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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도 없는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시끌'

부광우 기자 | 2018-08-02 06:00
국민연금공단이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주주로서의 역할 행사를 강화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기금 운용의 최종 책임자로서 스튜어드십코드를 실제로 실행해야 할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1년 넘게 비어 있다는 점이다.ⓒ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공단이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주주로서의 역할 행사를 강화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기금 운용의 최종 책임자로서 스튜어드십코드를 실제로 실행해야 할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1년 넘게 비어 있다는 점이다.ⓒ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주주로서의 역할 행사를 강화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지만 기금운용 책임자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실제 실행해야 할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상태를 지속하면서 국민연금을 향한 정부의 입김만 더욱 새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올해 제 6차 회의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논쟁의 핵심이었던 기업의 경영 참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국민의 노후자금 보호라는 명분만 갖춰진다면 언제든 손을 댈 수도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면서 기업들이 느낄 실질적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자금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토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해 최대 화두로 떠올랐던 경영참여는 우선 배제해 두기로 했다. 경영 참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에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법령 수정 전이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주가치의 심각한 훼손 등을 이유로 의결한 경우에는 경영 참여를 시행할 수 있다며 길을 열어뒀다. 현행법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정관의 변경 ▲자본금 변경 ▲합병·분할·분할합병 ▲주식 교환·이전 ▲영업 양수·양도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제안과 위임장대결 등의 행위를 경영참여로 보고 있다.

경영 참여 카드까지 꺼내들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여러 기업과 증시에는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규모만 600조원을 훌쩍 넘는데다 국내 증시의 약 7%를 점유하고 있는 큰 손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만 100곳을 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야당과 재계, 일부 학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했다. 자칫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거나 조종하기 위한 도구로 국민연금이 활용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민연금의 독립성부터 확실히 할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수장으로서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하는데 실제적 책임을 져야 할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이 넘도록 공석인 실정이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제출하고 물러난 뒤 지금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기금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와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자문역 부사장,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후보자 3명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다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인 인선 과정을 고려하면 차기 기금운용본부장이 정해지기까지는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뒤늦게 인선이 이뤄지더라도 새 기금운용본부장이 정부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지난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서 청와대의 외압 논란이 불거져 이런 염려는 커질 대로 커진 현실이다. 당시 곽 전 대표가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발 과정에서 이중국적과 병역 문제가 불거진 데다 청와대 외압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중도 낙마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기금운용본부장부터 확실히 정한 후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실제로 움직여야 할 책임자의 의견을 물을 수도 없는 처지임에도 제도부터 도입했다는 것은 결국 이에 적극 동의하는 인사를 기금운용본부장에 앉히겠다는 것이란 논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스튜어드십코드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보다 정책을 먼저 결정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현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을 뽑겠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구조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할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강화는 더욱 요원해지는 구도"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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