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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은 왜 '북미'가 아닌 '미북'이라고 말했나?

이충재 기자 | 2018-10-09 02:00
폼페이오 접견서 "미북정상회담이 비핵화 진전 계기되길"
공식적으로 '북미' 사용하지만 상대 입장 맞춰 '미북'으로

9월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집단체조와 9월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집단체조와 '빛나는 조국' 공연을 관람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8일 국무회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서 되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인 진전을 만들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7일 마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접견)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만에 '말'을 바꿨다. 북한과 미국의 회담을 언급할 때 '북미(北美)' 대신 '미북'이라고 표현한 것. 문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공식적으론 '북미' 폼페이오 만나선 '미북'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북미'라는 표현을 쓴다. 청와대는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공식 명칭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공식 석상에서 대부분 '북미'라고 말했다.

통상 국가 간 배열의 선후 위치는 상호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나라와 우호적인 국가를 앞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미국과 중국, 일본을 말할 때는 '미중일'이라고 한다. 여기에 러시아가 더해지면 '미중일러'가 된다. 미국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북한이 끼어들면 복잡해진다. 우리와 북한은 헌법상 국가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지난달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문 대통령을 '귀국(歸國)했다'고 하지 않고, '귀환(歸還)했다'고 했다. 표현 하나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 정권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한민족이라는 뿌리와 통일의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을 가장 앞에 쓰고 있다. '북미'라고 하는 것은 물론 '북일', '북중', '북러' 등으로 쓴다.

다만 일부에선 동맹이자 혈맹을 강조하며 '미북'이라고 표현한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이 대표적이고, 언론에선 보수성향의 조선일보, 문화일보, 매일경제 등이 '미북'이라고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시대‧정세 따라 '北입지' 달라져…'미북'에서 '북미'로

시대에 따라 북한의 표기 순서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과거엔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언론 등에서 '북미'가 아닌 '미북'이라고 썼다. "냉전시대를 거쳐 1990년대까지만해도 '북미'라고 쓰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는 게 외교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미북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북한의 '입지'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靑 상대방 입장서 말을 하는 것이 '대통령의 언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공식석상에서 북미와 미북을 혼용했다. 한 연설문에서 북미와 미북을 동시에 쓰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미국 외교협회 합동연설에선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으면 비핵화의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중단됐던 미북 간 비핵화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이나 문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6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선 김정은 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이 성공하길 기원하겠다"고 하는 등 '조미회담'이라는 표현을 두 번 사용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을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언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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