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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합의서 토론회서 울려퍼진 "뭉치고 밀어줘야"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0.09 00:00 수정 2018.10.09 03:38

'김○○ 죽여라' 소란에 "같은 편끼리 서로 욕하지 말자" 맞받아

보수 오피니언 리더의 결속 호소에 한국당 의원들도 "열심히 하겠다"

토론회 시작 직전 돌연 '김○○ 죽여라' 고성
보수 성향 패널이 "같은 편끼리 욕해선 안 돼"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서 해부 토론회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종섭 의원실 제공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서 해부 토론회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종섭 의원실 제공

9·19 남북군사합의서 내용을 해부한다는 국회 토론회장에서 때아닌 자유한국당의 결속과 관련된 논쟁이 오갔다.

정종섭 한국당 의원은 8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안보해체·국방붕괴 군사분야합의서를 해부한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많은 한국당 의원들과 보수 성향 시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문제는 토론회 시작 직전에 발생했다. 참석한 한 시민이 한국당 의원들끼리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것을 보더니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자유한국당 제대로 하라"며 "김○○, 김△△ 죽여버려라"라는 막말을 했다.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김○○ 의원과 김△△ 의원은 둘 다 비박(비박근혜)계로 복당 경력이 있는 의원이다. 때마침 장내에는 공교롭게도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만 주로 자리하고 있던터라 갑자기 공기가 이상해졌다.

정작 한국당 의원들은 어색한 웃음을 짓거나 애써 못 들은 듯 외면하고 있는데, 이날 토론자로 초빙된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가 벌떡 일어났다.

박 교수는 그 시민을 향해 "보소. 이런 자리 마련하고 이런데 모이는 의원들은 그래도 한국당 의원들밖에 없다"며 "한국당 지지율이 10%대밖에 나오지 않는데 제대로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될 수가 있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같은 편끼리 서로 욕해서는 안 된다. 뭉치고 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작스런 박 교수의 즉석 연설에 좌중의 박수가 나오자, 시민은 다소 위축된 듯 하면서도 "그럼 김○○이가 잘했단 말이냐"고 따졌다. 이에 박 교수는 "문××이가 더 문제 아니냐"고 맞받았고, 시민은 "문××이야 욕할 가치도 없다"고 구시렁거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박휘락 교수는 육사 출신의 군사·안보 전문가로, 보수 성향의 오피니언 리더로 꼽힌다. 박 교수의 이날 일갈은 범보수 성향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친박·비박계의 끝없는 내홍에 얼마나 염증이 심하게 퍼져 있으며, 보수통합을 바라는 갈망이 높은지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보수통합 호소에 한국당 의원들 "함께 싸우겠다"
정종섭 "우리 당 의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9·19 남북군사합의서 해부 토론회에 참석한 동료 의원들이 발제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종섭 의원실 제공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9·19 남북군사합의서 해부 토론회에 참석한 동료 의원들이 발제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종섭 의원실 제공

해프닝이 수습된 뒤 시작된 토론회에서 개회사와 축사에 나선 한국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경각에 달린 안보 위기를 지적하며, 한국당이 뭉쳐 제대로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종섭 의원은 개회사에서 "사실 세미나를 하고 있을만큼 여유롭지 않다. 국가안위가 심각한 상황에 왔다"며 "우리 정부는 앞장서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안달을 하는데, 핵을 개발한 김정은이는 종전선언에 목매달지 않겠다고 여유를 부린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느냐"고 황당해 했다.

이어 "많은 의원들이 세미나도 하고 문제제기도 했지만 여러분들께 그때그때 전달이 안 돼서 때로는 우리 당 의원이 아무 것도 안하는 것 아니냐는 채찍질도 듣는다"며 "우리보다 걱정이 더 많으신 여러분들께 우리 당 의원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축사에 나선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여러 맹점들을 국민들이 정확히 모를 수가 있어, 토론회를 통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알기 쉽게 잘 전달해야 할 것"이라며 "함께 해준 여러분과 목숨 걸고 싸워나가며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심재철 의원은 "안보의 핵심은 북한의 핵인데도, (남북군사합의서에서) 핵의 'ㅎ'자도 꺼내지 못하고 구멍만 초래했다"며 "육해공 삼면에서 구멍이 뚫려 국방 붕괴 상태인 풍전등화의 이 상황을 잘 알릴 수 있도록 나도 지역에서부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최근 정국의 최대 화두였던 비공개 예산 정보 접근·열람과 관련해 "내가 압수수색당하고 고발당해서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단 1%도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여러분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국회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겠다"고 강조해, 좌중의 박수와 '파이팅' 응원을 받았다.

나경원 의원은 "평화와 비핵화의 속도가 전혀 맞지 않고 있는데, 저들은 우리에게 '평화를 반대하는 냉전 세력'이라고 하고 있다"며 "우리야말로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이고, 수구냉전세력이 아니라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는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수의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하는데, 목소리가 작은 게 아니라 기울어진 언론 환경 탓에 표현되지 않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많은 일을 하겠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보법 폐지도 단연코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정종섭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는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정우택·김광림·김진태 의원 등은 물론 범비박계에서도 나경원·홍일표 의원 등이 고루 참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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