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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알고보니 설계사가 '보험 진상고객'…금감원 무더기 중징계

부광우 기자
입력 2018.10.17 06:00 수정 2018.10.17 06:06

가짜 진단서로 보험금 타간 유명 보험사 모집인들 덜미

우리 고객인줄 알았는데…가면 쓴 옆집 식구들에 뒤통수

경쟁사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던 유명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게티이미지뱅크 경쟁사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던 유명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게티이미지뱅크

경쟁사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던 유명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다른 보험사 상품에 가입해 고객으로 위장한 뒤 가짜로 병이나 사고를 꾸며 보험금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상금을 노리고 보험사의 허점을 파고든 이른바 진상고객의 정체가 다름 아닌 옆집 식구들이었던 셈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행위가 적발된 전·현직 보험 설계사 25명을 대상으로 한 제재가 최근 확정됐다. 이들 중 6명에게는 등록취소 처분이, 나머지 19명에게는 90~180일의 업무정지가 내려졌다.

이번에 금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된 보험 설계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명은 보험사에 직접 소속돼 있던 모집인들이었다. 보험사별로 보면 현대해상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D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각각 2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동양생명과 흥국화재 소속이었던 설계사가 각각 1명씩이었다.

나머지는 최근 보험업계 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형 독립법인대리점(GA) 등 대리점에 속해 있던 설계사들이었다. 이 중에는 설계사 규모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GA인 프라임에셋이나 리더스금융판매 소속 설계사도 있었다.

유형별로 보면 현대해상 소속이었던 보험 설계사 A씨는 과거 당뇨병으로 입원을 한 전력을 숨기고 다른 보험사의 건강보험 상품에 가입한 후 당뇨병 등 진단으로 23회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 사고 내용을 조작해 보험금 3370만원을 지급 받았던 것으로 조사돼 등록취소 제재를 받게 됐다.

교보생명의 보험 설계사였던 B씨는 의원에서 받은 통원 치료를 가지고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 장애 등의 진단명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입·퇴원확인서를 꾸며 6개 보험사로부터 311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던 사실이 드러나 18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 보험 설계사 C씨는 DB손보에서 일하던 시절 한의사와 공모해 보약처방을 받았음에도 침구·약물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의 진료확인서를 발급받도록 해 가입자들에게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143만원을 챙기게 했다는 이유로 역시 180일 간의 업무정지 징계에 처해졌다.

메리츠화재 소속 보험 설계사인 D씨의 경우 과거 교통사고 시 발급받은 본인의 구급 활동일지와 입퇴원기록, 장해진단서 등을 이용해 마치 다른 날 교통사고를 당해 장해 진단을 받은 것처럼 진료내용 등을 변조해 보험사로부터 2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하려다 발각돼 등록취소 징계가 내려졌다.

이 같은 보험 설계사들의 불법 행위는 강화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여 간 금융 사고로 인해 등록이 취소된 보험 설계사는 ▲2014년 15명 ▲2015년 32명 ▲2016년 22명 ▲2017년 14명 ▲2018년 1~8월 10명 등 총 93명이었다.

아울러 중징계에 포함되는 업무정지와 과태료 조치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제재를 받은 보험 설계사는 300명이 넘었다. 연도별 보험 설계사에 대한 업무정지·과태료 처분은 ▲2014년 37명 ▲2015년 26명 ▲2016년 7명 ▲2017년 80명 ▲2018년 1~8월 62명 등으로 총 212명이었다.

이 같은 보험 설계사들의 보험사기는 일반 고객들의 불법 사례보다 더욱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보험 상품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업계 종사자들의 지능형 범죄이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이로 인해 애꿎은 다른 가입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위험과 비용을 보험사와 계약자들이 나눠지는 보험의 특성 상 보험금 지급 확대는 향후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의의 고객들에게도 짐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들은 소비자들과 얼굴을 맞대는 영업인들인 만큼 이들의 탈선행위는 더욱 부작용도 크고 현장의 질서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요인"이라며 "이에 따라 비판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어 보험업계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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