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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딸, 칠순 돼 상봉…사흘 앞으로 다가온 이산가족 사연은?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입력 2018.08.17 15:11 수정 2018.08.20 19:01

"사망신고했던 형이 살아서…" 70여년 만의 형제상봉

"어떻게 살았는지 소식이라도…" 너무 늦은 이산상봉

사진은 2015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최고령 구상연 할아버지와 딸 구송옥 씨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은 2015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최고령 구상연 할아버지와 딸 구송옥 씨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사망신고했던 형이 살아서…" 70여년 만의 형제상봉
"어떻게 살았는지 소식이라도…" 너무 늦은 이산상봉


"오래 산 보람이 있네요. 내가 고향을 떠날 때 딸이 세 살이었는데 지금 68년이 지났어요. 그 애가 일흔 한 살이야. 많이 미안하죠."

오는 20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68년 전 헤어진 딸을 만나는 황우석(89) 할아버지는 세 살배기 때 헤어진 딸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황 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에 있는 딸 영숙(71) 씨와의 재회를 앞두고 있다. 영영 못 볼 줄 알았던 딸이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겨 자신의 딸과 함께 나오겠다니 있는지도 모르던 외손녀까지 만나게 됐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황 씨는 1951년 1.4 후퇴 때 인민군 징집을 피하기 위해 피난길에 올랐다. 황 씨는 '딱 3개월만 피해있자'며 고향을 떠났으나 지금까지 68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나간 세월만큼 미안한 마음은 가눌 길이 없다. 황 씨는 "많이 미안하다. 집안에 남자라곤 아버님 한 분이었는데 일찍 돌아가셨고, (딸의) 생모는 51세에 사망했더라. 그 어려운 일을 걔가 전부 겪으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줘서 진짜 고맙다"고 말했다.

"사망신고했던 형이 살아서…" 70여년 만의 형제상봉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군요" 이번 상봉행사에서 68년 만에 큰형님을 만나는 장구봉(81) 할아버지는 형님을 재회하는 날, 이 말이 제일 먼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1980년대 행방불명자 신고가 의무화되면서 형을 사망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장 씨는 죽은 줄 알았던 형을 다시 만나는 게 꿈만 같다.

사진은 2015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은 2015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사진공동취재단

2남 1녀 중 차남이었던 장 씨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형님과 헤어지게 되면서 장남 역할을 해왔다. 장 씨의 형님은 당시 전쟁통에 학교 담임선생님을 며칠 따라가 있겠다고 집을 나섰고, 그게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졌다.

장 씨는 다시 만나게 될 형님을 생각하며 봄 코트, 겨울 코트 수십 벌을 준비하고, 형님을 만나게 될 생각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장 씨의 딸은 "(북측에서 아버지를 찾는다고) 연락이 와 깜짝 놀라 사진을 봤더니, 돌아가신 할머니랑 많이 닮으셨더라"며 말로만 듣던 큰아버지의 존재를 실감하기도 했다.

"어떻게 살았는지 소식이라도…" 너무 늦은 이산상봉

"오빠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너무 늦었다…" 이번 상봉에서 그리워했던 오빠 대신 새언니와 조카를 만나는 정학순(81) 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국전쟁 당시 장 씨의 오빠는 마을 청년들과 함께 소집되고, 남은 가족들은 피난길에 오르며 헤어지게 됐다.

장 씨는 "전쟁 후 가족들을 찾아 혼자 빈집으로 돌아갔을 오빠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오빠 얼굴이라도 보고싶었는데 이산상봉이 너무 늦었다”고 한탄했다.

사진은 2015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은 2015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행사에서 그리워하던 형 대신 형수와 조카를 만나는 임응복(77) 씨도 안타까운 사연은 마찬가지다. 형이 사망하면서 형수와 조카를 만나게 된 임 씨는 "형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디에 묻혔는지 등을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 살배기 딸은 어느새 70대 노인이 됐고, 며칠 지나면 돌아온다던 형은 70여년이 지나도록 소식을 모르고 지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가슴을 저미게 하는 저마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오는 20일부터 2박3일 간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 24일부터 26일까지 북측 이산가족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상봉행사로 남측에서 93명, 북측에서 88명이 상봉에 나서게 된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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