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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지금도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영화 '미쓰백'

부수정 기자
입력 2018.09.30 08:00 수정 2018.09.29 21:30

배우 한지민 파격 변신

이지원 감독 장편 데뷔작

배우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배우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영화 '미쓰백' 리뷰
배우 한지민 주연


붉은 입술에 거친 피부결, 증오의 눈빛.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음처럼 차갑다. 미소 한 번 짓지 않으며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 아픈 상처와 과거, 고통 속에 마음을 닫은 채 외롭게 살아가던 상아는 동네에서 덜덜 떨고 있는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난다.

상아는 상처투성이인 지은에게서 자신과 닮은 듯한 부분을 본다. 이후 지은에게 자신을 '미쓰백'이라고 부르라고 말하며 지은과 마주한다. 아무도 곁에 두지 않았던 상아는 지은을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단편 '그녀에게'로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이지원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미쓰백'이 장편 영화 데뷔작인 이 감독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던 이웃집 아이의 눈빛을 외면한 적 있다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등진 여자와 세상이 버린 아이의 만남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영화는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동학대 피해자인 상아와 지은을 통해 아동학대가 한 사람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지, 이로 인한 상처가 얼마만큼 고통스러운지 까발린다. 그래서인지 다소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워낙 끔찍한 아동학대 사례를 뉴스에서 본 터라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배우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배우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3월 내놓은 '2017 전국 아동학대 현황'을 보면 가해자의 절대다수(76.9%)는 부모다.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신고는 3만4185건이다. 2012년 1만943건에서 5년 사이 3배로 늘었다.

아동학대는 사건은 점점 늘어나지만,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돌봐줄 시선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쓰백'은 이들을 보호해줄 울타리조차 없다는 사실을 꼬집는 동시에 아동학대 사건을 적당히, 대충 처리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단순히 '훈방 조치'로 끝내선 안 될 일이며 한 아이의 삶, 생명, 평생을 괴롭힐 상처를 가볍게 건드려서도 안 된다고 영화는 말한다.

'미쓰백'에서 두 피해자는 오히려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한다. 사회적 제도나 주변 도움 없이 말이다. 이 부분 역시 곱씹을 만한 화두다. 도움의 손길조차 받기 힘든 피해자들이 서로를 다독이며 나아가는 장면이 마을 흔든다. 나는 이런 피해자들을 외면한 적은 없는지, 더 나아가 그들을 외면하고 싶은 적은 없는지 자문하게 된다.

이 감독은 "실제 사건을 잘 표현해서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했다"며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신경 썼고, 배우들과도 자주 대화를 하며 연출했다"고 밝혔다.

폭력 수위에 대해선 "직접적인 묘사를 배제하고 은유적인 모습을 대체했다"며 "폭력이 가해지는 상황을 묘사할 때 아역 배우에게 폭력이 되지 않게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또 "주변에 관심이 없었거나 용기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지은 같은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우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배우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브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리틀빅픽처스

그간 로맨스 작품에서 두각을 보였던 '사랑스러움'의 대명사 한지민은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과연 한지민과 '미쓰백'이란 캐릭터라 잘 어울릴까 우려했지만, 한지민에게서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색하지 않다.

한지민은 "이번 영화는 변신이자 도전"이라며 "시나리오를 읽고 두 여주인공이 우리가 외면했던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스를 통해 아동학대를 접했을 때 바라보기 힘들었는데, 이런 부분을 영화로 녹이면 다른 면에서 느끼는 게 있을 듯했다"며 "백상아가 세상과 문을 닫고 거친 삶을 살기까지 얘기를 감독님과 얘기했다. 어른의 모습이지만, 아이 같은 서툰 모습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소녀 지은 역은 600대 1을 뚫은 아역 배우 김시아가 맡았다. 촬영 당시 9살이었던 김시아는 캐릭터를 위해 지은 입장에서 일기를 썼을 뿐 아니라, 머리를 감지 않거나 밥을 조금 먹는 등 연기 열정을 선보였다.

김시아는 쉽지 않았을, 힘든 캐릭터를 순수한 눈빛과 꾸밈없는 연기로 표현했다.

10월 11일 개봉. 98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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