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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분의 올드보이 출현을 보면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9.04 08:47 수정 2018.09.04 10:30

<칼럼> 경륜, 소중한 자산이지만 정치는 책임

책임 있는 분들, 전면에 나서려는 모습은 왜?

<칼럼> 경륜, 소중한 자산이지만 정치는 책임
책임 있는 분들, 전면에 나서려는 모습은 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언제적 손학규인가. 나도 한때는 신언서판(身言書判) 측면에서 손학규 대표가 우리의 지도자, 곧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이 민주당으로 넘어가기 전이었을 것이다.

그런 손학규 대표가 돌고돌아 다시 바른미래당 대표가 됐다. 또 한 명의 '올드보이' 재등장이다. 당원들이 뽑았다지만 본인 스스로가 출마하지 않았으면 뽑힐 리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 소속 정당 내의 경선에서 뽑힌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그렇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그렇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모양새는 모셔오고 추대한 형태이지만, 본인의 권력 의지가 없었다면 생각하기 힘든 자리다.

거기다가 사실 여부는 알수 없지만 2년전 총선 당시 당대표를 지냈던 모 중진의원이 다시 한국당의 대표직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도 뉴스에 나온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미국에 갔던 홍준표 전 대표도 9월 중순경 추석을 쇠러 귀국한다는데, 일시 귀국인지 정계 전면의 복귀를 노리는지 또한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한 달 남겨둔 지난 5월 1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서울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당기를 휘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한 달 남겨둔 지난 5월 1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서울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당기를 휘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물간 OB, 즉 '올드보이'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들은 왜 정치무대를 벗어나거나 백의종군할 생각을 못하고 굳이 무대 중앙에 나아가 서려고 하는 것일까.

좋게 봐서 경륜을 인정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경륜은 경험과 연륜이다. 그 분야에서 겪은 세월로 쌓이는 경륜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책을 통해 얻는 지식과도 차원이 다른 자산인 것은 맞다. 특히 정치 분야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경륜은 더 값지고 중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과 달리, 정치에는 과오와 그에 따른 책임이라는 요소가 있다. 그런 요소를 생각하면 과오나 책임이 있는 분들은 아무리 경륜이 높다 해도 그것만을 내세워 늘 앞자리에서 어른 행세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체면이나 염치도 없이, 자신들이 과거 봄날일 때의 유권자들 대신 새롭게 들어선 대다수 유권자들이 자신을 어찌 보는지도 전혀 생각치 않고, 다시 앞자리로 나와 앉겠다는 것은 어째서일까. 자신들이 자랑하는 경륜에 걸맞지 않게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존재가 그냥 잊혀질 것 같고, 잊혀진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까.

글/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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