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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남북러 3각협력 가즈아!'…왠지 불안한 이유는?

이배운 기자
입력 2018.10.21 03:00 수정 2018.10.21 04:12

철도·가스관 연결사업 잇단 러브콜…"한반도 번영에 크게 기여"

완전한 비핵화·미러관계 회복 선행해야…"관계 악화시 밸브 잠글 수도"

철도·가스관 연결사업 잇단 러브콜…"한반도 번영에 크게 기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데일리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데일리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북화해 분위기를 틈타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 러브콜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3국의 가스관·철도 협력이 성사될 시 한국은 육로 수출입통로를 확보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러시아의 반(反)서방 행보 가속 등 글로벌 리스크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 참석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남·북·러를 관통하는 철도를 만들거나 가스관을 연결하고 합작 기업을 세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경제협력은 정치·안보 문제가 해소되는 조건을 만들 것"이라며 "러시아는 미국, 중국과 함께 한반도 안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하일 본다렌코 주한러시아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달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와 한국이 북한 가스관 건설사업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부사장은 "남북 관계자들과 관련 검토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3각 협력 사업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의 철도·가스·전력 등이 한반도를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전한 비핵화·미러관계 회복 선행해야…"관계 악화시 밸브 잠글 수도"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청와대, BBC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청와대, BBC

그러나 이들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미·러 관계 회복 ▲막대한 재원 조달이라는 만만치 않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남북경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개성공단은 2004년에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가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결국 2016년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개성공단은 문을 닫았고 투자한 기업들은 손해를 피할 수 없었다.

또 3국은 지난 2015년 북한 나진항, 러시아 하산, 동해 항로를 연결하는 물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시범운송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수출입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대북제재안에 결의했고 프로젝트는 무기한 중단됐다.

이같은 전례에 비춰 불의의 사태로 남북관계가 냉각될 경우 협력사업은 전면 중단되거나 북한의 대남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더욱 배제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홍우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여곡절을 겪고 가스관을 건설해도 정작 가스의 통과는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이 언제든 중단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러시아는 북한을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고 이는 남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4년까지 집권 연장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이 반(反)서방 정책을 강화하며 지지기반을 다지고 옛 소련 시절의 위상 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진영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반목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특히 러시아는 과거 유럽 국가들의 가스 가격 재협상 움직임에 맞서 유럽행 수출용 가스관을 차단한 전례가 있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도 쉽지 않은 문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방대한 철도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랜 경제난으로 유지보수 및 현대화가 미흡해 실제 수송능력은 매우 낮다고 분석한다. 현대화에 필요한 예상비용은 최소 6조 원에서 최대 37조 원까지 나온다.

특히 대북제재가 대폭 완화되지 않고는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다.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객원교수는 지난 8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 때문에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이뤄질 수없다"며 "그 누구도 북한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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