 올해 1~6월 거둬들인 원수보험료(32조1784억원) 중에서 대리점 판매의 점유율은 49.8%(16조209억원)로 집계됐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계약을 체결하고 가입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를 가리키는 말로, 손보업계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볼 때 많이 이용되는 지표다.

최근 추세 상 빅5 손보사의 보험료 수입에서 대리점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조만간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이들의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대리점 판매의 비중은 전년 동기(49.1%)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손보사별로 보면 현대해상의 대리점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현대해상의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6조7831억원)에서 대리점이 차지한 비율은 61.1%(4조4146억원)였다. 1년 전(60.3%)과 비교하면 0.8%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 대상 손보사들 가운데 60%를 넘는 곳은 여전히 현대해상이 유일했다.

그 다음으로는 메리츠화재의 원수보험료(3조4486억원)에서 대리점이 점유하는 비율이 57.5%(1조9822억원)로 높았다. 특히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4.3%)보다 3.2%포인트 오른 수치로, 5대 손보사들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밖에 지난 상반기 KB손보는 55.8%, DB손보는 50.4%의 원수보험료가 대리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손보업계 선두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경쟁사들에 비해 확연히 낮은 대리점 의존도를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삼성화재의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10조1501억원)에서 대리점 판매의 점유율은 36.0%(3조6530억원)에 그쳤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은 손보사들의 대리점 수수료 격차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해당 수수료는 보험사들이 대리점의 상품 판매에 따라 내주는 수당으로, 회사 규모에 비해 이 금액이 크다는 것은 그 만큼 대리점을 통한 영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대리점에 대한 씀씀이가 가장 컸던 곳은 이들에 대한 원수보험료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현대해상이었다. 현대해상이 올해 1~6월에 지출한 대리점 수수료는 2188억원으로 빅5 손보사들 중에서 홀로 2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1년 전 같은 기간에도 1970억원으로 가장 대리점 수수료가 많았는데 올해 상반기 금액은 이보다 11.1%(218억원) 더 늘어난 액수다.

메리츠화재의 대리점 영업 비중이 남달리 높아진 것도 이 같은 수당 지원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상반기 대리점 수수료 비용은 1302억원으로 전년 동기(627억원) 대비 107.7%(675억원) 급증한 것이다.

반면 삼성화재의 대리점 수수료 지출은 사실상 동결 수준에 가까웠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의 대리점 수수료는 1913억원에서 1937억원으로 1.3%(24억원) 증가에 머물렀다. 이밖에 DB손보는 1784억원에서 1955억원으로, KB손보는 1302억원에서 1395억원으로 각각 9.6%(171억원)와 7.2%(93억원)씩 대리점 수수료가 늘었다.

손보업계에서 대리점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는 독립법인대리점(GA)을 통한 판매가 크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인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GA 설계사는 특정 보험사 상품만 모집할 수 있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갖고 영업을 할 수 있어, 최근 보험 판매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GA를 중심으로 좀처럼 끊이지 않는 고객 불만은 넘어야 할 산이다. GA들 사이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영업 과정에서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이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GA의 보험 신계약 건수 대비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로 전체 판매 채널 평균(0.22%)을 웃돌았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 비율(0.19%)과 비교하면 도드라지는 수치다.

이에 금융당국이 칼을 갈고 있다는 점은 향후 GA들의 추가적인 성장을 좌우할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이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GA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행동에 나설 경우 보험 대리점들의 활동에는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GA의 판매 영향력에 따라 원수 보험사의 실적이 크게 움직일 만큼 대리점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수당 확대 등 이들에 대한 손보사들의 지원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 이슈 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좀 더 흐름을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