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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쌍끌이 저인망’이 작은 국민희망까지 싹쓸이 한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10.15 06:00 수정 2018.10.14 20:10

<김우석의 이인삼각> 침묵의 원인, 하나는 ‘피로’다른 하나는 ‘무기력’

문재인 정권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낡은 이념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칼럼> 침묵의 원인, 하나는 ‘피로’다른 하나는 ‘무기력’
문재인 정권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낡은 이념과 아집을 버려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쌍끌이어선이 끄는 저인망은 치어까지 싹쓸이 한다고 해서 종종 뉴스가 된다. 어족 보호를 위해 우리법률은 규제를 하지만, 중국어선 등이 불법적으로 이런 형태의 어로를 벌여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한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안보와 경제. 두 축의 쌍끌이 정책이 국민의 작은 희망까지 싹쓸이 하고 있다. 쌍끌이의 특징은 깊은 바다까지 촘촘한 그물을 내린다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끝도 모를 정치투쟁은 쌍끌이 그물의 깊이를 닮았다.

추석이 지난 요즘, 사람들이 모이면 정치이야기가 뜸하다. 현실모임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여 간의 뜨거웠던 논쟁은 자욱한 연기와 아픈 상처만 남기고 잠복해 버렸다. 보수, 진보 모든 진영이 마찬가지다. (중도는 한국 정치지영에서 별 영향력을 갖지 못한지 오래다). 침묵의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피로’고, 다른 하나는 ‘무기력’이다. 진보진영은 너무 정신없이 달려 와 피로감을 느낀다. 피로감은 노력에 비해 성취가 별로 없을 때 더욱 가중되기 마련이다. 보수진영은 너무 오래 수세적으로 질질 끌려와 기운을 잃었다.

여론의 잠복으로 몇 달간 궁지에 몰렸던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습니다. 그러나 폭풍전야다. “‘무플’ 보다 ‘악플’이 났다”는 말이 있다. 무관심은 비난보다 위험하다. 무관심은 무기력과 체념을 낳고, 국가적 에너지를 말살시킨다. 역사적 전진도 가로막는다. 하지만, 일단 정부의 입장에서는 견딜 만 하다. 숨고르기를 통해 반전을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다. 이런 무관심은 일거에 폭풍같은 분노가 되어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다. 쓰나미는 바닷물을 일시에 끌어들였다가 순식간에 해안을 초토화시킨다. 그와 같은 현상이 정치권에는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상황을 상기해 보라.

그러니 정부는 덜 불리한 이슈에 국민의 관심을 묶어두려 한다. 그것이 ‘북핵’이슈다. 현 정부는 ‘평화’를 내세우며, 언론 등을 통해 끊임없이 ‘북핵협상 주도’의 공적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결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번 역시 과거의 늪 같은 대북협상이 될 조짐이 보인다. 지리한 협상의 반복일 뿐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수없이 많은 약속파기를 통해 기형적인 세습정권을 유지해 왔다. 지금의 북한핵과 미사일은 그 기만전술의 전리품이다. 현 정부는 과거의 정부가 그랬듯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기약이 없다. ‘판문점선언’, ‘평양선언’은 과거 남북 간 수많은 선언의 복사판이다. 내용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그 약속이 충실히 이행됐다면, 지금쯤 통일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지금도 북의 실천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자 우리정부는 실천을 설득한다며 우리부터 무장해제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자살행위’다. 북한은 지금도 가시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런 북한을 상대로 먼저 맨 가슴과 복부를 무방비로 들이 민 것이다. 온전히 ‘김정은의 선의’만을 바라며 말이다. 일개 개인에게 모험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있는 가치일지 모른다. 그러나, 수천만의 국민을 책임지는 정권으로서는 무모하기 짝이 없다.

대북정책과 달리, 현 정부에서 애써 외면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경제’다. 미국 전 대통령 클린턴의 슬로건이었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정권은 언제나 ‘경제’를 통해 심판받는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평화’에 앞선다. 먹고살 것이 없으면 전쟁도 일으키는 것이 사람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말에서 나타나듯 경제는 정권도 바꿀 수 있다. 밖에 없다. 김정은의 모험도 결국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현정권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적어도 일부는 심각성을 느꼈을 것이다. 10월 초 (5일), 문 대통령은 SK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그 현장에서 제8차 일자리위원회를 열었다. 정부의 공식 경제보고서에도 수개월동안 단골로 쓰이던 ‘회복세’라는 말이 빠졌다. 정부도 통계발표에 ‘정무적 마사지’를 못했던 통계청장의 경질만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정책기조를 바꿀 듯 한 발언을 했다.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발언은 기존의 ‘정부주도 일자리 정책’을 ‘민간주도 일자리 육성’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기조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후 후속 조치가 없어 많은 구설을 낳았다. 추석을 계기로 단기 일자리가 반짝 회복되니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경제이슈 부각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 아닐까? 물론 정권 내부와 지지기반의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며칠 후 (10월 10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 통계를 인용하며, “‘일자리의 양’과 ‘일자리의 질’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일자리의 질’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음을 국민께 적극 설명하고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기조변화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기대를 갖았던 많은 사람이 이런 ‘오락가락 발언’을 보며 다시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 내의 이견이 여과없이 표출된 것이다. 현 정부에서 경제관료 집단과 시민단체·노조를 대표하는 집단이 경제정책을 두고 반목해 온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는 권력핵심의 조정기능이다. 논리적으로 상반되는 메시지를 날 것으로 보낼 때 시장에 그릇된 싸인을 주어 정책의 혼선이 더욱 깊어지곤 한다.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강조해도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한쪽으로는 ‘노조는 건드리지 말라’는 강력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모순된 가치’를 현실 속에서 조화롭게 구현하는 것이 정치의 본연의 몫인데, 현 정부 의사결정권자들은 그런 역할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다. 이런 의도의 표출로 기약도 없는 ‘대북정책’ 성과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리라.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성과를 위해 지금의 투자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혁신성장의 주역인 우리 벤처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청와대의 ‘혁신성장’, ‘규제개혁’ 메시지에 기대를 갖던 중소기업들은 구체적인 정책에 실망하며 썰물같이 국내에서 떠나고 있다. 현 정부가 강조하던 경제목표 중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단지 구두선으로 결론나는 것 같고, 마지막 희망인 ‘혁신성장’은 이렇게 힘을 잃고 있다.

쌍끌이 어업은 어족을 말리고, 현 정권의 쌍끌이 정책은 국민희망과 경제를 말린다. 어족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우리의 법은 쌍끌이 어업을 규제하고 있다. 국민희망과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쌍끌이 정책은 변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권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낡은 이념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현실적 정책결정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소명을 다한 이념에 사로잡혀 쌍끌이의 폐해를 방치할 것인가?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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