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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카드' 휘두르는 시진핑…대북영향력 어디서 나오나

이배운 기자
입력 2018.08.21 02:00 수정 2018.08.21 06:19

무역전쟁 수세 몰린 中, 비핵화 흔들어 美 견제 가능성

정치·경제 의존 심화된 北…"중국역할 인정하고 활용 모색해야"

무역전쟁 수세 몰린 中, 비핵화 흔들어 美 견제 가능성
정치·경제 의존 심화된 北…"중국역할 인정하고 활용 모색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선중앙통신, 신화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선중앙통신, 신화통신

미중 패권대결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수세에 몰린 중국이 '북한카드'를 흔들어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막강한 대북영향력을 쥐고 있는 중국이 물밑에서 북한을 움직여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지연시킨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의 비핵화 협조를 애걸하는 모양새가 되고 그만큼 중국의 입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중 정상은 유례없는 밀착 외교를 펼치며 혈맹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세 차례 중국에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회담을 가졌고, 시진핑 주석은 내달 9일 답방 차원에서 평양 방문이 유력해 보인다. 방북한 시 주석은 북한을 보호·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북 최대압박을 주도하는 미국에 견제구를 날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정세를 인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이 중국에 방해받고 있다는 '시진핑 배후론'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돌변한 태도는 시 주석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고 지난 16일 열린 각료회의에서는 "북미 관계는 매우 좋지만 중국 때문에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중국이 북한을 서구세력과의 경쟁에 활용하는 '전략적 카드' 또는 '전략적 지렛대'로 보고 있다는 분석은 김 위원장 집권 전후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구세력과의 충돌에 대비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자국의 안보 손실을 막는 완충지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서구세력 압박에 의한 북한 붕괴와 그에 따른 한반도 불안정 극대화는 중국의 장기 비전인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주변지역 정세 안정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난민 유입과 국제 개입에 의한 무력충돌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국제관계 및 중국 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재우 교수는 "외교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지만 사회주의 국가 간의 유대는 더욱 강력할 수 있다"며 "그동안 북한의 핵무력 강행으로 양국 관계는 진퇴양난에 빠진 듯 했지만 계기만 마련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개최된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개최된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북한을 영향권에 옭아맨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급격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국방비를 연간 10% 이상 증액해왔다. 영국의 국제 군사정보 전문업체인 IHS 제인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국방예산은 한화 약 720조 원이고 중국은 215조 원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미중의 국방력을 단순히 명목상의 수치로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군사력을 유럽·중동·동아시아 등 전 세계에 분산하는 반면, 중국은 자국 주변의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군사력은 수치 이상으로 한반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경까지 맞대고 있는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을 이탈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비정상적인 무역의존도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17년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규모는 약 53억 달러(약 6조원)로 전체 대외무역 비중 중 94.8%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다독이기 위해 경제개발 총력전을 내세운 김 위원장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특히 시급하다. 북한에서 경제·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구본태 대외경제성 부상은 지난달 김 위원장의 방중과 맞물려 베이징을 방문했다. 구본태 부상은 북한의 대중국 경제교류와 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로 북중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력 부문의 협력도 대북 영향력을 강화한다. 북중 양국은 국경인 압록강에 수력발전소 4곳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중국 동북부와 북한의 북부 지역에 공급된다. 이는 유엔 대북 제재에서도 제외된 사항으로 만성적인 전력난에 허덕이는 북한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국제협력연구실 연구위원은 "한반도 비핵화에서 중국 역할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중 협력의 초점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집중하고 '일대일로'와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전략적 연계 및 북한 참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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