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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시동에 근심깊은 文정부 '제재완화 요구는 안했으면...'

이배운 기자
입력 2018.08.10 13:33 수정 2018.08.10 14:43

北·美 ‘최대압박’ 신경전 진행형…南 중재안 마련 과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8말9초’ 남북정상회담이 가시화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재완화 지원 및 남북경협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선제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북측과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압박을 촉구하는 미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9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오는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개최하자는 북측의 제의에 동의했다. 남북 정상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북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 가속화와 대북압박 완화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관영매체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시찰 행보를 집중 선전하는 한편, 남측의 대북제재 준수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남조선 당국은 대북제재와 유엔제재라는 안경을 끼고 북남관계를 다루니 이쪽의 눈치를 보고 저쪽의 기분상태를 고려하는 민망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해지구의 쥐꼬리만한 군통신선을 연결하는 극히 사소한 문제까지도 대양건너의 승인을 받느라 야단을 괴운다”고 언급했다.

신문은 또 “남측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여건’이란 미국과 유엔의 대조선 제재가 해체됐을 경우”라며 “대북제재는 남조선 당국이 스스로 진 오라줄이며 우리의 생존권을 말살하기 위해 불순적대세력들이 고안해낸 불법무법의 계략”이라며 남북경협 가속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에 빠지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남북경협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경제협력 및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최대압박을 무력화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해야 할 동기를 상실하게 해 핵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 핵도발 재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핵협상 정체 국면을 인식한 듯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도 한 달여간의 침묵을 깨고 최대압박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북한산 석탄 밀반입’ 논란으로 대북제재 균열에 앞장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우리 정부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방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최대압박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은 남북관계 급경색에 이어 북미대화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제재의 틀을 지키면서도 남북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유엔 제재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미국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만큼,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경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며 "대북제재의 기본 취지에 저촉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제재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활용한 경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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