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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들의 귀환, 왜 정치권만 세대교체의 무풍지대 되어야 하는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8.13 05:00 수정 2018.08.12 14:40

<칼럼> '세대교체'·'시대교체'라는 세계의 보편적 흐름과 역주행중

지금 정치권, 미래 세대들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칼럼> '세대교체'·'시대교체'라는 세계의 보편적 흐름과 역주행중
지금 정치권, 미래 세대들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정동영(65·4선) 민주평화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66·7선), 김진표(71·4선) 의원, 바른미래당 경선에 나선 손학규(71·4선) 고문 등등ᆢ

정치권에 '올드보이'들의 바람이 드세다.

최근 여야 각 정당의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6070세대 원로급 정치인들이 간판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시곗바늘과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면서 과거의 인물들이 새로 여의도의 얼굴로 재등장하고 있다.

39세에 프랑스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1997년까지 승승장구하던 보수당을 단숨에 무너뜨린 44세의 토니 블레어, 2010년 보수당 최악의 위기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44세의 젊은 피 데이비드 캐머런, 각 47세, 48세에 백악관 주인이 된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등등ᆢ

'세대교체'와 '시대교체'라는 세계의 보편적 흐름과 역주행하고 있는 이러한 우리만의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표방하며 세대교체를 이룬 역사가 무색하게 왜 지금 올드보이들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먼저 올드보이들의 전성시대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자.

리더는 누가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젊은 열정과 패기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영보이들의 책임이 가장 큼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장강(長江)의 앞 물결은 결국 ‘뒷물결’이 밀어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젊은 피'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맞다. 저 올드보이다. 새로운 세대가 정치를 장악해야 한다. 세대교체가 필요하지만 여러분들이 세대교체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영보이들은 올드보이들을 공격하기에 앞서 먼저 손학규 고문의 항변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패기와 도전으로 올드보이들의 경륜과 인지도를 뛰어넘기는커녕 스스로 작은 기득권에 안주해버린 '86그룹' 등은 먼저 뼈아프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 ‘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대중에게 강렬하게 인식되며 큰 바람을 일으켰던 50대 리더들이 정작 정치인으로서의 장년기를 맞아 맥을 못 추고 있는 것 또한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크지 않은가?

그렇다면 올드보이들의 귀환은 전적으로 영보이들만의 책임인가?

필자는 영보이들의 책임 못지 않게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기존 정당의 강고한 카르텔 구조는 반드시 타파되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구태정치는 기득권자들의 강력한 독과점 구조로 그 안에서 원활한 신진대사가 이뤄지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당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수직적 질서 속에서 ‘짬밥’으로 경륜을 쌓고 그것으로 세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이 반복 재생산된다면 어떻게 신인들이 설 땅이 있겠는가?

정치원로들이 자기희생으로 미래 세대를 양성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스스로 기득권에 집착한다면 어떻게 세대교체가 가능하겠는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올드보이들의 무한한 자기희생과 책임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올드보이들의 전성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올드보이들의 재등장이 과연 연륜과 정치적 경험으로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과연 이들이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발휘하여 경험과 지혜로 젊음의 패기와 열정만으론 풀어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모든 현상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겠지만 필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물론 필자는 단순한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인위적인 세대교체에 반대한다.

"세대교체라는 것은 나이 기준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정책이나 철학, 패러다임으로 봐야 한다"는 이해찬 의원의 항변에도 전적 동의한다.

구세대라고 무조건 배척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배척하며, 세대간의 간극을 좁히는 통합의 정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국과 분단, 전쟁과 빈곤을 겪으면서 피땀 흘려 산업화를 일구어낸 선배 세대들의 시대적 사명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지금 정치권엔 미래 세대들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신구세대와 노장청(老壯靑)의 조화로운 통합의 목소리대신 과거의 흘러간 목소리만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가치 구현 실패→차세대 리더 부재→올드보이 귀환’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성 정치권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2040세대와 기존 정당들의 간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 세대들이 요구하는 가치를 주요 정당들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결코 우리의 미래는 없다.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통로가 막혀 이를 토대로 등장해야 할 차세대 리더가 설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결코 우리의 미래는 없다.

필자는 이번의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역설적으로 '정치권 세대교체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들이 2020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인재 양성’이라는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역사 속으로 아름답게 퇴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노기복력 지재천리(老驥伏櫪 志在千里)''

"늙은 준마(駿馬)가 세상에 쓰이지 못하고 마구간에 누워 있으나, 아직 천 리를 달릴 뜻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 삼국시대 영웅 조조(曹操)의 '보출동문행(步出東門行)'의 시편에 나오는 구절처럼 원로들의 지혜와 경륜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도약하는 '시대교체'와 '세대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과 뜻을 담아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의 기성세대인 올드보이들이 먼저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 있고 열린 자세를 가져주기를 고언한다.

여의도만 유독 '처절한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 바람'의 무풍지대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어느 한 세대의 독주보다 신구세대와 노장청을 아우르는 진정한 ‘세대통합’이 이뤄질 때 우리 정치는 한단계 도약할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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