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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안하나 못하나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0.13 05:00 수정 2018.10.13 07:46

당내 불출마 압박 높은데도 침묵 이어가

'반기문 학습 효과' 등 배경으로 거론

대진표 완성될 때까지는 침묵 이어갈 듯

김무성, 당내 불출마 압박 높은데도 침묵
향후 행보 빠른 정리했던 스타일과는 상이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6년 11월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뒤, 취재진에 둘러쌓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6년 11월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뒤, 취재진에 둘러쌓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하는 당내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이분, 저분들이 나와서 굉장히 혼란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면,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런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 의원을 겨냥했다.

앞서 전날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도 "(김무성 의원은) 대의를 위해서는 소의를 희생할 수 있는 분"이라며 "본인이 큰 그릇이라면 빠질 것이고, 끝까지 고집을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이른바 '김무성계'라 일컬어지는 의원들도 김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4선 중진 A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가 나선다고 예상들을 하고 있지만,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선 B의원도 "김무성 대표는 사리를 아는 분이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작 당사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말 "국민들에게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이라는 말로 당권도전설에 불을 지핀 뒤로,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관한 추가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간의 정치 스타일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김무성 의원은 자신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관측이 정치권에 혼선이나 오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는 빠른 입장 표명으로 정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6년 11월에 있었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이다. 김 의원은 대선이 언제 열릴지조차 불분명하던 때에 기자회견을 열어 "내 정치인생의 마지막 꿈이었던 대선 출마의 꿈을 접고자 한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을 5개월 앞둔 2015년 12월에는 "내년 20대 총선은 영도에서 출마하되, 21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스타일을 고려할 때, 당내의 압박 수위가 높아가고 있는데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침묵을 이어가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 창당 앞두고 대선 불출마 선언
반기문 낙마하며 실기…'학습 효과'일까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6년 11월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6년 11월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당 관계자는 "과거에 빠른 입장 표명이 별로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던 것에 따른 학습 효과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2016년 11월의 '빠른 대선 불출마 선언'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봉대(奉戴)하려는 과정에서 정치적 오해를 없애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이 덕분에 이후 자신의 대선 출마를 위한 사당(私黨) 창당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면서 집단탈당과 바른정당 창당까지는 성공적으로 해냈다.

문제는 정작 봉대의 대상이었던 반 전 총장이 어설픈 대권 행보를 펼치다가 20일만에 낙마했다는 것이다. 졸지에 내세울 대권주자가 없어진 김무성 의원은 이렇다할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줬다.

한국당 관계자는 "과거 새누리당 대표 시절 항상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압도해왔던 김무성 대표로서는 납득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반기문 총장이 뜻밖의 낙마를 했을 때 자신이라도 나섰을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아직 전당대회의 대진표도 짜여지지 않았고,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대표주자로 누가 출전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반기문 학습 효과'로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섣부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누구 밀어서 선출시키는 것 쉽지 않아'
'대진표' 완성될 때까지 침묵 이어갈 듯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이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낼 때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동향. 두 사람이 당대표로 선출된 뒤 첫 정면대결을 벌였던 2015년 4·29 재·보궐선거 직후부터 연말까지 한 해 내내 김 의원이 문 대통령을 리드했다. 각 설문이 실시된 날짜에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래프=데일리안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이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낼 때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동향. 두 사람이 당대표로 선출된 뒤 첫 정면대결을 벌였던 2015년 4·29 재·보궐선거 직후부터 연말까지 한 해 내내 김 의원이 문 대통령을 리드했다. 각 설문이 실시된 날짜에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래프=데일리안

김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누군가를 밀어서 당선시킨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 고민이 깊은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당의 최대주주(最大株主)는 김무성 의원이다. 김무성계 말고는 이렇다할 계파 자체가 없다. 친박계·잔류파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무리는 '상상 속의 계파'다. 이 그룹으로 분류되는 재선 의원은 "교통정리를 할 주체조차 없는 '계파'라는 것도 있느냐"며 "저쪽(김무성계)은 컨트롤타워가 있는 반면, 이쪽은 지리멸렬"이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김 의원이 직접 출마하면 선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나와도 되지도 않을 사람이었다면 불출마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유력한 것과, 미는 사람을 당선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친박계의 '막장 공천' 끝에 새누리당이 2016년 총선에서 패망한 직후, 당의 대대적 혁신이 요구되자 김무성 의원은 8·9 전당대회에서 정병국·김용태 등 비박(비박근혜) 혁신계 후보를 지원했다. 처음에는 측면 지원을 하다가, 정병국~김용태 단일화 이후에는 정 후보의 캠프에 일부 인원까지 파견하며 지원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 당권은 친박계가 밀었던 이정현 의원의 손에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밀었던 여성최고위원 후보 이은재 의원과 이부형 청년최고위원 후보까지 줄줄이 낙선하며, 비박계가 지도부에서 완전히 축출되다시피 하는 파국을 낳았다.

김 의원과 가까운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이 일을 계기로 김 의원이 누구를 지원해 당선시킨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을 수 있다"며 "대진표가 완성돼야겠지만,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이 출격한다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결국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전후해 전당대회의 대진표가 뚜렷해져야 김무성 대표도 가타부타 입을 열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아무리 압박해봐야 김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불출마 여부를 쉽게 표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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