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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핵화 노크'…아직은 유럽의 門 열지 못한 文

코펜하겐 = 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입력 2018.10.21 05:00 수정 2018.10.21 04:14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벨기에‧덴마크 순방마무리

北비핵화 '험로' 체감…文대통령 "지성이면 감천"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벨기에‧덴마크 순방마무리
北비핵화 '험로' 체감…文대통령 "지성이면 감천"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로파빌딩에서 도날드 투스크 EU상임의장과 한-EU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로파빌딩에서 도날드 투스크 EU상임의장과 한-EU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코펜하겐(덴마크) = 이충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박 8일간의 유럽순방에서 서방의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13일부터 21일까지 유럽 5개국(프랑스, 이탈리아, 바티칸시국, 벨기에, 덴마크)을 돌며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지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했다.

앞서 15일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가진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에선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며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17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유럽 정상들의 답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이 특별히 공을 들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영국과 프랑스 입장에서는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을 준수해야 하는 원칙을 내려놓기 쉽지 않다.

아셈 정상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 본부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아셈 정상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 본부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첫 '노크'했지만 아직은 문 열어줄 분위기 아냐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문 대통령이다. 유럽을 돌며 대북제재 완화의 문을 열기 위해 처음으로 노크를 한 셈이다. 한반도 정세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유럽에 비핵화 문제를 환기시킨 것 자체가 성과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번 순방에서 얻은 또 다른 성과는 유럽의 표정을 읽었다는 점이다. 당장 노크하면 문이 열릴 분위기는 아니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도 대북제재 완화에 앞서 'CVID'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에서 '방북화답'을 받아 온 것은 유럽순방의 최대 결과물로 꼽힌다. 교황은 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초대에 "초청장이 오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면 비핵화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앞뜰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앞뜰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발등에 떨어진 과제…미국과 '엇갈려버린 발걸음'

순방 이후 풀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은 문 대통령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워싱턴에선 비핵화 프로세스를 둘러싼 서울과의 이견이 이번 순방으로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대북 압박카드를 쓰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제재완화를 촉진제로 쓰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미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북 정책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설파하고 있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미 북한이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불쑥 '5.24조치 해제' 발언을 내놨다가 미국으로부터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는 날선 지적을 받았다.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이 맞지 않자 동맹국에 보낸 '경고장'과 같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당장 미국과 마주앉는 일부터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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