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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인터뷰-1] "정부·여당, 국민을 어리석다고 보고 있다"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1.05 00:00 수정 2018.11.05 05:56

"'소득주도성장', 경제구조에 맞지도 않는데 함몰

文정부는 국민을 규제·감독·교육대상으로 바라봐

자유한국당 '꿈'의 기본개념은 '위대한 국민'될 것"

"한국 정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꿈' 없는 것"
김병준의 지난 100일, '꿈' 내놓고 알리는 과정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 도중 밝은 웃음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 도중 밝은 웃음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취임일로부터 109일, 난파 직전 제1야당 '자유한국당'호(號)의 키를 잡은지 100일을 넘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에서는 얼핏 피곤한 모습이 엿보였다.

인터뷰 직전까지 김 위원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문재인 대통령을 '겁쟁이(Cowardice)'라고 인용 보도한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인터뷰 직후에는 오찬 약속이 잡혀 있다고 했다. 취임 직후 "정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렇게 바쁜 줄 몰랐다"며 "혼자 생각할 시간조차 전혀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대한민국 정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꿈'이 없다는 것"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김 위원장의 눈빛은 취임 직후 인터뷰 때와 다르지 않게 빛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틀 전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비판 발언이 있었고, 이를 놓고 정두언 전 의원은 "친박이 간보기를 끝낸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청산' 압박을 들으면서도 인내심을 발휘했던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정치와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들어왔으니까, 그런 소리는 들어가면서 계속 해나가는 것"이라며 "내 일정대로 가고 있지 않았다면 조급하고 답답해서 비판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을텐데, 대체로 내 일정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좀 피곤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넘겼다.

"'소득주도성장' 민주당 자체의 '꿈' 아니다
우리 경제구조에 맞지도 않는데 함몰돼 있다"


취임 직후 우리 정치권에 익숙지 않은 거대담론 '국가주의'를 던졌던 김 위원장은 세세한 '잔가지'에 대응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정당의 가장 큰 문제'라는 화두를 꺼냈다. 이에 답하는 과정이 지난 100여 일간의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없는 것"이라며 "우리가 남 이야기할 여유가 없긴 하지만, 정부·여당을 예를 들면 이분들은 꿈이 있는 듯 하지만 꿈이 없다. '소득주도성장'에 아직도 함몰돼 있는 게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2011-2012년에 '임금주도성장'이라는 말을 하니, '임금'이라는 말을 빼고 '소득'이라는 말을 넣어서 가져온 것"이라며 "민주당이 만든 '꿈'이 아니다. 우리 경제에 관해 자체의 꿈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최저임금 같은 것으로 있는 것을 나누면 내수경제가 저절로 살아서 간다? 우리 경제 구조에는 절대로 맞지가 않는다"며 "그런데 그걸 아직도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비판은 쉽다. '당신은 뭐냐'라고 되물어왔을 때 답하는 게 진짜 컨텐츠다. 김 위원장은 추석 직전 '국민성장론'을 제시했다. 구호가 아닌 '꿈'이 담겨 있을까. 묻기도 전에 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의 꿈은 도대체 뭐냐.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원하는 거냐"며 자문자답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꿈'의 기본개념은 '위대한 국민'
文정부는 국민을 규제·감독·교육대상으로 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당에 결여된 '꿈'과, 자신이 생각하는 '자유한국당의 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당에 결여된 '꿈'과, 자신이 생각하는 '자유한국당의 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위원장은 "기본적 개념은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라며 "성공을 향한 열정도 강하고 혁신역량이 크며,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높은 관념을 가지고 있는 이렇게 위대하고 대단한 국민이 산업화를 이뤄냈고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것"을 전제로 깔았다.

이어 "이 정도를 해낼 수 있는 대단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뛰게 해야 한다"며 "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국민을 믿고 규제를 풀어 새로운 장, 마음껏 뛸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 그게 국가가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의 긍정적 국민관(國民觀)·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긍정적 역사관을 들으며 문득 전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시정연설에서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며 "이제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관했다.

아울러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며 "커져가는 양극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기존의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우리 국민과 사회가 일구고 이뤄놓은 성과를 부정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오히려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입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은 사납고 이기적이고 게다가 어리석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국가가 들어가 규제·감독하고 교육하며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이 점을 꼬집었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이런 걸 앞세우는데, 내 삶을 왜 국가가 책임지느냐"며 "내 삶은 내가 책임지도록 해야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벌써 아닌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다소 격앙된 듯 김 위원장의 말소리가 빨라졌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자율경영을 열어주지는 못할 망정 배임의 범위를 세계에서 가장 넓혀놓아서 기업 조사하러 들어가면 배임이 걸리지 않는 경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해, 검찰 권력이 기업 위에 올라타고 그 위에 정치권력이 올라타는 나라를 만들어놓았다"며 "이런 것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하느냐"고 개탄했다.

"'꿈'은 당내 구성원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당협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중요기준될 것"


'꿈 없는 정당들'의 기이한 경쟁 속에 '노조천국 기업지옥'이 돼버린 대한민국. 김 위원장은 혁신된 한국당에서는 구성원들이 '꿈'을 공유하며 '꿈'을 위해 싸우고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꿈을 공유하게 되면, 그 꿈을 꾸면서 싸우고, 때로는 져도 일어나서 다시 싸운다"며 "마거릿 대처 수상도 '꼭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내 소요를 가라앉히고 그런 꿈 이야기를 하면서 당의 중심성·통합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며 "그 다음이 인적 쇄신이고 인재 영입이다. 이런 것들은 이제부터 계속 돼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당무감사위원회는 전날 전국 당협위원회에 실사단을 파견해 2주간의 당협위원장 평가에 돌입했다. 당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강특위에서는 새로운 당협위원장을 선임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꿈을 내놓기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우리가 다 공유해야 한다"며 "당원들이나 의원들이나 당협위원장들이 공유해야 하고, 당협위원장들을 새롭게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게 하나의 중요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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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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