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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속정 나눴다" 이산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이따 또 만나"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입력 2018.08.25 17:00 수정 2018.08.25 17:01

오후 3시부터 단체상봉 재개…저녁 식사는 남북 가족 '따로'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남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북측 량차옥 (82)와 남측 동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남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북측 량차옥 (82)와 남측 동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후 3시부터 단체상봉 재개…저녁 식사는 남북 가족 '따로'

금강산에서의 둘째 날, 남북 이산가족들은 금강산호텔 객실에서 개별 상봉 후 객실 중식까지 총 3시간의 오붓한 시간을 함께 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가족끼리 따로 식사를 하는 건 이번 21차 상봉 행사가 처음이다.

25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산가족들의 개별 만남은 오후 1시께 종료됐다. 오후 12시 55분부터 북측 가족들의 퇴실이 시작되면서 또 한번의 아쉬운 이별을 나눠야 했다.

북측 가족들이 객실 밖으로 나서자 남측 가족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북측 가족이 나갈 때까지 객실 문밖에 나와 배웅했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객실 밖 계단이나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나와 손을 꼭 잡고 얼굴을 어루만지고, 포옹하며 "이따 또보자"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은 아쉬운 손인사를 흔들기도 했고, 호텔 로비 밖까지 나와 배웅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남측 가족들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날 단체 상봉에서 태어나 처음 보는 아버지 모습에 눈물만 흘리던 조정기(67) 씨는 오늘 한층 표정이 밝아진 모습이었다. 정기 씨는 "어제는 (아버지) 만나 어머니 한을 풀어드리고, 식사하면서 아버지랑 좀 풀고, 오늘(개별상봉)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서 "어제는 어머니 한을 풀어드려야겠다는 생각만 있고 잘 실감도 안 났는데, 오늘은 얘기하니까 좋다"라고 가벼워진 얼굴로 웃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우리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북측 언니 박봉렬(85)와 남측 동생 박춘자(77)가 볼을 맞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우리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북측 언니 박봉렬(85)와 남측 동생 박춘자(77)가 볼을 맞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덕용 씨는 이날 개별 상봉에서 며느리 박분희(56) 씨에게 "다가오는 추석에 어머님 제사상에 나 대신 술 한잔 따라드리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며느리 분희 씨는 "(어머니) 돌아가시고 묘 쓸 때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다고 생각해) 아버님도 함께 묻어드리자마자 (아버님께서)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조금만 더 일찍 찾았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68년 전 헤어진 북측 형 김인영(86·본명 목원희) 씨를 만난 동생 목원구(83) 씨는 개별 상봉 후 "참 좋았다. 69년여 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더 욕심내면 안 되지. 이정도 만난 것도 감사해"라고 전했다. 목 씨 형제는 금강산에 오기 전 속초에서부터 태풍으로 인해 상봉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날씨를 확인하며 신경을 써왔다.

성큼 다가온 작별의 시간 앞에 벌써부터 아쉬움을 토로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북측 이모 강호례(89) 씨를 만난 최영순(59) 씨는 "(개별 상봉에서) 주변에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오늘은 좀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면서 "이모님들이 만나시니까 좋긴 한데, 또 헤어져야 하니까…"라며 울먹였다.

북측 언니 박영희(85) 씨를 만난 박유희(83) 씨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상봉) 시간이 너무 짧아 안부를 물어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고 아쉬워하면서 "그래도 객실에서 하니까 더 속정을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희 씨는 65년 만에 만난 언니를 위해 화장품과 속내복, 오리털 잠바 등 갖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오빠 안갑수(83)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안갑순(82) 할머니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오빠 안갑수(83)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안갑순(82) 할머니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작은 아버지 리홍수(80) 씨를 만난 조카 임학주(54) 씨는 "내일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울컥한다"고 "아쉬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빨리 통일이 돼서 자주 왕래를 했으면 좋겠는데…작은 아버지가 연로하셔서 시간이 많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북 가족들은 전날 미처 나누지 못했던 속얘기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에게 주려는 선물인 듯 크고 작은 박스나 쇼핑백을 든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리 측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도 복도에 놓였다. 각 선물에는 이름이 적혀있고, 북측이 일괄적으로 가져가 북측 가족들에게 각각 전달하는 방식이다.

오후 3시부터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이 시작됐다. 단체상봉은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이날 저녁 식사는 남북 가족이 따로 먹게 된다.

1차 상봉의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의 작별 상봉 후 1시간의 공동 오찬이 예정돼 있다. 남북 가족들은 2박 3일간 6차례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오후 육로로 귀환하게 된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김인영(목원희, 86) 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목원구(83), 목원선 (85) 할아버지가 만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김인영(목원희, 86) 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목원구(83), 목원선 (85) 할아버지가 만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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