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5일 귀국 "내 나라에 답 드리러 간다"
전당대회 준비? 재보선 출마 포석? 관측 갈려
정치권 '빅스피커'…김병준에 부담될 가능성
내달 15일 귀국 예고 "내 나라에 답 드리러 간다"
美 중간선거 이전 귀국은 당초 전망보다 빨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내달 귀국을 예고했다. 전당대회 도전설·재보선 출마설 등 향후 정치 행보를 둘러싸고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홍 전 대표의 존재 자체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대표는 내달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내에서는 "시점이 다소 빠르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홍 전 대표는 출국할 때 "제사(차례)를 지내기 위해 추석 전에는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알려진 바로는 단순히 차례를 지내기 위해 일시 귀국한다기보다는 "9월 15일, 내 나라로 답을 드리러 간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답을 내기에는 조금 이른 것 아니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홍 전 대표가 스스로 밝혔던 것과도 다르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출국하기에 앞서 "연말까지 나라가 나가는 방향을 지켜보겠다"며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던 바 있다.
국내외 정세를 봐도 연말까지 지켜보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11월에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 중간선거를 치르고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유화책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뀌면 북한도 다시 강경책으로 회귀하고, 한미 간의 엇박자도 심화될 수 있다"며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는 사실 이 무렵"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하면 귀국 시점으로 예고된 내달 15일은 애매하다. 이 무렵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 '위장평화쇼' 공세를 펼치다 지방선거 전날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모든 공세가 허사로 돌아갔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원내 영향력 상실에 따라 귀국 시점 앞당겼나
정두언 "당내에 洪 지지 기반 별로 없어"
이 때문에 '내 나라에 답을 드리러 가는' 시점이 결정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원내 영향력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니냐고 분석한다.
실제로 홍 전 대표 귀국에 대한 한국당 중진의원들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했다. 친박계 일부 의원은 "윤리위에 회부해 탈당권유를 해야 한다"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언급을 삼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홍 전 대표의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던 복당파의 한 의원조차도 "팔자에도 없는 대선후보까지 해봤으면 됐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당파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에는 바른정당에서 합류한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을 되돌려준 홍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부채 의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청산됐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두언 전 의원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에 별로 홍준표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없다"며 "당내에서는 지금 지지 기반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全大 시동 거나, 내년 재·보선 출마 포석일까
귀국 자체로 '김병준 비대위'에는 정치적 부담될 듯
그렇기 때문에 귀국 시점을 앞당긴 것이 내년 '1말2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준비에 시동을 걸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홍 전 대표 측과 가까운 한 인사는 "당대표를 하면서 '스크래치'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에 반 년여만에 다시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 또다른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 준비를 화두에 올린다. 특히 노회찬 정의당 전 원내대표의 타계로 공석이 돼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된 경남 창원성산이 출마 지역구로 거론된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노 전 대표의 영결식이 엄수된 직후 "잘못을 했으면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것이 재보선 출마의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홍 전 대표가 당대표를 하면서 원외(院外)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점, 또 당내외에 적(敵)이 많아 창원성산쯤 되는 험지에 출마해 생환하지 않으면 정치력 회복을 노리기 어렵다는 점 등도 근거로 거론된다.
경남 창원성산은 1996년 15대 총선 이래로 여섯 번의 총선거 동안 보수정당이 세 번, 진보정당이 세 번 승리했던 영남의 대표적인 험지 지역구다. 경남도청 소재지지만, 도지사를 지냈던 홍 전 대표가 출마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홍 전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볼만 하다는 관측이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든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든, 그의 귀국 자체가 김병준 위원장 체제에는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홍 전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빅 스피커'다. 김 위원장이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홍 전 대표가 어떠한 논쟁거리를 제기하면 비대위원장으로서 의견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표가 타계했을 때도 홍 전 대표가 '자살 미화' 논란을 제기하자,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의견을 질문받았던 적이 있다. 의견이 같다면 같은대로, 다르다고 하면 다른대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도 "홍 전 대표가 굳이 김병준 체제와 각을 세우려 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가 국내로 들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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