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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오픈 '2% 제한' 어쩌나…우리 5% 증가할 때 외국계 10배 '폭증'

최승근 기자
입력 2018.08.09 06:00 수정 2018.08.09 06:05

무주공산 한국 베이커리 시장, 규제 안 받는 외국계 브랜드는 급성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업종 선정 등 세부안 조율 중

미국 뉴욕 맨해튼 52번가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한 뉴요커가 빵을 고르고 있다. ⓒ데일리안  미국 뉴욕 맨해튼 52번가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한 뉴요커가 빵을 고르고 있다. ⓒ데일리안

국내 프랜차이즈 제과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발목을 잡힌 사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계 프랜차이즈 빵집은 최근 3년 동안 무려 10배나 폭증하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규제지만 소상공인들의 매출 확대는 커녕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려줬다는 특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여기에 올들어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까지 이뤄지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매장 수는 최근 3년(2015~2017) 간 각각 3.5%, 4.9% 증가했다.

2013년 프랜차이즈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가맹점 수를 매년 전년도말 점포수의 2% 이내 범위로 제한받기 때문이다. 비프랜차이즈 동네빵집과의 거리가 도보 500m 이내일 경우에도 출점이 불가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맹본사로 창업 요청이 들어와도 신규 점포를 낼 수 있는 입지가 마땅치 않아 매장을 오픈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간혹 폐점을 요청하는 점주가 나타나면 이를 대신하는 정도다. 이 때문에 예비 창업주가 건물을 갖고 있더라도 본인의 건물에서 점포를 열기 힘들다.

새로 상권이 형성되는 신도시의 경우에는 2% 룰을 적용받지 않지만 최근에 조성되는 신도시가 거의 없다 보니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프랜차이즈 제과업체 한 관계자는 “2013년 이전에는 분기별, 전국 단위로 창업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현재는 신규 점포 입지가 거의 없어 창업설명회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매장을 늘린다기 보다는 현 숫자를 유지하는 정도에 멈춰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기 적합업종 지정 5년이 지난 현재 동네빵집 주인들이 매출 확대를 체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과점업 매출은 2012년 3조9698억원에서 2016년 5조9388억원으로 49.6% 증가했다.

빵류 소매시장 규모.ⓒ농림축산식품부, 통계청, 닐슨컴퍼니코리아 빵류 소매시장 규모.ⓒ농림축산식품부, 통계청, 닐슨컴퍼니코리아

하지만 전체 매출의 60.7%를 제과제빵 프랜차이즈가 차지하고 있는 데다 성심당, 이성당, 풍년제과 등 일부 지역 유명 빵집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대부분의 동네빵집은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증가로 여전히 상황이 좋지 못해 폐업을 고민하는 곳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15년 전 1만8000여명에 달했던 대한제과협회 회원 수는 현재 4000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반면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신규 출점이 주춤한 사이 외국계 프랜차이즈 빵집은 크게 늘었다.

최근 3년 간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 증가율이 5%를 밑도는 것에 비해 외국계 빵집은 10배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

곤트란쉐리에는 2015년 3곳에서 현재 31곳으로 10배 넘게 늘었고, 도쿄팡야는 8곳에서 17곳으로 두 배 이상, 지난해 가맹사업을 시작한 브리오슈도레는 올해에만 10개가 넘는 매장이 새로 생겼다. 이외에도 살롱드몽슈슈, 르타오, 매그놀리아베이커리 등 외국계 브랜드 매장이 세를 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1년부터 시행돼온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법적 강제력을 갖게 된 것이다. 현재는 업종 등 세부항목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제과점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산하에 설치되는 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데 기존에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가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업종부터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점업의 경우 2013년 시행 이후 2016년 한 차례 연장돼 내년 2월 중기 적합업종 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 제과점업이 소비자 생활과 밀착도가 높아 정책 선전 효과가 높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해당 업종 진출 또는 확장이 5년 동안 금지되며, 중기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는 관련 매출액의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같은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내수시장에서의 양적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업종 특성 상 해외 현지에 생산 시설과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해외 매장에서 본격적인 수익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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