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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예고' 홍준표, 김병준에 정치적 부담 될까

정도원 기자
입력 2018.08.17 11:26 수정 2018.08.19 19:11

내달 15일 귀국 "내 나라에 답 드리러 간다"

전당대회 준비? 재보선 출마 포석? 관측 갈려

정치권 '빅스피커'…김병준에 부담될 가능성

내달 15일 귀국 예고 "내 나라에 답 드리러 간다"
美 중간선거 이전 귀국은 당초 전망보다 빨라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사퇴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사퇴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내달 귀국을 예고했다. 전당대회 도전설·재보선 출마설 등 향후 정치 행보를 둘러싸고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홍 전 대표의 존재 자체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대표는 내달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내에서는 "시점이 다소 빠르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홍 전 대표는 출국할 때 "제사(차례)를 지내기 위해 추석 전에는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알려진 바로는 단순히 차례를 지내기 위해 일시 귀국한다기보다는 "9월 15일, 내 나라로 답을 드리러 간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답을 내기에는 조금 이른 것 아니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홍 전 대표가 스스로 밝혔던 것과도 다르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출국하기에 앞서 "연말까지 나라가 나가는 방향을 지켜보겠다"며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던 바 있다.

국내외 정세를 봐도 연말까지 지켜보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11월에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 중간선거를 치르고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유화책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뀌면 북한도 다시 강경책으로 회귀하고, 한미 간의 엇박자도 심화될 수 있다"며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는 사실 이 무렵"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하면 귀국 시점으로 예고된 내달 15일은 애매하다. 이 무렵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 '위장평화쇼' 공세를 펼치다 지방선거 전날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모든 공세가 허사로 돌아갔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원내 영향력 상실에 따라 귀국 시점 앞당겼나
정두언 "당내에 洪 지지 기반 별로 없어"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사퇴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사퇴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때문에 '내 나라에 답을 드리러 가는' 시점이 결정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원내 영향력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니냐고 분석한다.

실제로 홍 전 대표 귀국에 대한 한국당 중진의원들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했다. 친박계 일부 의원은 "윤리위에 회부해 탈당권유를 해야 한다"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언급을 삼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홍 전 대표의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던 복당파의 한 의원조차도 "팔자에도 없는 대선후보까지 해봤으면 됐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당파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에는 바른정당에서 합류한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을 되돌려준 홍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부채 의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청산됐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두언 전 의원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에 별로 홍준표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없다"며 "당내에서는 지금 지지 기반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全大 시동 거나, 내년 재·보선 출마 포석일까
귀국 자체로 '김병준 비대위'에는 정치적 부담될 듯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사퇴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사퇴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렇기 때문에 귀국 시점을 앞당긴 것이 내년 '1말2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준비에 시동을 걸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홍 전 대표 측과 가까운 한 인사는 "당대표를 하면서 '스크래치'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에 반 년여만에 다시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 또다른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 준비를 화두에 올린다. 특히 노회찬 정의당 전 원내대표의 타계로 공석이 돼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된 경남 창원성산이 출마 지역구로 거론된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노 전 대표의 영결식이 엄수된 직후 "잘못을 했으면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것이 재보선 출마의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홍 전 대표가 당대표를 하면서 원외(院外)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점, 또 당내외에 적(敵)이 많아 창원성산쯤 되는 험지에 출마해 생환하지 않으면 정치력 회복을 노리기 어렵다는 점 등도 근거로 거론된다.

경남 창원성산은 1996년 15대 총선 이래로 여섯 번의 총선거 동안 보수정당이 세 번, 진보정당이 세 번 승리했던 영남의 대표적인 험지 지역구다. 경남도청 소재지지만, 도지사를 지냈던 홍 전 대표가 출마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홍 전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볼만 하다는 관측이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든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든, 그의 귀국 자체가 김병준 위원장 체제에는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홍 전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빅 스피커'다. 김 위원장이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홍 전 대표가 어떠한 논쟁거리를 제기하면 비대위원장으로서 의견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표가 타계했을 때도 홍 전 대표가 '자살 미화' 논란을 제기하자,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의견을 질문받았던 적이 있다. 의견이 같다면 같은대로, 다르다고 하면 다른대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도 "홍 전 대표가 굳이 김병준 체제와 각을 세우려 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가 국내로 들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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