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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손학규·정동영, 거울에 비춘 듯 뒤집힌 '11년 전 인연'

정도원 기자
입력 2018.08.10 01:00 수정 2018.08.10 06:02

11년 전 대선후보 경선 때 '박스떼기' 주고받으며 난타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되자 이해찬은 탈당, 정동영은 '흔들기'

협치 잘될까… 정동영 "평생 이해찬 덕 본건 이번이 처음"

李·孫·鄭, 20여 년 정치역정에 서로 덕 주고받은 적 없어
11년 전 대선후보 경선 때 '박스떼기' 주고받으며 난타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 의원.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30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 의원.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30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이 9·2 전당대회의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로 부상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3자 간의 '정치적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손 고문과 이 의원, 정 대표는 오랜 기간 정치를 했지만 "서로 상처를 준 적은 많아도 이렇다하게 덕을 주고받을 계기는 없었다"고 한다.

정치 입문이 가장 빠른 인물은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1988년 13대 총선 때 평민당 공천을 받아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민정당 김종인·민주당 김수한 후보를 꺾고 당선되며 제도권 정치를 본격화했다. 올해로 강산이 세 번 변한다는 30년 정치인생이다.

손 고문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탁해 '대통령이 불렀다, 개혁 위해 나섰다'는 슬로건으로 경기 광명을 재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올해로 정치인생은 사반세기, 25년이다.

정 대표는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해 전북 전주덕진에 출마, 89.9%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되며 정치역정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정치입문 22년차다.

세 사람이 가장 세게 맞붙었던 때는 11년 전인 2007년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3자 간의 경선은 정 대표가 1위(43.8%)를 하며 손 고문(34.1%)을 제쳤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과 '친노 단일화'까지 했던 이 의원은 3위(22.2%)에 그쳤다. 세 사람은 경선 과정에서 '선거인단 명부 박스떼기', '선거인단 카풀 차떼기' 의혹 등 격렬한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으며 앙금을 쌓았다.

정동영이 대선후보되자 이해찬이 '쓴소리'
손학규가 당대표되자 정동영이 '발목잡기'


바른미래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손학규 상임고문. 1993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25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바른미래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손학규 상임고문. 1993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25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이 의원은 '형식상'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정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려는 것과 관련해 이 의원은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정 대표가 박상천 전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을 흡수통합하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비판했다. 선대위원장이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대선이 정 대표의 참패로 끝나고 손 고문이 나서자, 이번에는 이 의원과 정 대표가 손 고문 '상처내기'에 앞장섰다. 손 고문이 이듬해인 2008년 1월 대통합민주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이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당은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당을 뛰쳐나가버렸다.

손 고문 '흔들기'에는 정 대표도 뒤지지 않았다. 2010년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서 손 고문이 42.7%로 대표가 되자 2위(38.7%)로 수석최고위원이 된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사사건건 손 고문과 충돌했다.

2011년 7월 손 고문이 방일했을 때 "북한의 개혁·개방은 지지하되, 세습체제나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하자, 정 대표는 귀국 직후 "그럼 햇볕정책은 원칙 없는 포용정책이란 말이냐"고 발끈했다. 두 사람은 공개 회의 석상에서 '종북 진보'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8월에는 정 대표가 무상복지를 위한 부유세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자, 손 고문은 "차후 보편적 무상복지 재원조달 방안 기획단 회의에 정 최고위원이 참석해서 문제 제기를 하면 좋겠다"고 말을 잘랐다. 그러자 두 사람은 다시 "왜 입을 틀어막느냐" "언제 입을 틀어막았느냐"고 고성을 주고받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계기로 손 고문이 대표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은, 임기 내내 계속된 정 대표와 천정배 민주평화당 전 대표(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3위로 최고위원 입성)의 '흔들기'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서로 좋은 기억 없는 세 사람, 당 이끌면 협치 잘 될까
정동영 "평생 이해찬 덕 본건 처음… 선배도 덕 봤으면"


지난 5일 민주평화당 당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22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5일 민주평화당 당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22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애증의 과거'를 갖고 있는 세 사람이 각각 당대표로 정치권 전면에 복귀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공교롭게도 11년 전 일합을 겨뤘을 때는 정 대표가 가장 앞섰고 손 고문이 뒤를 쫓고, 이 의원이 3위를 했었지만, 지금은 이 의원이 거대여당의 대표를 노리고 있고 손 고문이 제2야당, 정 대표가 가장 작은 제3야당 대표를 맡게 되는 등 처지는 거울에 비춘 듯 뒤집혀버렸다.

서로 상처만 주고받았던 세 사람이 각각 당을 이끌게 되면 과연 협치(協治)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세분 모두 20년 이상 정치를 하면서 정치 9단까지는 아니더라도 7~8단 경지에는 오른 분들"이라며 "'정치는 생물'인데 과거 일 같은 것은 다 잊어버리고 허허 웃으며 국사를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평생 이해찬 덕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과거 서로 좋은 인연이 없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도 "내가 대표가 됐으니까 선배도 조금 덕을 봤으면 좋겠다"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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