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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뉴롯데' 시동에 금융계열사 입지 '흔들'

부광우 기자
입력 2018.10.15 06:00 수정 2018.10.19 14:37

신 회장 지배력 강화 드라이브…공고해지는 롯데지주 체제

금융자회사 지분 정리 압박 증폭…다시 피어오르는 매각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석방되자마자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면서 금융계열사들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데일리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석방되자마자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면서 금융계열사들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데일리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석방되자마자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면서 금융계열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금융사 지분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 회장이 본격적인 지배력 강화에 나섬에 따라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을 둘러싼 매각설에는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비(非)은행 금융사를 인수하려는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인수합병(M&A) 시장 환경과 맞물리면서 이들의 새 주인 찾기에도 속도가 날 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386만3734주 등 총 796만5201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가 확보하게 된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23.24%다.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롯데지주는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부문을 지주사 안으로 품으며 향후 추가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총알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의 영향으로 유통 관련 계열사들이 맥을 추지 못하던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한 해 동안에만 2조284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말 그대로 훨훨 날았다.

하지만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의 더 중요한 의미는 신 회장 중심의 지배력 강화에 있다는 평이다. 롯데지주는 신 회장이 최대주주이지만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자본이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지배구조 불안은 롯데그룹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호텔롯데가 가지고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롯데지주가 사왔다는 것은 그 만큼 일본 롯데의 영향력은 줄고 신 회장 중심의 축이 강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제 롯데그룹에게 남은 과제는 금융자회사들의 지분이다. 지주사를 통한 지배구조가 확고해질수록 반대급부로 금융계열사를 갖지 못하는 관련법의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롯데그룹이 1년 전 지주사를 설립할 때부터 금융계열사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롯데그룹 소속 주요 금융사들 중 현재 신 회장의 지배력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롯데손해보험이다.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가 본격화할 경우 롯데손보가 우선순위에 오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3.68%의 호텔롯데다. 이어 부산롯데호텔이 21.69%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 이들의 지분율 합만 45.37%에 이른다. 그런데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계 투자자본이 100%에 가까운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들이다. 즉, 롯데손보의 직접 지배권은 신 회장이 아닌 일본 롯데에 있다는 얘기다.

구조가 다르기는 하지만 롯데카드 지분 역시 롯데그룹 입장에서 조만간 해결책을 찾아야 할 문젯거리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93.78%의 지분을 가진 롯데지주로, 롯데손보와 달리 일본 주주들의 손에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반 지주사가 금융사 주식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의 장벽에 막혀 있다.

한때 중간금융지주제의 등장이 거론되면서 이들의 지분 문제는 해결점을 찾는 듯 했다. 중간금융지주사는 일반 지주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사가 3개 이상이거나 자산 규모 20조원 이상이면 중간지주사 설치를 강제하는 제도다. 이에 롯데그룹도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하고 여기에 주요 금융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장으로 취임한 김상조 위원장이 중간금융지주 도입을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상태다. 그러면서 롯데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는 결국 외부 매각 방안이 가장 유력해진 현실이다.

시장 여건은 우호적인 편이다. 과도한 은행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주요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M&A 수요가 상당히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2조3000억여원에 매입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대목이다. 신한금융과 리딩 금융그룹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말부터 비은행 강화를 위한 M&A를 공언했지만 아직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지주 전환을 준비 중인 우리은행도 비은행 금융사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는 시간문제"라며 "신 회장이 석방 직후부터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사 주식 처리를 위한 답도 곧 내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관건은 결국 이들이 매물로서 얼마나 매력을 갖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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