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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아직도 최저임금 긍정효과' 90%'일까

정도원 기자
입력 2018.08.22 06:00 수정 2018.08.22 06:00

<칼럼> 총리마저 "고용·민생 참담하다"는데, 인식에 괴리감

인식 잘못된채로 정책 '밑으로 배어들면' 돌이킬 수 없다

〈칼럼〉 총리마저 "고용·민생 참담하다"는데, 인식에 괴리감
이해찬 "좋아진 부분 보도 않는다"…같은 인식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거시경제 지표와 국민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하고 있다(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거시경제 지표와 국민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하고 있다(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용과 민생이 참담하다"며 "나를 포함한 국무위원 모두가 자리를 걸고 이 위기를 타개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을 보면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매달 발표되는 고용 상황을 보면 정책이 효과를 내는 분야가 있는 반면 부족한 분야가 있다"며 "고용 상황이 좋아지는 연령대가 있는가 하면 악화되는 연령대가 있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과연 문 대통령의 인식은 어떨까. 문 대통령은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단언했다.

발언이 있은지 두 달 뒤인 7월의 고용 동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취업자 수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유사 이래 최악의 고용 쇼크'라 칭해질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아직도 인식하고 있을까.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이었을 때,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해찬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좋아진 부분을 보도하지 않고, 자영업자들만 보도하는데 이것은 올바른 보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긍정적 효과가 90%인데 그러한 긍정적인 부분이 부각되지 않고, 10% 피해자들만 보도되고 있다는 뉘앙스가 여전히 느껴진다. 인식이 이러한 수준에 머물면 정책에는 문제가 없고, 홍보가 문제라는 쪽으로 진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추미애 "정책 밑으로 배어들 때까지 시간 가져야"
인식 잘못된채로 정책 '밑으로 배어들면' 돌이킬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에서 경제지표를 홍보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 카드뉴스를 연재하다가 물의를 빚었다. 불리한 경제지표는 제외하고 연재하는데도 딱히 긍정적인 지표가 없다보니,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나아보이게 '포장'하려다가 그래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는 말로 할 수 있어도 경제는 지표로, 숫자로 나온다"며 "그래서 경제를 과학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인식은 바뀔 수 있을까.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막상 정권을 운용해보니 안 되니까, 결국 다 바꾸지 않았느냐"고 했다.

과거 진보정부의 이같은 면모를 답습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의원총회에서 "우리 경제는 인고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책이 밑으로 배어들 때까지는 시간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史記) 편작·창공열전에 따르면, 춘추시대 신의(神醫) 편작은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바르는 고약으로 고칠 수 있고, 병이 깊어져 혈맥에 있게 되면 침술을 쓸 수 있으며, 위장으로 들어가면 탕약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병이 골수에 들어가면 신일지라도 어찌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를 망하게 하는 정책이 지표 단계에서 벌겋게 달아오르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면 정책 기조 변경을 통해 고칠 수 있겠지만, 밑으로 배어들 때까지 시간을 가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병을 인식하지 못한 채 편작의 말을 무시한 제환공은 병증이 밑으로 배어들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죽었다. 문 대통령은 과감한 인식 전환을 통해 이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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