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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감사만 한다 하면 '와지끈'…당협위원장이 뭐길래?

정도원 기자
입력 2018.09.16 03:00 수정 2018.09.16 07:18

'지역활동 시작이자 끝' 벌써 '샅바싸움' 양상

전대 앞두고 대의원 노린 '내 사람 꽂기' 우려

"당무감사" 소리만 나와도 당 분위기 흉흉
결과 나오면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과 직결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최근 추석 연휴를 전후해 당무감사 공고를 낼 뜻을 내비쳤다. ⓒ데일리안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최근 추석 연휴를 전후해 당무감사 공고를 낼 뜻을 내비쳤다. ⓒ데일리안

자유한국당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추석 연휴 이후 당무감사에 돌입한다는 말이 나오자 당이 다시금 소용돌이에 휩싸일 조짐이 보인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최근 "당헌·당규에 따라 올 추석을 전후해 당무감사 계획을 수립, 전국 당협에 공고하겠다"며 당무감사 돌입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조심스런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무감사는) 아직 로드맵도 없고 기준도 정하지 않았다"며 "당무감사 공고도 하지 않아서 내가 뭐든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신중한 태도는 역으로 당무감사가 갖는 파급력을 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무감사' 소리만 나와도 당 분위기가 흉흉해지는 이유는 감사 결과를 근거로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은 지난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사라진 지구당위원장을 대신하는 자리다. 지구당이 철폐되면서 정당의 최말단 조직이 이론상으로는 시·도당이 됐지만, 정치현실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전국 253개 지역구에 조직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지역구에 있는 당원들의 자발적 모임인 '당원협의회(당협)'가 구성되고, 협의회의 위원장이 생겼다. 이제 와서는 지구당위원장과 크게 다를 것도 없어졌다는 평이다.

흔한 인식과는 달리 당협위원장이라고 국회의원 후보로 100% 공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헌 제106조의 이른바 '물갈이' 규정에 근거해, 공관위와 국민공천배심원단의 심사로 '우선 배제'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무감사만 시작된다고 하면, 당협위원장을 놓고 사생결단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당협위원장이야말로 지역활동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협이라는 당의 공(公)조직을 가지고 공식적으로 지역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각종 지역 행사에서도 당협위원장으로 소개받는다"며 "당협위원장이 아니더라도 '포럼' 따위 사조직을 만들어 우회적으로 활동할 수는 있겠지만, 뭐라고 소개하고 소개받겠느냐"고 반문했다.

"초·재선 자진사퇴" "3선 이상 중진 우선 용퇴"
당무감사 조짐에 벌써 당협위원장 '샅바싸움'


초·재선 의원을 대표해 당협위원장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가운데,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초·재선 의원을 대표해 당협위원장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가운데,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역구의 책임당원들에게 갖는 위상과 장악력의 차이도 크다. 당협의 부위원장·고문·특보 등의 명함을 파서 사람을 관리할 수 있는데, 특히 관례적으로 지방의원 및 지방의원 출마희망자들을 당협 부위원장으로 위촉해 장악하곤 한다.

당협의 사무국장·청년위원장·여성위원장 등은 위원장이 지역 활동을 하는데 손과 발이 돼준다. 혼자서 돌아다녀야 하는 비(非)당협위원장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지적이다.

이렇게 몇 년 당협위원장으로 지역 관리를 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경선을 붙게 되면 이미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협위원장으로 지역에서 활동해온 사람은 (공천에서 배제되면) 무소속 출마라도 고려해보겠지만, 당협위원장조차 아니었던 사람은 대체 뭘 기반 삼아 선거에 나서겠느냐"라고 정리했다.

이 때문에 당무감사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했던 계파 활동이 다시 준동하고 있다.

한국당 초·재선 일부 의원들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협위원장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다소 의아한 대목은 당협위원장 자진 사퇴를 선언한 의원 중 5명은 당협위원장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당내 일각에서는 당무감사에서 '물갈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친박(친박근혜)·친홍(친홍준표) 당협위원장들을 압박해 사전에 당을 '리셋'하려는 시도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반대로 이튿날인 14일에는 전·현직 원외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이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당협위원장 우선 용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초·재선과는 달리 3선 이상 중진은 비박(비박근혜)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박의 반격'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물론 비박계 3선 이상 중진의원들도 호락호락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을 리 없다는 점에서 향후 파열음이 커질 일만 남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초 전당대회 얽히면서 구도 더 복잡해져
대의원 노리고 '내 사람 심기' 나설까 우려


자유한국당 전·현직 원외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재건비상행4동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당협위원장 우선 용퇴를 주장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 전·현직 원외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재건비상행4동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당협위원장 우선 용퇴를 주장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재의 당협위원장 구도는 홍준표 전 대표 시절에 만들어졌다. 지난해 연말까지 당무감사를 통해 전국 253개 지역구 중 74개 당협의 위원장을 교체했다. 110여 명 현역 의원들은 거의 전원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결국 원외당협위원장은 절반 가까이 교체된 것이다.

그리고나서 '홍준표 체제'가 길게 가지 못하고 반 년만에 무너진 게 당협위원장 구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홍준표 체제' 때 당협을 꿰찬 새 위원장, 교체의 칼날을 피해 반쯤 남아 있는 친박계 당협위원장, 억울하게 짤렸다 생각하며 당협 탈환을 노리는 비박·친박계 전직 당협위원장, 틈새를 노리는 정치 신인 등이 맞물려 복잡한 양상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협위원장 아닌 정치인은 실업자"라며 "당협위원장에서 짤린 것은 해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사회에서도 해고된 분들이 '해고는 살인'이라며 고공점거 등 극단적인 방식으로 복직투쟁을 벌이지 않느냐"며 "그 정도로 살벌하게 전개되는 게 당협위원장이 교체되는 당무감사"라고 말했다.

게다가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교체한 직후인 내년 2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 게 사안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선출할 때에는 대의원 표심이 반영된다. 옛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 오랫동안 사용했던 방식은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이른바 '당심 50·민심 50' 방식이었다.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에 당헌·당규를 정비하고 새로운 전당대회 시행세칙을 마련하겠지만, 대의원 항목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표심 항목이 4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지금의 당헌·당규에는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대의원을 1만 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당협에서 추천·의결한 당원이나 국회의원이 추천한 당원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협에서 추천·의결한다고 하니 말은 선출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당협위원장이 하겠다는 사람 찾아서 임명하는 임명직이나 마찬가지"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는 대의원을 임명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에 '내 사람'을 꽂기 위한 암중모색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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