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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진심으로 집값을 잡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이정윤 기자
입력 2018.09.11 06:00 수정 2018.09.11 06:06

보유세 강화, 예상보다 미미한 탓에 집값 상승

재건축‧대출 규제 등 단기적 충격 요법에 그쳐

정부가 추가적인 종합부동산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들은 단기간 시장에 충격을 주는 내용들만 담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추가적인 종합부동산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들은 단기간 시장에 충격을 주는 내용들만 담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연합뉴스

“진짜로 집값 잡을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는지 뻔히 알고 있을 텐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걸 내심 바라지 않는 것 아니냐.”

여러 공인중개소를 방문해보면 이야기 끝에 줄곧 등장하는 말이다. 정부가 쏟아낸 9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단기간 충격 요법이 될 만한 내용들만 담겼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나올법한 이야기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잠해지는 듯 했던 집값이 본격적으로 다시 상승세를 탄 건 지난 7월 종부세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부터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과 강북 집중개발 등 발언이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긴 셈이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강력한 보유세 인상에 대한 경고를 끊임없이 해왔다. 보유세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시장은 정부가 얼마나 보유세를 강화할 지 숨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종부세 개편안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미적지근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1주택자보다 다주택자의 부담이 높아지는 방식이었지만, 세 부담 증가율이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예를 들어, 시가 17억1000만원 주택 하나를 가진 사람의 경우 현재보다 종부세가 5만원 증가하고, 3주택 이상자는 같은 주택일 경우 9만원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값 상승에 대한 믿음이 큰 상황에서 양도세는 무겁고 보유세는 생각보다 낼만한데 누가 쉽게 집을 정리하려고 하겠느냐”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것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일침했다.

집값 안정화에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히는 보유세는 강력히 예고했던 것만큼 올리지 않은 채, 지금 당장 거래량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는 양도세만 강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밖에 정부가 재건축 시장을 틀어막은 규제도 당장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를 가라앉히는 데 영향을 줄 순 있어도, 서울 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차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윤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규제만큼은 정부가 완강한 태도를 이어온 부분이다”라며 “현재 서울에 노후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이 규제로 막혀버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새 아파트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출규제도 마찬가지다. 규제로 대출문턱이 높아진 탓에 오히려 소득이 적은 실수요자들만 돈줄이 끊겨버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 동대문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요즘 자산가들은 10억~20억원 대의 집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산다”며 “무조건 대출규제를 강화할 게 아니라,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간에 파격적인 차이를 둬야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정부는 이번 주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 강화 등 규제책을 발표하고, 추석 전 신규 공공택지 공급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펴야지 단기적으로 집값 잡겠다고 하면 집값이 오락가락 한다”며 “추석 전에 대규모 정책 내놓는다고 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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