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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목장의 결투…여야 대표로 나설 '총잡이'는 누구?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0.20 05:00 수정 2018.10.20 05:08

이해찬, 유시민 전면배치…김부겸과 '쌍권총' 복안일까

한국당, 텃밭 지키려 주호영·강석호 '투캅스' 선택하나

이해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전진배치
김부겸과 TK 동진 완수할 '쌍권총' 복안일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열린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취임식에서 유시민 신임 이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 이사장은 재단 5대 이사장이며, 이전 초대 한명숙‥2대 문재인·4대 이해찬 이사장은 모두 민주당이나 그 전신 정당의 대표를 맡았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열린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취임식에서 유시민 신임 이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 이사장은 재단 5대 이사장이며, 이전 초대 한명숙‥2대 문재인·4대 이해찬 이사장은 모두 민주당이나 그 전신 정당의 대표를 맡았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인미답의 고지 대구·경북(TK)에 깃발을 꽂으려는 이해찬 대표의 동진 야망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텃밭을 사수하려는 자유한국당 내부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근 유시민 전 의원을 노무현재단 신임 이사장에 앉혔다. 유 이사장은 5대 이사장으로, 노무현재단 전임 이사장 중 초대 한명숙·2대 문재인·4대 이해찬 전 이사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 정당의 당대표를 지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재단 이사장 이·취임식에서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당장 직전 이사장인 이해찬 대표부터가 지난 2008년 탈당과 18대 총선 불출마를 하며 "당시는 정치를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던 사례도 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이후 두 번이나 다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며 지금은 당대표까지 멀쩡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유 이사장의 '공직선거 불출마' 선언도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는 지적이다.

'선거 전략의 귀재'라 불리며 정치공학에 밝은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는 유 이사장의 어떤 점을 높게 사 '정치 명문'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전진배치한 것일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을 거의 불러내지 않은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김 장관에게 비교적 빈번하게 답변할 기회를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을 거의 불러내지 않은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김 장관에게 비교적 빈번하게 답변할 기회를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역시 연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유 이사장은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대구에서 나왔다. 수성초·대륜중·심인고 출신이다. 지난 2008년 총선 때는 '대구남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구에서 총선 출마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TK 정복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대표 선출 이후 첫 지방 일정을 구미 현장최고위원회의로 했을 정도로, '마지막 고지' 점령에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 대표 입장에서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온데다 인지도도 높고 이미 장관까지 지냈던 유 이사장은 재야에 내버려두기 아까운 자원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이 대표는 전부터 역시 이 지역 출신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정성들여 관리하고 있다. 당권 도전을 결심했는데도 김 장관의 불출마가 확정된 이후에 출마 선언을 할 정도로 배려했다.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로 하여금 '김부겸 장관에게 질문을 많이 하라'고 독려했다는 말도 있다. '체급 관리'를 해준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당시 이해찬 캠프에 사람을 빌려주려는 의원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이 대표는 다른 의원들의 요청은 '사람이 꽉 찼다'고 거절하면서도 김 장관에게는 역으로 요청해 사람을 파견받았다"며 "김 장관에 대한 이 대표의 애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TK 목장'으로 쳐들어가는데 김부겸 장관 '단독 돌파'는 무리다. 그렇다고 홍의락 의원이나 최근 경북 구미에 사무소를 개소한 김현권 의원은 인지도 측면에서 TK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체급이 되지 못한다. 결국 유 이사장을 전진배치해 김 장관과 '쌍권총'으로 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텃밭을 지켜라' 한국당, TK 핵심중진 움직임
4선 주호영·3선 강석호 '투캅스' 포진이 해답?


대구의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이 지난달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추궁하고 있다. 최근 주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대거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등 주 의원의 당권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구의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이 지난달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추궁하고 있다. 최근 주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대거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등 주 의원의 당권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이라고 해서 앉아서 텃밭을 내줄 리 만무하다. 이에 맞서는 한국당도 지도체제 개편을 즈음해 TK 출신들을 전면에 내세워 '텃밭 사수'에 나설 조짐이 읽힌다.

대구광역시장과 경북도지사를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한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듯이, TK는 '보수의 본가(本家)' 자유한국당의 마지막 아성에 해당한다. 마치 부산·울산·경남(PK) 내어주듯 TK에서조차 민주당에 지분을 허용하게 되면 한국당은 발디디고 설 곳이 없다.

이에 따라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TK 출신 정치인들의 당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당대표 후보로는 대구 수성을의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이 단연 1순위로 거론된다. 주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여의도연구원장·특임장관·정책위의장·원내대표까지 차근차근 단계별로 당직 경험을 쌓아왔다. 이제는 당권에 도전해 구당(求黨)에 나설 때가 됐다는 평이다.

주 의원 본인도 일각의 원내대표 권유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단호히 선을 긋고, 오로지 당대표를 향해 직진하고 있다. 최근 주 의원을 지지하는 책임당원 2000명이 대구시당을 통해 한국당에 입당하는 등 본격적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3선의 강석호 의원은 "중진이라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하며, 그러한 역량이 없다면 더는 선수를 쌓는 게 무의미하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12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데일리안 3선의 강석호 의원은 "중진이라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하며, 그러한 역량이 없다면 더는 선수를 쌓는 게 무의미하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12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데일리안

한국당 관계자는 "정통보수이면서도 개혁적 성향을 겸비하고 있으며, 김무성 전 대표와 우호적 관계이지만 친박계와 잔류파에서도 인정하는 TK의 핵심 중진"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보수통합 국면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어 주목된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원내대표 후보로는 3선 강석호 의원이 적극적인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중진이라면 지도부에 진출해 당을 위해서 역할을 해야 하며, 그런 역량이나 자질이 없다면 더는 선수(選數)를 쌓는 게 무의미하다"고 자임한다.

법조인 출신인 주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기초·광역의원부터 성장해온 '풀뿌리 정치인' 출신인 강 의원은 원내대표로서 좋은 보완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부총장·최고위원의 당직과 국회 정보위원장·외교통일위원장 등 원내직 경험도 두루 쌓았다.

물론 영남 근거에 충청이나 수도권을 더해 다수를 점하는 전통적인 한국당의 '지역 안배' 원칙에는 다소 어긋나지만, 이해찬 대표가 TK까지 마저 삼키겠다며 동진(東進) 전략을 노골화하는 비상한 시국에는 주호영·강석호 의원이라는 '투캅스'를 내세워 맞설 필요도 있지 않느냐는 말이 실제로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여당이라면 지역 안배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지금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라며 "TK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 당은 근거지를 잃고 완전히 나앉게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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