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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참사와 귀족노조 고용세습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10.22 08:17 수정 2018.10.22 08:17

<김우석의 이인삼각> 국가경쟁력 세계 15위·노사협력 124위·정리해고비용 114위

청와대 참모들 웃음기 사라진 표정, ‘후퇴는 없다’며 오기 부리고 있어

<김우석의 이인삼각> 국가경쟁력 세계 15위·노사협력 124위·정리해고비용 11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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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정감사 대응을 위한 국회 앞 농성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정감사 대응을 위한 국회 앞 농성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가는 ‘경제’와 ‘안보’를 최우선 책무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면, 둘 중 민심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뭘까? 역시 ‘경제’다. 안보가 강조되는 것도 안정된 경제를 바라기 때문이다. 북한도 핵개발을 ‘경제대국’을 위한 것이라 선전한다. 북한이 스스로 개발한 핵을 ‘국제제제’해제와 바꿀 수 있다니, 결국 목표는 지금보다 나은 경제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경제실정을 ‘평화’공세로 가리려 한다. 국민들은 잠시 시선을 뺏길지 모르지만, 결국은 경제성적표로 정부를 평가할 것이다.

요즘 만나는 분들마다 ‘경제’를 걱정한다. 경제가 위기면, 당연히 정부도 위기다. 계속됐던 대통령 국정지지율 하락은 일단 주춤했지만,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북핵을 비롯한 안보이슈로 한숨은 돌리고 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북핵관련 해법은 혼란스럽고 해결엔 기약이 없다. 경제는 더욱 한숨만 나온다. 숨죽이고 지켜보던 국민은 어느 순간 문득 현실을 인식하고 현 정권에 책임을 크게 물을 수 있다.

한국경제는 다방면에서 ‘시급한 위기’라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우리경제에 대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엄중한 평가가 나왔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세계 15위인데, 노사협력 124위, 정리해고비용 114위란다. 결국 노사문제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지표와 ‘기준금리동결’ 결정은 경제전망이 어두움을 확인시켜 준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올해 2.9%에서 2.7%로, 내년전망은 2.8%에서 2.7%로 낮췄다. 심각한 문제는 한은 전망치 2.7%가 우리 경제의 성장능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 2.8%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표다.

한은은 경기하강 우려에 기준금리도 동결했다. 원화는 급락했고, 국공채 금리도 내려갔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다. 당연히 주가는 하락했다. 이달만 4조원 이상의 외화가 해외로 이탈했다고 한다. 환율까지 불안해 지면, ‘저성장’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재앙’이 될 수도 있다. 1997년 ‘IMF금융위기’는 그나마 실물경제가 튼튼해서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기초체력은 나쁘지 않은데, 일시적으로 외환이라는 혈액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물경제가 허약해져 있다. 그만큼 와환위기가 오면 극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은은 금리인상 불가의 이유로 ‘투자와 고용의 불안’을 든다. 한은발표에 따르면 취업자수증가는 연초 30만에서 26만을 찍더니, 18만명으로 축소되었다. 그리고는 3달 만에 9만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내년 예측치는 24만명에서 16만명으로 수정됐다. 고용위기는 ‘투자부진’ 때문이란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규제’와 ‘반기업정서’다. 이 두 가지의 걸림돌 뒤엔 조직화된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있다. 소위 말하는 ‘귀족노조’다. 전체노동자의 극히 일부인 그들은 노동자를 대변한다며 노동자를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들의 조직력과 자금력에 의존해 정권을 잡은 정부는 그들의 숙주가 된 지 오래다. 정권은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개혁을 주문하며, ‘노조는 건드리지 말라’는 이율배반적인 지시를 여당 정치인과 현장공무원에 보낸다. 규제의 대부분이 공무원과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데, 무슨 재주로 노조를 건드리지 않으며 규제개혁을 이룬단 말인가?

이 와중에 민심을 자극하는 이슈가 부각됐다.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다. ‘신의 직장’ 세습이 내부자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다.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는 드라마틱하다.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이 이슈화된 ‘구의역 스크린도어 비극’이 민주노총 노조원의 무단이탈 때문이란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그 후 비정규직 상당수가 정규직이 됐다. 그런데 그 후 조사해 보니,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11.2%가 친인척 관계였다.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이 되고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이 되는 과정에서 내부자의 ‘자기식구 챙기기’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교통공사의 공채 합격률은 3%에 불과하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시험 합격률은 93%에 달했기에 가능한 얘기다. 처음엔 ‘불합격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시험 불참을 독려했던 노조도 시험결과 발표 후 서울교통공사의 상급기관인 서울시를 압박해 재시험을 쟁취해냈다. 자신들도 결과 발표 전에는 그렇게 합격률이 높을 줄 몰랐을 것이다.

한국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구의역 사망 청년 목숨값으로 고용세습 잔치판을 벌인 것. 서울교통공사 일자리 탈취 문제는 정말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정부는 노동조합에 포획되다시피 한 정부"라며 질타했다.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극을 틈타, 기득권 노조와 ‘신의 직장’ 임직원들이 자기식구를 챙기고 취업준비생의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현정부의 그릇된 고용정책, 차기권력으로 유력한 박원순시장의 눈치보기, 여권의 지지기반인 귀족노조의 안아무인을 공격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사건이다.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는 교통공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혹은 인천공항공사 등 공공기관 전체로 번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엽기적인 사건의 주역인 ‘현정권’, ‘차기정권’, ‘노조’ 삼각편대 중, 정점에 있는 꼭지점은 누굴까? 역시 결실을 장기간 향유할 수 있는 ‘노조’다. 한정된 임기가 있는 권력은 이용의 대상일 뿐이다. 현 정권의 극성기는 지나갔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다음주자 중 가장 유력하고 현재로서도 쓰임이 큰 인물이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최상위 결정권자인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노조는 만족을 모른다. 현 정권에서 충분히 실리를 취한 노조는 위험부담을 줄이며 차기정권을 준비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적임자다. 자신들이 만든 정권이 무너져도 욕심을 제어하지 못한다. 노무현정부도 그렇게 사라졌다. 이를 지켜봤던 현 정부는 그 두려움에 잘못된 길임을 뻔히 알면서 끌려 가고 있다. 이번 공기업채용비리도 노조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대충 넘어가려 할 것이다. 전체 민심은 정부의 입장에선 그 다음 문제다.

현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소득주도’와 ‘혁신정장’이다. 문 대통령 입에서 '소득주도'가 사라졌다. 그러나, ‘혁신성장’은 아직도 공허한 메아리다. 노조를 거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도 빛을 바랜지 오래다.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수많은 인사원칙 훼손과 함께, 귀족노조가 조장한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 표정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후퇴는 없다’며 오기 부리고 있다. 노조의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노무현 정부의 교훈을 오독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민주노총이 반기를 들 정도로 나라 전체를 위한 정책을 폈기 때문에 지금 문재인 정부가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같이 문재인 정부가 노조에 끌려 다니면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론’은 고사하고, 다음대선에서 정권 재창출도 힘들 것이다. 그뿐 아니다. 나라경제도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몰아넣을 것이다. 이제 선택해야 할 때다. 귀족노조냐, 전체 국민이냐?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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